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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모토리 Mar 10. 2020

79. 봉화터미널_송이냄새에 하숙방 식객을 떠올리다

CHAPTER 5. 보부상의 애환이 서린 발품 길 (영주-대구)


대학 1학년 때는 자취경험이 없어 1년간 하숙집 생활을 했다. 행정학과 영주 촌놈, 법학과 부여 촌놈 그리고 속초 촌놈 세명이 같은 학년이었다. 거기다가 맨날 술 마시고 영주 친구 방에 와서 코를 드르렁하고 골아대는 불청객이 한 명 있었으니 행정학과 봉화 촌놈이었다. 본디 성격이 유순한데 뻔뻔한 구석이 있어서 아침밥 차려주면 식숙도 아닌 것이 제일 먼저 달려가 숟가락을 잡곤 했다. 그래서 하숙집 할머니가 귀여워했다.



어느 날 영주, 나, 봉화 촌놈 셋이 아침밥상을 받았는데 셋이 모르는 음식이 하나씩 있었다. 놀랍지만 나는 자연송이를 밥상에서 처음 봤고 영주와 봉화 친구들은 말린 양미리와 알도루묵을 처음 보았다고 고백했다. 내가 막 웃으니 ‘지는 송이도 첨으로 맛보면서’라며 비꼰다. 고성 송이가 아무리 유명해도 일반 서민들이 살면서 일면식 하기 힘든 음식이 송이와 운단(성게알)이었다. 외지 사람들이 구입하거나 전량이 수출되기 때문에 아예 시장에서 볼 수도 없었다.



봉화 촌놈은 날 때부터 송이 냄새를 맡았다고 자랑한다. 그날 이후 봉화가 송이로 유명하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송이버섯은  자생 조건이 까다로워 사람 손을 타고서는 재배가 힘들다. 소나무 숲이 필수인 특이한 환경에서만 자라기 때문이다. 봉화의 금강소나무 숲에서 자란 봉화송이는 육질이 단단하고 향이 짙으며 저장기간이 길어 전국 최고의 품질로 인정받고 있다. 봉화터미널에 내리자 농협공판장 앞에서 송이축제의 마지막 물건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송이는 어떻게 요리해야 가장 맛있나요?


“봉화산 한약을 멕인 소고기로 불고기나 로스구이로 즐기는 것이 제일 맛있죠. 이것저것 안 사고 진짜 간편하게 드시고 싶다면 용두마을 용두식당으로 가보세요. 거기가 송이 진짜배기로 음식합니다”



봉화 촌놈이 고향에 있었더라면 내 옷깃을 붙잡고 당장 찾아갔을 용두식당. 혼자 가기엔 조금 벅차서 송이버섯 몇 가닥만 사서 날로 씹어먹으며 춘향으로 향한다.


#버스오딧세이 #봉화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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