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학사리 새술막_’양심전’을 아시나요?

CHAPTER 1_ 추억을 달리는 시내버스 (서울-춘천)

by 다모토리



수유리에서 포천과 운천을 들러 와수리까지 가는 버스가 있다. 경기고속 3005번 버스다. 그런데 신철원에서 종점 와수리를 가는 도중에 길을 벗어나 안쪽 작은 마을 하나를 들러야 하는데, 이곳이 학사리 새술막 마을이다. 웬 간 해선 와수리 방향으로 타는 승객이 없어 더러 지나치는 버스가 많은 모양이다.



이날은 기사님이 학사리에 들렀는데 아주머니 한분이 차에 오르더니 화를 내신다. 아마도 앞차가 그냥 지나쳐 버려 오래 기다리신 것 같다. 화가 잔뜩 나신 고객을 기사님이 흥겨운 입담으로 풀어주신다.

“새술막에 사시는 분들은 다들 착하시지요. 여가 이래 봬도 옛날 강원도에 교회가 첨으로 세워진 동넵니다. 그러니까 1898년에 리드인가 뭔가 하는 선교사가 여서 하룻밤을 묵으며 예배를 했는데 그 날 어른 셋, 어린아이 한 명이 첨으로 세례를 받았다고 하지요. 그래서 여기 동네분들은 믿음이 강하고 화도 잘 안 내십니다요”


툴툴거리던 아주머니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러더니 아니 기사님이 그런 걸 어찌 그렇게 잘 아슈? 라며 잔뜩 호기심을 보인다. 버스 안에는 나, 기사님, 새술막 아주머니가 전부다. 기왕 터진 말이려니 하며 기사님이 재밌는 얘기를 더 해주셨다.

“양심전이라고 아시나 몰러. 옛날에 새술막 교회에 윤승근이란 전도사가 있었는데, 이 분이 원산에서 예배를 보다가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합디다. 그래서 예수를 믿기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회사 잘못으로 봉급이 많이 나온 걸 돌려주지 않고 그냥 쓴 게 생각났다지요. 그래서 그 돈 '이십 원'을 마련해서 예전 직장엘 갔는데, 고만 없어져 버린 거예요. 그럼 보통 그 정도면 그만두잖아. 근데 아 이 양반이 서울에 있는 탁지부(현 재정경제원)까지 가서 결국 돈을 갚았다나 뭐래나. 그러니 참으로 대단한 분들이 이 동네 출신이란 거 아닙니까”



당시 윤승근의 돈을 받았던 탁지부 관리는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대저 사람들이 나랏돈이라면 없는 이유를 대서라도 거저먹으려 하거늘 예수교인은 어찌해서 아니 갚아도 될 것을 갚으려 하는가?"


그리고 그 정부 관리는 윤승근의 돈을 '양심전'이라 불렀다. 탁지부에서 발행한 양심전 영수증은 회개한 교인들의 '양심전 바치기' 열풍으로 번져 전국에 퍼져 나갔다고 한다. 그렇게 털끝 하나 꺼릴 것 없이 깨끗한 삶을 추구했던 윤승근 전도사는 강원도 전역을 돌며 전도하다 건강을 잃고 1904년에 여기 새술막 언덕에 조용히 묻혔다. 지나가는 버스 창가의 풍경에 그의 고결했던 생전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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