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토박이의 일상음식을 찾아서
제주시민속오일장을 지나가다 제 눈에 들어온 말린멜. 집에 와 보니 제 손엔 말린 멜 한봉지가 들려져 있더라고요.
사실 전 멜을 싫어했습니다.
그 이유는 저희 친정엄마가 제가 고등학교때 트럭장수로 멜과 자리를 하셨거든요. 지금은 거의 보이지 않지만 30여년 전만 해도 마을에 트럭장수들이 많이 왔었잖아요? 과일장수 생선장수 등등요. 저희 친정엄마는 가정주부에서 IMF후폭풍을 맞고는 제가 고등학교때 자리와 멜을 파는 트럭장수로 변신하셨지요. 심지어 그 당시 엄마의 나이는 지금의 저보다도 어렸어요. 가끔씩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김진경 너도 너희 엄마처럼 할 수 있어?”
“자리삽써, 멜삽써”트럭에서 나오는 확성기 소리만 들리면 전 엄마인 줄 알고 친구들하고 있다가도 숨기바빴어요.(진짜 철없었다 여고생) 그래도 엄마랑 같이 밤에 평화로 길도 뚫리기 전인 고불고불 서부산업도로를 타고 한라산을 넘어 모슬포공판장에서 멜도 받고 새벽에 선주들께 배달도 하고 그랬던 추억이 있어요. 그시절 멜은 제 애증이 그대로 담겨 있었어요. 전 고등학생때 멜과 자리를 수천만마리 보며 컸고 멜로 만든 음식은 질리도록 봐 와서 즐겨먹지 않게 되었습니다. 팔고 남은 멜은 엄마가 집에서 늘 멜젓을 담그셨으니까 멜과 함께 고등학교를 다녔다 해도 과언은 아니에요.
그런데 나이가 드니 입맛도 변하고 제주음식들도 새롭게 보이기 시작하나봐요. 멜조림 멜국 멜젓은 없어서 못먹는 음식이 되었어요. 그 많던 멜들은 이제 개체수가 점점 줄어들어 작년이는 정말 금멜이라고 할 정도로 보기가 어렵다 했어요. 그래서 간간히 어물전에 멜이 나와있음 그저 반갑습니다.
이제 곧 콩잎이 나오니까 제 멜 사랑은 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 같아요. 제발 콩잎에 멜조림 싸서 드셔보세요. 광대가 승천해요
지난 오일장에서 산 말린멜을 이용해 멜조림을 만들었어요.
마른멜의 딱딱함과 특유의 취를 좀 완화하려고 맛술과 쌀뜨물을 사용했고요.
청양고추가 있었다면 좀 더 알싸한 맛의 멜조림이었을 텐데. 하지만 맵찔이인 저는 딱 좋은 매콤함이었고요. 불끄고 참깨, 참기름, 꿀 약간 넣어 마무리하면 밥도둑도 이런 밥도둑이 없습니다.
언제 한 번 멜조림 쿠킹클래스 할까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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