06. 와수 터미널_만기전역병의 낮술

CHAPTER 1_ 추억을 달리는 시내버스 (서울-춘천)

by 다모토리


남자의 일생 중 가장 기쁜 날 중에 하나인 만기 전역일. 김화읍 제3보병사단은 대한민국 육군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보병 사단이다. 일명 백골부대라 불린다. 살아도 백골 죽어도 백골, 필사즉생 골육지정이 부대 슬로건이다.

1949년 서북 청년단원들이 사단 예하 18 연대에 자진 입대해 백골이 되어서도 고향땅을 되찾겠다며 철모에 백골을 그려 넣은 데서 유래되었다. 현리 전투에서는 중공군에게 괴멸적인 타격을 받아 한국군 3대 패전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 백골부대 출신의 두 전역병이 와수터미널에서 내게 전역 짐보따리를 맡기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아무리 기다려도 올 생각을 안 한다. 놔두고 가려니 좀 찜찜해 거리로 나가 찾아봤다. 그런데 이 친구들이 대낮부터 술에 완전 절어서 선임 놀이를 하고 있었다



“일동 차렷! 신고합니다. 오늘부로 백골부대 전역을 명받았..지롱롱롱...야 짜쌰, 통닭에 맥주나 먹으러 가자니까~세월이 좀 먹냐”

“아 시바~이제 차 시간 다 됐다니까, 나 동서울에서 여친만나기로 했다고, 자자 이제 빨리 가자”

“아 그럼 너 먼저 꺼지세요, 난 한 잔 더 할라니까. 징그런 와수베가스 이제 가면 언제 또 오겠냐”

가장 팔팔한 나이에, 가장 출중한 육체를 2년간 국가에 담보로 맡기고 이자도 못 받고 집으로 가는 길. 그래 조금이라도 취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거지. 나는 다시 터미널로 돌아와 전역병들이 맡긴 짐을 한동안 말없이 보고 있었다. 터미널 안에는 뜬금없이 흰 두루미가 DMZ를 날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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