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38연대 15초소_민통선을 지나가는 럭셔리 버스

CHAPTER 1_ 추억을 달리는 시내버스 (서울-춘천)

by 다모토리


우리나라 휴전선 근처에 있는 마을 중 민통선을 넘어 그대로 다시 나오는 버스노선은 파주나 이길리-정연리 쪽에 더러 있기는 하지만, 민통선을 통과해 다른 지역으로 모른 척하고 그냥 넘어가는 노선은 아마 와수리-산양리 구간이 유일하지 싶다. 철원에서 되돌아오지 않고 민통선을 거쳐서 화천으로 그냥 넘어간다.



산양리까지 가는 버스는 의외로 럭셔리해서 놀랐다. 동서울에서 첫차가 06:20인데 버스 기종이 동급 최강의 스펙을 자랑한다. 강원고속 주력기인 유로 6 파크답게 실제 타 보니 말고개 같은 국도에서도 무한 스킬과 수준급 내리막 탄력으로 군인 장병들의 자대 복귀 후유증을 말끔히 제거해주는 수준이다.



이 노선의 특이한 점은 버스만이 아니다. 노선 중에 38연대-15초소는 민통선 안이기 때문에 군인들이 아니면 일반인은 승하차가 불가능하다. 일반차량들이 이 구간을 지날 때는 반드시 군인들이 신분증을 확인한다. 노선버스들도 검문할 때가 있고 그냥 통과시켜 줄 때도 있다는데, 이번엔 나 혼자 버스를 타서 그런지 그냥 통과시켜 주었다.



대성산 골짜기의 말고개를 넘으면 나타나는 민통선내 15 초소는 15사단 승리부대로 휴전선과 비무장지대를 지키는 최전방 부대다. 신병교육대도 전군에서 유일하게 민통선 안에 있으며, 과거 삼청교육대로 사용된 곳이라 동네 분위기가 일단 좀 살벌하다. GOP 근무가 대부분이라 늘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다가 무릎 연골이 파열되는 부상을 많이 입는 힘든 부대다. 가끔 연예인들 중 병역비리를 저질렀다가 붙들린 친구들이 자주 이 15사단에 배치되었는데 여기 와서 고생 좀 해보란 의미가 담긴 오지 중에 오지다.



내가 이곳을 왜 오지라고 생각하냐면, 예전에 우정의 무대를 이 부대에서 촬영할 때 정훈장교가 오지 않아도 되는데 굳이 방문하겠다고 해서 MBC에 온 적이 있었다. 그런데 정문에 마중을 나갔더니 택시기사님과 언쟁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닌가? 택시기사님 표정이 좀 어이없어하는 게 걱정돼서 정훈장교에게 물었다.

“아니 뭣 때문에 그러시는지?”

“아 그게 이 양반이 택시를 까맣게 칠해놓고 택시비를 따블로 달라는데, 세상 물정 모르는 촌동네 군인이라고 우습게 보이나~ 나 참”

그는 모범택시를 처음 타 본 대한민국 육군 중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