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즈 포켓 (God's Pocket, 2014) _존 슬래터리
헉! 이 영화 장난 아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패러디 류의 개 범벅 커뮤니티 블랙코미디. 코엔 형제가 교묘한 캐릭터 반전과 치밀한 사건 구성에 의한 긴장감 넘치는 유머가 압권이라면... 빔 벤더스는 묵직한 소통의 장벽에서 신음하는 블랙홀 류의 유머로 유명하다. 그런 류에 비해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진절머리(?) 나는 동네 커뮤니티에 집착하는 소통불능의 블랙코미디다.
인생이라는 어떤 전제가 있다 -> 어떤 사람이 어떤 동네에 산다는 전제다. 여기에서 인간의 모든 문제는 시작된다. 셰익스피어와 싸구려 포르노의 차이는 이 전제에서 만큼은 불가분의 공통분모다. 즉,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자신이 사는 동네 출신일 수도 있고, 그 동네 출신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전제다... 그리고 어쩌면 그 동네가 진짜 조그만 동네일 수도 있고, 혹은 도시일 수도, 국가적 형태일 수도 있다. 이건 확장하는 만큼 늘어난다.
(이 부분은 이 영화가 단순히 조그만 마을에 집착되어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미국적으로 확장되는 무한한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완벽하게 상기시켜 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조그만 마을 이야기가 아니라... 미국 얘기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는 미국 필라델피아 지역의 조그마한 마을인 갓즈 포켓이라는 동네에서 벌어지는 3일간의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말 그대로 작은 동네엔 역시나 또라이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동네 사람들은 그러한 특이한 사람들의 존재에 대해 너무나 익숙하게 대한다. 머 다들 또라이임으로.. 그런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는 이방인들의 시선에서도 같은 형태를 띠지만...
느닷없이 어느 날 예기치 않은 어떤 사고가 엄습하면... 일정한 커뮤니티의 사람들은 갑자기 토종과 이방인을 구분하기 시작한다. 사건을 다루는 태도도 역시 마찬가지다. '동네에서 함께 살기'라는 본질로 들어가는 문을 열면 이 커뮤니티는 곧바로 박살 난다. 어떤 사람들은 함께 사는 것을 싫어하고, 때로는 지겨워하고, 영원히 떠나고 싶어 하지만 결국은 그 동네를 떠나지 못하고 적응하고 눈치 보고.... 결국 스스로를 개조한다.
줄거리는 이렇다. 갓즈 포켓(god's poket)은 블루 컬러, 즉 현장 생산직 노동자를 말한다. 필라델피아의 어느 마을, 미키의 의붓아들 레온이 현장에서 꼴값을 떨다가 의문(?)의 사고사를 당한다. 미키(필립 세이모어 호프만)는 안 좋은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서 서둘러 레온의 장례를 치르려 한다. 그러나 지역 칼럼니스트(리처드 젠킨스)가 사건 냄새를 맡고 나타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된다. 미키의 아내는 아들의 죽음에 분명 우리가 모르는 비밀이 있을 거라며 미키에게 조사를 해 달라고 부탁한다. 미키는 경제적으로 복합적인 이유로 장례비를 지불할 수 없었고, 결국 레온의 시체를 숨기게 되는데...
이 영화는 우리 동네 이야기다. 그래서 웃음과 눈물이 교차한다. 이 영화가 선댄스 영화제 출품작이라는 것은 바로 이것을 표방한다. 이 영화가 미치도록 좋은 사람들도 있지만.. 이게 뭐야 하는 황당한 관객들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영화를 안 좋아할 수 있을까? 우리는 한 동네에 함께 살지만 취향이 틀리다.... 이렇듯 영화 밖 본질이 영화 속 이야기와 동일한 조건을 이루는 것은 그래서 우연이 아니며...'갓즈 포켓'은 선댄스 영화제에 초대된 마니아와 또라이가 한 동네에 살고 있음을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현재 상황으로 그대로 확장된다.
참고로 이 작품은 2년 전 유명을 달리한 명배우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의 유작 중 하나로 그의 명연기가 이 작품을 2014년 선댄스 영화제 드라마 부문 심사위원 대상 후보에 오르게 했다. 그는 이 영화에서 주연을 담당했지만 영화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런 명 배우를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그저 먹먹하고 가슴 아플 뿐이다. 주인공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의 명연기는 논외로 치더라도 이 영화에는 찬란한 조연들이 불을 뿜는다. '존 터루로' 나 '리처드 젠킨슨' 혹은 '크리스티나 핸드릭스' '에디 마산'등의 연기는 이 영화를 완벽이라는 장르로 순식간에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감독 '존 슬래터리'는 갓즈 포켓에서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말 그대로 신의 주머니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해 과연 신이 존재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부조리한 현실 속에 사는 인간의 군상을 불편하게 목도하도록 유도한다. 그러한 인간들의 사회 속에 기대와 희망은 있는 것인가? 우리는 그러한 부조리 속에서 과연 벗어날 수 있기는 한 것인지를 묻는다....
사는 게 장난이 아니다. 이런 말이 있다. 아무리 즐겁게 살려고 발버둥 쳐도 우리 주변은 늘 우울하다. 왜 그럴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아무리 벌어도 충족되지 않는 욕심, 아무리 버려도 해소되지 않는 허영, 아무리 하소연해도 이뤄지지 않는 기대와 바람.. 우리는 몰가치적인 세상에 떠밀려 쓸데없이 가진 자들을 위해 일을 해야 하고, 노동을 강요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한 사람들이 즐비한 사회 속에서 우리는 서로 완벽한 객체이며 소통불가의 개인들이다. 하지만 때로는 (세월호 같은) 사회적 사건이 그런 개인을 하나로 묶어준다. 그렇지만 하나의 사건으로 묶인 사람들은 태도를 유보하거나, 서로 등을 지거나 헐뜯고 욕한다. 그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바로 현재형 커뮤니티의 진실이다.
감독은 그러한 사회계층의 부조리, 잔인함, 절망 등의 비극적인 상황을 낙관론적인 통찰을 통해 날카로운 입담으로 영화를 담아냈다. 그는 유머와 비탄을 위트 넘치는 블랙코미디로 승화하였으며 개개인이 서로를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절대적으로 봐야 하는 영화다...
별 다섯 개 중 다섯 개 만점 준다. *****
한줄평 "내가 쓰레기라면 너도 쓰레기라는 평범한 진실을 동네 주민들의 입으로 깨닫게 해 준 수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