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 산골 오지에서 삶을 돌아보다 (동해-영주)
단양 시외버스터미널에 내리자마자 앞으로 보이는 풍경은 아름다운 남한강과 산에 둘러싸인 고수대교의 웅장한 자태다. 고수대교는 단양읍을 가로지르는 남한강에 위치한 교량으로 단양읍 도전리와 고수리를 연결해준다. 이 다리를 건너면 고수리로 연결되어 고수동굴 등 단양의 여러 문화유적지를 만날 수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고수대교 아래를 흐르는 남한강은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쏘가리 낚시터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젠 그 명성을 잃어버렸다. 강이 4대 강 개발 때문에 사실상 호수가 되면서 예전의 투명하고 맑은 강물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강물이 오염되었으니 쏘가리를 비롯한 계류성 어종이 서식할 수 없다. 낚시꾼들도 더 이상 이 곳을 찾지 않는다. 전국 최고의 쏘가리 낚시터가 인공보에 의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쏘가리가 잡히던 일급수 강물이 오염되자 낚시꾼 대신 그물질하는 배가 등장했다. 쏘가리 대신 붕어, 피라미, 빠가사리나 모래무지가 대신 잡힌다. 문제는 고인 물을 좋아하는 배스나 블루길이 언제 남한강을 점령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단양 수중보 근처의 남한강에서 낚시와 야영 등 개인의 여가활동이 일절 금지되었다. 강이 동네 주민들의 곁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단양 수중보는 강물을 완전히 막지는 않고 부분적으로 막는 월류식이라지만, 강물의 흐름이 정체되고 미약해진다는 점에서는 여느 보와 다를 바 없다. 정부가 먼저 천문학적인 혈세를 들여 강물을 오염시키는 개발행위를 해놓고, 주민들이나 관광객들에게 낚시나 레저활동을 하지 말라고 한다. 이 정도면 주객전도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단양읍내의 어느 음식점 주인은 이런 볼멘소리를 했다.
"우리 집은 옛날부터 쏘가리 낚시꾼이 단골이었는데, 수중보가 완공되고 나서는 쏘가리 낚시꾼의 발길이 뚝 끊어지고 손님도 많이 줄었죠"
쏘가리 같은 일급 수종이 사라진 오염되고 죽은 강물 위로 관광유람선이 떠다닌다. 수중보, 유람선, 여가활동 가운데 어느 것이 환경훼손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까. 남한강의 수질을 오염시켜 물속의 생명들이 사라지게 한 일등공신은 과연 누구일까 생각해 본다.
#버스오딧세이 #고수대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