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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모토리 Mar 06. 2020

57. 강릉 남대천 정류장_니들이 강릉을 알어?

CHAPTER 3. 바다가 내어준 푸른빛 길 (속초-묵호)


강릉 남대천은 백두대간의 물이 강원도 깊은 산골에서 발원해 계곡을 따라 동해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길목에 흐르는 하천이다. 이 뚝방길에는 매년 봄마다 단오가 열려 하늘 높이 그네가 오르고, 여름에는 빛나는 은어떼가 강물을 거슬러 올라 온 동네를 수박향으로 물들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말을 곧이 믿지 않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나 같은 외지인들이다. 강릉은 고향에 대한 자부심과 애틋함이 대단한 동네다. 하지만 그 애틋함은 양날의 검과 같아서 곧잘 외지인들에겐 밉상으로 보이기도 한다. 일테면 이런 거다. 강릉에 살 때다. 술집에 가서 소주를 시키는데 진로를 시키면 대놓고 구박을 한다. 왜 강릉사람이 경월을 안 마시고 서울 술을 시키냐는 것이다. 아이고야~이 정도면 내 돈 주고 편하게 술을 마시기는 그른 동네라고 할 수밖에 없다. 재밌는 건  이런 류의 잡스런 험담조차 분연코 용서치 않겠다는 이 동네 사람들의 외람된 애향정신이다.



그 이야기의 절정은 강릉 출신 작가 홍성암의 단편 ‘남대천의 은어 떼’에 등장한다. 서울 어느 거리의 포차 안에서 누군가 강릉에 대한 비호감을 진득하게 늘어놓는다.


“강릉이란 곳이 말이지, 사람들 무뚝뚝하기가 참나무 장작 같아. 생선 장수가 생선 값 흥정을 참지 못하고 함지박을 땅바닥에 팍 엎어버리질 않나, 봄철이면 흙먼지가 뿌옇게 날리는 높새바람이 밤낮으로 불어 대지, 5월에도 춘설이 내렸다 하면 폭설이야, 폭설”



그는 멈추지 않고 강릉의 혈류 남대천을 겨냥한다.


“남대천은 서울의 정릉천 보다 작고 수량도 적은데 감히 앞에 대자를 붙여 남대천이라 한다니. 이 작은 개천에서 무슨 은어 떼야!”


그러자 토박이 강릉 출신인 주인공이 “강릉 사람도 아닌 주제에 제 놈이 뭘 안다고?”라며 강릉에서 몇 년이나 살았느냐고 윽박지른다. 소설에선 된통 당한 취객이 객쩍게 퇴장하는데 분이 풀리지 않은 듯 주인공은 그를 향해 호령하듯 소리친다.


“여름철에 한 번 가보시오. 그러면 하얗게 밀려오는 은어 떼를 보게 될 것이요. 경포호의 부새우도 모르는 주제에”



버스를 기다리며 한 여름 남대천에 하얗게 몰려들었을 소설 속 은어 떼들을 상상해 보았다. 소설 속 주인공이 아마 강릉이 아닌 속초 사람이었고 누군가가 자신의 고향을 저렇게 힐난하고 있었다면 그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를 생각하니 웃음이 픽하고 나왔다. 안 봐도 그는 아마 들떠서 같이 속초를 흉보고 있었을 테니까.


#버스오딧세이 #강릉남대천정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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