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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모토리 Mar 08. 2020

72. 주천-제천역_죄송합니다. 저 택시 탔어요

CHAPTER 4. 산골 오지에서 삶을 돌아보다 (동해-영주)


원주에서 헐레벌떡 간신히 버스를 타고 주천에 도착했다. 그런데 한참 걸려 도착했는데도 여전히 아침햇살이 쨍하다. 동네 이름도 술이 샘솟는다는 주천이라 낮술부터 생각나는데, 제천으로 나가는 버스를 일단 확보하고 동네 한 바퀴를 시도해보면 좋겠다 싶어 알아보니


‘버스가 없데’.


응? 제천으로 나가는 버스가 아침에 한 대 있고 저녁에 한 대가 있는데 오전 버스는


‘이미 나갔데’.


허허, 말도 안 되라며 한숨이 푹 하고 나온다. 어쩌랴, 배도 고프고 마침 종점 정류장에 아침식사가 되는 운산식당이 있다. 식사되나요? 하고 들어가니 주인아주머니가 ‘안되면 문이 열려 있건디’ 하신다. 그게 사실 서울에선 ‘아줌마 손님 입장요’ 이런 뜻인데, 하고 생각하다 쓸데없이 안 지려고 한마디 더했다.


“에이, 다 알고 묻는 거지요~머”


“알면서 왜 묻는디야, 이상한 아저씨네”



끝. 깨끗이 패배를 인정하고 백반을 주문했는데 얼쑤, 등장한 밥상이 기가 막힌다. 반주 한 잔을 시켜서 아침부터 거하게 한잔하고 나니 버스가 자꾸 걱정이 된다. 아주머니가 사정을 듣더니 언제 그 버스를 기다리냐며 제천역은 가까우니 택시 타고 가라고 권하신다. 내가 시내버스 여행 중이라서 택시 타면 반칙이라 그랬더니,


“팥들었슈, 팥없슈 알어?”


“...(뭐지? 알프스 소녀의 파트라슈를 말하는 건가?)”



“우리 주천 시장에만 있는 찹쌀도넛인데, 겉으로 보면 모르니께 친절하게 미리 알려주는거여. 미리 알려주면 세상에 문제 될게 하나두 없지”

하하하. 이 아주머니 국회의원 공천 컨설팅하시면 아주 잘하시겠다. 알겠습니다. 택시는 어디서 타나요? 그랬더니 전화를 거신다. ‘어디요, 제천역 손님 받아요’ 하신다. 아~여긴 아직 강원도 땅인데 왜 충청도 필이 확 하고 느껴지는 것일까? 아저씨가 오셨다. 택시를 끌고서. 카메라와 내 행색을 보더니 단도직입적으로 푹 들어오신다.



“딱 보니 귀농하시려고?”


“......(에구, 이 동네 참 많이 힘드네)”


“그게요, 귀농, 귀촌하면 은퇴자나 고령층이 많을 것
같죠? 근데 우리 동네는 의외로 젊은 층이 많이 와요. 청년들이 오면 제대로 정착할 수 있게 팍팍 지원해주니까 그렇게 됩디다. 이 동네에 사람이 없어서 묵혀 있는 밭이 많거든. 어디 한 필지 알아봐 드려?”


“무슨 농사가 잘되나요?”


“한 3천5백 평에 고추하고 참깨 재배하면 죽지는 않을거여. 근데 결혼은 하셨나? 애들은 있고? 아, 왜 묻냐면 귀농하는 양반들 10가구 중에 7가구가 혼자 내려오고 있다고, 그러니까 혼자 내려오면 오래 못 견기고 쉽게 포기하더라구”



멀리 제천역이 시야에 들어왔다. 잠시지만 귀농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해 준 기사님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지난해 귀농·귀촌을 꿈꾸고 농촌으로 내려간 인구는 대략 49만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들 중 얼마나 귀농에 성공했을지 궁금해졌다. 그때 제천역을 돌아 나가던 낯익은 택시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어이~~ 잘 생각해 보시라구”


#버스오딧세이 #주천_제천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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