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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모토리 Mar 14. 2020

89. 영덕 장사리 해변_잊혀지면 죽는다

CHAPTER 5. 보부상의 애환이 서린 발품 길 (영주-대구)


평해에서 포항을 가는 동해안 7 국도를 가다 보면 청정 바다를 자랑하는 영덕을 지난다. 영덕바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장사리 해변이다. 맑고 푸른 바다와 은빛 모래가 반짝이는 해변, 녹음이 가득한 송림이 낯선 방문객을 반긴다.



 ()’ ‘모래 ()’, 장사의 옛 이름은  모래사장을 뜻하는 진불이다. 경상도 방언으로 길다라는 말을 '진다'라고 발음해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하지만 장사해수욕장은 길이가 1km 남짓으로 그리 길진 않다. 하지만 송림 속 아담한 '진불 마을'은 오래전 동해안 해안마을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집집마다 담벼락은 있지만 대문이 거의 없다.


 장사해수욕장 오른편에 복제된 군함 ‘문산호 해안가에 정박해 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 9 14 새벽 4, 학도병 772명을 태운 문산호가 부산을 출발해  곳으로 접근했다. 인천 상륙작전을 앞두고  적을 교란시키기 위한 양동작전이었다.  스토리에 픽션을 가미해 2019 9월에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이란 영화가 개봉되었다. 흥행은 참패였다. 작품의 손익분기점은 '370 '이었으나 3분의 1 안 되는 110만에 그쳤다.



버스 창가로 지나가며 보이는 장사 해변의 문산호가 쓸쓸해 보였다. 잊혀진 영웅들이란 타이틀은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알았어야 잊혀질텐데  알지도 못하니 잊혀질 것이 있었을까란 의문이 든다. 영화 ‘명량 영화적 완성도가 현저하게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폭발적 흥행에 성공한 이유는  하나. 부재하는 현시대의 영웅적 캐릭터를 우리 역사에서 시기적절하게 마케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사리에 등장하는 학도병들은 지금 우리의 처지와 비슷하다. 그들의 필사적 전투에는 애국의 이유 말고 다른 설정이 없다. 영화 기생충이 보여주는 삶의 전투보다  리얼하다. 관객들은 불편하고 흥미롭지 않다. 곽경택 감독의 리트머스는 이쯤에서 실험을 멈추는 듯 보인다. 학도병의 사연만으론 국뽕이나 애국영화에 대한 병적 터부를 극복하기는 어렵다.



애초에 승산이 전혀 없는 싸움을 이기는 영웅스토리와 애초에 승산이 조금은 있어 보였음에도 초토화로 끝나버린 잊혀진 영웅스토리. 우린 지금 누구를 기억하고 싶어 하는지 장사리 해변은 쓸쓸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버스오딧세이 #영덕_장사리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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