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_ 추억을 달리는 시내버스 (서울-춘천)
예전 춘천우체국 건너편 약사천 물길을 복개한 곳에 춘천 오일장인 풍물시장이 있었다. 지금은 경춘천 고가철로 아래인 온의동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당시 북적이던 장터 뒤로 나 있던 진보길 골목으로 아주 평범한 스타일의 빌라 몇 동이 무덤덤하게 들어서 있었다. 지금까지도 유일하게 남아있는 춘천 약사동 개발 4 지구 빌라촌이다. 여기에 최근까지 클래식 기타리스트인 시현형의 게스트하우스가 있었다.
이제 약사동 개발사업으로 인해 언제 헐릴지 모를 저 빌라 뒤로는 유명한 망대 길이 시작된다. 망대 고개 삼거리에 20년도 더 된 기대슈퍼가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망대’에도 등장하는 유서 깊은 가게다. 약사동 산동네의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서로 기대며 살자는 의미로 기대슈퍼라고 상호를 지었다고 한다.
“옛날엔 이 약사 고개 아래 서남쪽으로 공지천이 흘러 경치가 무척 좋았지. 조선시대에는 이 거리에 한약방들이 길가에 몰려 있었다고 해서 약사동이라고 했어”
화가 박수근이 생계 벌이로 막노동을 하고, 조각가 권진규가 학창 시절을 보낸 망대골목에서 이제 더 이상 사이렌은 울리지 않는다. 현재 이 골목은 약사 촉진 4구역 재개발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당초 3,000억 원 규모의 1,468세대 신규 아파트 건립을 추진했지만 주민 간 찬반이 나뉘면서 주민투표를 실시, 올 7월에 다수의 의견에 따라 사업 추진이 중단된 상황인데, 일부 주민이 사업 재개를 촉구하는 시위를 진행하는 등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 주민의 정비구역 해제 반대와 사업 추진 요구에도 약사 4구역은 기존 계획을 취소하고 새로운 도시 재정비 방안이 수립될 것으로 알려졌다.
저 무덤덤한 빌라와 그 뒤로 오랜 세월 춘천을 조망하던 망대의 운명이 새로운 갈림길 위에 서있게 된 셈이다. 무조건 때려 부수고 콘크리트 아파트 촌을 만드는 것도 문제지만, 언제까지 낙후된 환경 속에서 살아가야 할지 막막해하는 토착민들의 고난도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사람들이 떠나는 마을에 집을 얻은 형이 있다. 누구라도 하룻밤 잘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단출한 게스트하우스다. 클래식 기타를 연주하는 형의 방에 들어가 단잠을 청하고 아침에 일어나 낯선 악보를 본다. 음악은 꿈처럼 흐리게 그려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