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인제 합강_두 물이 모여 하나가 되다

CHAPTER 2. 첩첩산중에서 망망대해까지 (춘천-속초)

by 다모토리


시내버스의 힘은 전국의 구석구석 오지까지 운행하고 주마간산의 속도로 달린다는 것이다. 속도를 줄이면 그만큼 풍경이 선명해진다. 물론 생각은 더 많아진다. 포천에서 출발한 버스는 철원과 화천, 춘천과 홍천을 거쳐 내린천을 따라 인제에 이른다. 강원도의 국도는 17개 노선 총 1936.3㎞에 달하는데, 이 길은 인천과 고성을 동서로 잇는 총연장 269.2㎞의 국도 46호선 강원도 길이다.



인제를 통과하는 이 도로를 한가로이 지나다 보면 인제읍 합강리를 지나친다. 합강이란 지명은 인제군 서화면 북쪽 무산에서 발원한 인북천이 이곳에서 내린천과 섞여 비로소 소양강이란 이름을 얻게 되는 두물머리기 때문에 지어진 이름이다. 이제 소양강은 합강리에서 인제 시내를 유람하고 양구에서 잠시 전착하다가 표표히 춘천으로 흘러 들어간다.



이곳에 숙종 2년에 세운 합강정이란 정자가 있다. 우리 조상들은 두 개의 지류나 강이 합쳐지는 절경에 정자를 짓고 이름을 붙였는데, 사실 우리나라에는 합강정이란 이름의 정자가 여러 군데 있다. 가깝게는 여기 인제를 비롯해 세종시 연기면과 멀리는 통영시 욕지면에도 합강정이 있다.



그중에 역사적 의미로 보면 함안군 대산면 구암로에 있는 합강정이 으뜸이다. 함안 합강정은 지리산에서 발원한 남강과 태백산에서 발원한 낙동강이 만나는 지점에서 1km 정도 아래쪽 용화산 낙동강변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인조 11년 간 송당 조임도가 수학한 곳으로 그는 이곳에서 남명과 퇴계의 정신을 통합하여 자신의 학문을 완성했다고 한다. 발원지가 다른 두 개의 하천이 하나로 합쳐지며 전혀 새로운 강이 탄생하는 그곳에서 실제의 삶 또한 그렇게 살아보고자 한 선인의 사상과 고뇌가 묻어나는 장소가 바로 합강정이었던 것이다. 이데올로기와 계급 그리고 세대 간 갈등으로 반쪽이 된 이 나라를 보건대 한 번쯤 고민해봐야 할 선인들의 삶의 지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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