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 바다가 내어준 푸른빛 길 (속초-묵호)
묵호에 가면 지인이 있다. 여행을 하다 보면 경비도 아낄 겸 반가운 지인도 만날 겸 미리 경로를 그리로 잡는 경우가 있다. 묵호엔 김정호 촌장님이 계신다. 나에게 그 유명한 천하일미 묵호태를 소개해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김정호 선배는 과묵하다. 술이 취하면 방바닥을 긁는 버릇이 있다. 그는 시문학 동인으로 등단한 시인이면서 묵호에서 시민행복발전소를 운영하는 촌장이기도 하다. 특이한 것은 촌장님의 집은 늘 열려 있다는 사실이다. 마음이 열려있으니 대문도 열려있어야 하는 게 당연한 게 아니냐고 되묻는데, 얼큰하게 술이 취했는데도 나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 혼자서 사는 집에 장독대가 무려 10여 개가 넘고 거기엔 총각 집에선 보기 힘든 고추장에 박힌 조기도 있다. 묵호를 떠날 때 선배는 아침부터 홀연히 사라지고 없었고 대문은 언제나처럼 활짝 열려 있었다. 나가는 길이 열려 있으면 돌아오는 길 역시 반가우리라 믿게 되었다. 즐거운 하룻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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