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이야기 8
1
밤새 빗소리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고 하루 종일 빗소리를 들으며 일했다.
가끔 잠이 오지 않을 때 비 오는 소리, 파도소리를 들을 수 있는 어플을 켜놓고 잠을 청하는데
진짜 빗소리에는 잠을 잘 자지 못한다. 집에서 들을 수 있는 빗소리가 창문을 두드리는 강한 소리만 들려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어제 다도 교실에서 찻자리가 있었다.
도코노마에는 계절에 어울리는 문구가 적힌 족자가 걸려 있었고 그 뜻을 선생님께서 설명해주셨다.
족자의 한자는 '開門落葉多'으로 아래 시에서 온 것으로 보였다.(이 부분은 일본 야후에서 찾아보았음.)
雨を聴いて寒更尽き、門を開ひらけば落葉多し
밤새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추웠던 지난밤.
아침에 일어나 문을 여니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빗소리라고 여겼던 소리가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였다.
선생님께서 해주신 이야기는 대충 이랬다.
한 스님이 계절이 흐르는지도 모르고 수행에 정진하고 있었다.
그러다 밤새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겨울이 왔나 했는데 아침에 문을 열어보니 낙엽이 쌓여 있었다.
그 낙엽을 보고 스님은 그동안의 노력과 시간이 쌓여 있다고 말했다는 것.
보통 낙엽은 떨어지면 사라진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그 낙엽이야말로 그때까지 쌓아온 노력, 성과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런 노력은 내가 이야기하지 않아도 주변 사람들은 저절로 알고 도와주기 때문에
세상은 결코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낙엽에 대해서 저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사물을 바라보는 다른 관점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은 시간이었고
차를 마시며 듣는 그 이야기가 어찌나 좋은지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2
큰 이모부께서 돌아가셨다.
올해 초부터 요양원에 계셨는데 코로나로 가족 면회도 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서 치매도 악화되었고 몸 상태도 안 좋으셨던 것 같다. 갑자기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셨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리고 오늘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뵌 것이 요양원에 들어가시기 몇 년 전 조카 돌잔치에 오셨을 때였는데 그날이 자꾸 떠오른다.
그때도 치매가 좀 진행된 상태여서 사람을 못 알아보실 때도 있다고 했지만 그날은 나를 알아보시고 볼을 부비며 웃어주셨다.
항상 나를 보면 천진난만하게 웃어주셨는데 이제 그 웃음을 보지 못하게 되었다.
하루 종일 서로 볼을 부비던 그날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려 눈물이 차오른다.
3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50일이 되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50일을 앞두고 어제 정말 정신을 놓고 있다가 밴드에 인증을 하지 못했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고 허탈했지만 블로그와 브런치에는 글을 썼으니 그나마 다행이지 싶다.
50일 동안 글을 쓰면서 달라진 점은 뭘까.
우선 글을 쓰는 습관이 조금은 들었다는 것. 그리고 어떤 글이 내 글을 읽어주는 독자에게 도움이 될지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 아직은 어떤 도움이 되는 글을 쓰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것을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발전한 것 아닐까 싶다.
앞으로 남은 50일도 너무 힘들이지 말고 부담도 가지지 않고 일단 글을 써보자. 쓰다보면 뭔가 방향이 설정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