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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모토리 Mar 04. 2020

50. 양양시장 고려당_서울에는 없는 그 맛

CHAPTER 3. 바다가 내어준 푸른빛 길 (속초-묵호)


양양시장 앞에서 버스에서 내렸다. 강릉으로 가려면 지경리까지 가는 버스를 여기서 갈아타야 된다. 뭐, 내린 김에 한 끼 식사나 때워야겠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 이랬는데 장이 서지 않았다. 그렇다면 오늘도 면식 수행을 해야 하나. 물론 양양엔 단양면옥과 양양막국수가 있다.



하지만 오늘은 면 말고 뭔가 특별한 걸 먹어보고 싶었다. 양양에서만 맛볼 수 있는 그 맛을. 일단 모르면 물으랬다. 정거장에 가득 모이신 할머니에게 물었다. 양양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이 있을까요? 그러자 할머니 몇 분이 눈을 맞추시더니 건너편을 가리키신다.



“저거 먹어봤으요?”


손가락이 가리키고 있는 건 허름한 듯 보이는 철 지난 프랜차이즈 빵집 고려당이다. ‘고려당 말인가요’라고 물으니 가만히 고개만 끄덕이신다. 에이~빵은 아니지 하고 돌아서는데 할머니 한 분이 부르신다.


“어디가? 여(저기)를 가라니까, 저기 저기”



아, 괜히 여쭤봤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눈치를 보다가 어쩔 수 없이 꾸물꾸물 빵집으로 기어 들어갔다. 아! 그런데 이것은 무엇인가? 완두소보루가 800원, 야채빵이 1,000원, 모닝 피자가 1500원이다. 왜 이리 싼 거야? 가짜 고려당인가? 그러고 보니 서울에서 고려당 간판을 본지가 언젠지 기억이 안 난다. 사장님께 여쭤보니,


“제가 예전에 고려당에서 총괄 생산부장을 했어요. 그래서 계속 고려당이란 상호를 쓰고는 있는데, 우리 집은 본사에서 받는 빵이 아니라 제가 직접 반죽해서 만들고 있어요. 그렇게 이 자리에서만 25년을 했죠. 다들 저렴한데 맛있다고 하시네요”


1945년에 만들어져 양양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전통의 고려당. 토박이 할머니들의 까다로운 입맛까지 사로잡고 있었다. 배가 고파 보이는 데로 집어 든 빵들. 앙금빵 시리즈인 완두콩 빵, 호박빵, 고구마빵 그리고 밤만쥬에 슈크림빵, 우유 1개를 사고 내가 지불한 가격은 무려 6천 오백 원이었다. 뭐냐 이거. 너무 소심한 거 아닌가 할 정도로 저렴하다. 맛! 맛은 어떠냐고?


‘그건 비밀이에요’


이날 오후 정거장에 앉아 미친놈처럼 빵을 처먹다가 결국 버스를 놓쳤다. 언제 올지 모를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건너편에 또 하나의 간판이 나를 유혹했다.

‘붐비어는 세계 최고의 맥주 전문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그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시원한 맥주와....”

 #버스오딧세이 #양양고려당 #양양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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