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희성 Sep 29. 2021

프리랜서가 습관성 불안을 이기는 법

이번 달도 잘 해낼 수 있을까?

지극히 평범한 나에게 일어난 가장 신비로운 체험 중 하나는 몇 년 전 꾼 꿈 중에 아직도 잊히지 않는 생생한 장면이 있다는 것이다. 어떤 꿈이냐면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찰흙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어린 시절의 나'에게 지금의 내가 다가가 말을 걸었다. 


"살면서 힘든 일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잘 이겨내야 해. 지금은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잘 모를거야. 그렇지만 언젠가는 꼭 이 말을 기억해줘"


거의 울먹이면서, 온 마음을 다해 외쳤다.


초등학생인 나를 발견하고 다가가 말을 걸기까지의 그 느낌이 너무도 이상해서 아직도 잊히지가 않는다. 그냥 단지 오래 기억되는 꿈이 아니라 정말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간 것 같은 실제적인 느낌이 있다. 아직까지도 문득 그 때의 기분이 생각나 생각에 잠기곤 한다. 어쩌면 나도 모르게 타임슬립을 해 버린 걸지도. 


지금의 나는 정말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난 걸까? 어린 시절의 나는 미래의 나를 정말로 만난 적이 있을까? 지금 이렇게 힘내서 잘 살아가고 있는 걸 보면, 어쩌면 정말 그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프리랜서로 사는 건 자유롭지만 모든 걸 혼자서 감내해야 하기에 도저히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순간도 종종 찾아온다. 모든 종류의 삶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 프리랜서는 불안과 싸우는 일이 더 많다. 일이 몰릴 때면 '내가 정말 다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에 시달리기도 하고 완성한 결과물을 파일에 첨부해 '보내기' 버튼을 누르기 직전에는 '혹시 내가 완전 망쳐버려서 다음에 다신 일 안들어오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은 마감도 지나고 보면 어찌어찌 다 되고 결과물을 보면 꽤 뿌듯할 정도로 스스로도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일을 망쳐버려서 다신 일 안들어오는 일 따윈 지금까진 일어나지 않았다. 회사라는 울타리 밖, 야생에 내던져진 프리랜서의 습관성 불안일 것이다.  


혼자 일하면서 도저히 못 해낼 것 같은 불안에 시달릴 때면 그 때 과거의 나에게 외쳤던 내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들려오는 듯 하다. 새벽녘까지 일하다 망연자실할 때면 나는 "살면서 힘든 일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잘 이겨내야 해. 지금은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잘 모를거야. 그렇지만 언젠가는 꼭 이 말을 기억해줘"라는 말이 떠올라 다시 정신을 차린다. 지금 나에게 가장 힘이 되는 것은 유명인의 명언이나 자기계발서 속 한 문장이 아닌 나의 목소리다.    


내가 만난 과거의 나는 딱 요맘때였던 것 같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