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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모토리 Mar 14. 2020

94. 경주시 아화리_가는 날이 장날이라지

CHAPTER 5. 보부상의 애환이 서린 발품 길 (영주-대구)


어머니는 짜장면을 싫어하셨지만 아버지는 국수를 좋아하셨다. 국수는 면이라고 한다. 조리가 비교적 간단해 세계적으로 빵보다 역사가 깊다. 조리가 간단하다는 것은 애주가에겐 복음과도 같은 것이다.


술이 얼근하게 되셔서 집으로 오시는 아버지의 손엔 언제나 아랫동네 국수 빼는 강릉집에서 방금 건조한 소면  동거리가 들려 있었다. 빙고! 나는  김에 심야의 최고 메뉴인 엄마의 잔치국수를 주기적으로 맛볼 수 있었다. 나의 면식 기행은 사실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건천에서 하룻밤을 자고 아점으로 국수를 먹겠다고 후다닥 달려온 길이다. 드디어 버스가 경주시 서면 아화리에 도착했다. 아화는 행정구역상 경주에 속해 있지만 영천이  가깝다. 그러거나 저러거나, 건천 농협 쪽으로 걸어가니 왼쪽에 경주 아화 전통 국수라는 간판이 보인다. 골목 안쪽으로 아화국수를 만드는 아화제면이 있다. 1968년에 창업해 2대째 전통 제조 방식을 고수하며 국수만을 만들어온 향토기업이다.



전통 제조방식이라곤 하지만 그저 다른 첨가물 없이 밀가루와 소금물만 이용해 자연 건조방식을 고집한다.  특이한 건 사계절 질리지 않게 계절별로 각기 다른 반죽과 건조방식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미식가들 소문으로는 밀가루와 소금만으로 만드는데도 시중에 파는 국수와 맛의 차이가 천지차이로 난다고 한다. 반죽부터 숙성, 건조까지 반세기 장인의 손을 거친 국수 맛이란 과연 어떤 맛일까? 김영철 대표에게 물었다.


국수 한올이 나오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반죽을  다음 숙성을 거쳐 국수를 뽑고, 말리고, 자르고 포장을 합니다.  모든 과정이 기계가 아닌 손으로 하는 작업입니다. 마지막으로 국수 뽑을  신경을  쓰면 국수가 갈라지거나 국수의 굵기가 달라져서  맛이 안 나요.”


얼른 국수를 맛보고 싶은데 여긴 국수만   있고 음식을 만들지는 않는다. 어디서 맛을 볼 수 있나 하고 두리번거리는데 사장님이 한마디  해주신다.


우리 국수의 결정적 비법은 자연건조입니다. 그런데 여름에는 장마철 습기 때문에 국수가 마르지 않아요.  마르지 않은 국수는 자꾸 늘어나서 땅에 까지 닿게 되는데, 그때 작업이 제일 힘듭니다.”



네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근데 어디서 먹을 수 있나요? 그러자 사장님이 바로 옆에 여기에서 만드는 소면으로 끓여내는 국숫집이 있다고 하신다. 오호라. 빨리빨리 가자구. 저기 있다 있어. 바로 <야자수 식당>이구나. 아화국수를 맛있게 삶아내기로 알음알음 동네 입소문이 자자하게  곳이다. 흔히 먹는 국수는 입에 들어가면 그냥 뚝뚝 끊어지고 씹는 맛이 없는데, 아화국수는 쫄깃하고 퍼지지 않아 입안에서 오래 국수의 맛이 머문다는  맛을 나도 이제 즐길 수 있다!


‘덜컹.. 덜컹’


뭐냐? 뭐지? 문이 잠겼어. 에이, 사장님이 어디 잠깐 출타 갔나 보지. 그러고 열리지 않는 문틈으로 가게를 건네보며 기다리고 있는데, 지나가는 동네 할머니가 나를 슬쩍 보더니 한마디 하신다.


거기 오늘 영업 안 . 노는 날이야


어디서 ‘~유육하고 길가의 바람인형 공기 빠지는 소리가 들린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결국 근처 중국집에서 짬뽕을 시켜먹으며 아화국수 후기를 처량하게 봐야만 했다.



국물부터  모금.   모금. '~ 좋다' 탄성이 절로 난다. 쫄깃하다기보단 부드러운 면발이다. 입술만으로도 끊어지는 무르지도 않고 가볍게  치고 넘어가는 식감. 오랜만에 기막힌 인생 국수를 만났다.”


#버스오딧세이 #아화제면소 #아화국수 #야자수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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