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_ 추억을 달리는 시내버스 (서울-춘천)
오랫동안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새삼스럽게 깨닫는 게 많다. 그중 하나가 하루 삼시 세 끼, 매 끼니를 때워야 할 시간에 느끼는 허전함과 고립감에 대한 자각이다.
혼밥 혼술과 채널 먹방이 대세인 요즘 세상에, 뭔가를 먹는다는 행위는 더 이상 삶의 구체적인 함의를 품고 있지 않다. 그저 생존보단 맛을, 맛보단 품평에 대한 자기 확신이 더 중요해졌다. 일테면 ‘나도 거기 알거든’이 같은 집에 살면서 같이 밥 먹는 식구보다 더 중요한 습속이 되었다. 같이 밥을 먹으면서도 서로 핸드폰을 쳐다보는 세상. 우린 지금 그런 맛 지옥에 살고 있다.
밥 자체는 고리타분하진 않다. 누구나 맛에는 추억이 있는 법이다. 그렇기에 밥이란, 밥을 먹는 행위란 식구에서 가족이 되는 무의식적이고도 오랜 의식이자 추억의 단편이다. 나에게 그 의식의 모태는 집이 아닌 고향 거진시장에 있던 노포 분식 서울 빵집이었다.
언제나 하얀 모자, 하얀 옷을 입고 밀가루 덕분에 하얀 손까지 온통 하얀색으로 기억되는 빵집 할아버지는 웃음까지 새하앴다. 그 빵집의 만두를 먹으러 엄마손을 잡고 매일 시장에 들렀던 기억이 난다. 왠지 서울 사람 얼굴을 하고 있는 듯한 그 빵집 할아버지가 살아계실 때까지 거기 만두와 크로켓은 나와 엄마를 이어주는 강력한 음식이었다.
그런 추억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가 터미널 근처 화천시장의 조그만 분식집에서 그만 추억이 터져 버렸다. 화천시장 내 전통 명동 만두라는 작은 분식집은 얼핏 보면 일반적인 식당처럼 보이지만 역사가 무려 20년이 넘는 분식 노포다. 한 가지 음식을 고집하지 못하는 분식집이 강산이 두 번 바뀔 때까지 버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가게 외관 진열장 속에 사장님이 당일 만든 크로켓, 찹쌀도넛, 꽈배기, 만두가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다. 나는 고민 없이 곧바로 만두를 주문했다. 내 고향 그하얐던 서울 빵집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만두를 한입 물자 뜨거운 추억이 만두피 사이로 퍽 하고 쏟아져 나왔다. 아, 그래 바로 이 맛이었어. 그때 마침 식당에 설치된 TV에서 한 패널이 뭔가 끔찍한 얘기를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함께 밥을 먹으며 정을 나눴지만 요즘 들어 가족들과도 함께 밥 먹는 경우가 드물어졌어요. 이런 현대인들이 방송 속 먹는 장면을 보면 마치 이들과 함께 한 상에 둘러앉아 먹는 듯한 대리 충족을 느끼기 때문에 먹방이 인기를 끄는 것 아닐까요”
#버스오딧세이 #화천전통시장 #명동만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