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 보부상의 애환이 서린 발품 길 (영주-대구)
억지춘향이란 단어가 있다. 국립국어원의 사전에는 이 말이 '어떤 일을 순리대로 하지 않고 억지로 하거나, 어떤 일이 억지로 겨우 이루어지는 경우'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라고 나와있다. 그런데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억지춘양’이라는 말이 같은 의미로 쓰이고 있다. 다행히 춘향이 춘양으로 바뀐 유래가 비교적 자세히 전해지고 있다.
이 말의 유래는 ‘춘양목’에서 시작된다. ‘춘양목’은 경북 봉화군 춘양면과 소천면 일대의 높은 산악지대에서 자라는 소나무인데, 이 소나무에서 좋은 향기가 난다고 해서 누군가 ‘春香木’이라 불렀다. 속이 붉고 단단해 건축재나 가구재로 인기를 끌면서 나무 장사치들이 일반 소나무를 속여 ‘춘향목’이라 우긴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다. 춘향목과 동네 춘양이란 발음이 절묘하게 엮이며 만들어진 그럴듯한 설인 듯 보이지만 근거가 없는 게 흠이다.
두 번째 설은 인재다. 춘양역은 경북 봉화군 춘양면에 있는 철도역인데 영동선이 개설될 때, 본래는 춘양면 입구 삼거리 (방전) 방향으로 직선 설계되어 춘양 시내로는 철도가 들어오지 않을 계획이었다. 그런데 당시 어느 국회의원이 억지로 우겨서 철로를 춘양 시내로 우회시켜버렸다. 그래서 억지춘양이 되었는데 이 말이 춘향전의 ‘춘향’이란 발음과 억지 수청의 억지가 유사한 데서 결국 억지춘향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로 우기는 주체들은 장사치나 정치가 등 뭔가 잇속을 차리는 사람들이다. 억지 춘향이 억지춘양으로 바뀐 것은 아마 춘양이 청정한 마을에서 변혁이 시작된 근대 이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억지’라는 단어는 다른 단어와 결합하여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데 아주 적절하다. ‘억지감투, 억지다짐, 억지웃음, 억지투정’ 등등.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억지를 쓰는 세상이었으면 ‘억지’를 이용한 단어가 이렇게 많이 만들어졌을까.
그런데 실제로 가본 춘양은 억지스러움이 전혀 보이지 않는 조용하고 고즈넉한 인심 좋은 마을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안 좋은 말을 만드는 이들은 그 마을 사람들이 아닐 가능성이 농후할 거란 생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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