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 보부상의 애환이 서린 발품 길 (영주-대구)
금척리와 경계를 맞대고 있는 마을은 건천이다. 마른 하천이란 뜻이다. 건천 송선리에서 시작되어 형산강 제1지류인 대천으로 유입되는데 건천이 하류인지라 많은 양의 폭우가 내려야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건천은 경주 인근에서 한우가 맛있기로 유명하다. 재밌는 것은 300-1번 버스를 타고 건천에 오다 보면 효현고개를 넘어야 하는데 일명 소태고개라고 한다. 옛날에 소도둑이 자주 출몰하던 고개라 그렇게 불렀다는 것인데, 그 소도둑들이 건천에서 훔쳐온 소를 여기에다 매어놓고 쉬었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얼마나 맛있었으면 고개를 넘어 소를 훔치러 갔을까. 이런 스토리라면 맛을 안 볼 수가 없다.
건천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한우집 ‘육림식당’을 찾았다. 갈빗살 등심 150g에 2만 원, 안창살은 따로 100g에 2만 원이다. 적당한 가격이다. 메뉴표에 한우 암소라고 적시되어 있다. 암소가 한우의 깊은 맛과 고소함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는 건 상식이다. 물론 한우에는 암소 말고 거세우도 있다. 거세우는 숫소다. 어릴 때 고환을 떼내 암소처럼 키운 소인데 암소보다 가격이 저렴하지만 맛이 암소만은 못한 게 사실이다.
이 식당은 암소고기만을 고집한다. 수입육 <육우 <거세우 <암소 순으로 맛이 구분된다. 당근 좋은 숯불에 구워야 더 맛있다. 암소의 깊고 고소한 맛이 혀에 붙자 불쑥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유명한 문장이 떠올랐다.
“혀 밑의 긴 터널을 지나니 마블국이었다. 밤의 밑바닥까지 고소해졌다. 술잔이 멈췄다."
*아, 그리고 건천시장 안에 ‘진양 닭집’ 최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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