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신철원 철원 막국수_험난한 면식 수행

CHAPTER 1_ 추억을 달리는 시내버스 (서울-춘천)

by 다모토리


어릴 때부터 유난히 면을 좋아했다. 아버지는 아무리 취중이라도 국수 빠는 소리에 벌떡 일어날 정도였다. 강원도 속초의 비빔냉면과 강릉과 양양의 막국수를 두루 섭렵한 면애자이다 보니 버스여행에서도 일단 면부터 찾게 된다. 신철원에는 막국수 60년 노포인 철원 막국수가 있다. 배가 불러도 안 들릴 수 없다.



철원에는 이 곳 말고도 제법 이름 있는 막국수 집들이 여럿 있다. 91년 개업한 춘일 막국수와 인근의 동송 막국수가 있고, 거기서 또 멀지 않은 곳에 이 집의 분점이 있으며, 포천 경계에 지장산막국수 등이 유명하다. 진정한 막국수 러버라면 하루 코스로 잡아도 족히 넉넉할 만큼 많다. 시골 치고는 그렇다.



중요한 건 맛이다. 맛없으면 떠밀어도 안 간다. 망한다. 60년 망하지 않고 이어져 왔다면 맛은 이미 검증됐고 괜찮은 거다. 문제는 내입에 맞는가 검증하는 것이다. 자리에 앉자마자 나오는 면수는 식사 전 입안을 깔끔하게 하기에 좋다. 이 집의 시그니처는 거뭇한 메밀국수 위에 매콤 달콤한 양념장과 상추, 무김치를 올려낸 비빔막국수다.



자, 조금 기다리니 비빔국수가 등장했다. 면 반죽에 통메밀과 속메밀을 반반 섞어내 메밀 특유의 텁텁한 맛이 포인트다. 그런데 이 정도면 구수한 메밀 향이 입안에 가득 머금어져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면은 거칠게 뽑은 편이라고 쳐도 향이 너무 없다. 싸늘하다. 춘천 소양로에 있는 춘천 막국수와 고성의 백촌 막국수의 황홀한 메밀향까진 기대하지 않았지만 이 정도면 전혀 노포답지 않다. 게다가 고명으로 올려진 짠지는 맛의 족보를 근원적으로 흔들고 있다. 그래도 분명히 확인할 필요가 있어 사골로 우려냈다는 물 육수를 따로 주문했다. 육수는 동치미 베이스인데 간을 살짝 매콤하게 해서 만드는 듯했다. 간이 없다 해도 동치미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슴슴하다.



나쁜 맛은 아니다. 처음에도 말했지만 막국수 하나로 60년을 버틴 집이다. 충분히 존경심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내 입맛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게 나쁜 건 아니다. 단지 호불호일 뿐. 결론은 ‘무난하다’이다.

1. 별로 어려움이 없다.
2. 이렇다 할 단점이나 흠잡을 만한 것이 없다.
3. 성격 따위가 까다롭지 않고 무던하다.

이중 2번이 내 의견이지만 솔직한 마음은 무난하다의 유사어인 ‘수수하다’, ‘그럭저럭 하다’에 더 가까웠다. 다시 이곳을 온다면 또 갈까? 글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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