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으로 글감을 상실하다

매일의 글쓰기 19

by kotobadesign


나흘째 집에 있었다. 오늘이 닷새째.

지난 수요일 다도 수업에 다녀온 이후로 집에만 있다.

물론 잠깐 커피 사러 잠깐 편의점에 잠깐 김밥 사러 밖에 나갔다 오긴 했지만

훅 뛰어갔다 훅 뛰어오는, 나갔다고도 할 수 없는 바깥 구경이었다.

그러다 보니 글감을 상실했다. 뭘 쓰지 계속 생각하는데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오늘 마감인 일도 있어서 그것으로 마음이 조급해 더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며칠 집콕하면서 계속 책상 앞에 앉아 일만 하고 일상이 너무 단조로워지다 보니

머릿속도 단순해지는지 쓸만한 내용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니 이렇게 글감이 없다고 글을 쓰고 있는 상황이 벌어진다.




글쓰기.

나에게는 아직 오지 않은 어쩌면 영원히 오지 않을 세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올해 나름의 큰 성과라고 하면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그전까지는 글쓰기에 관심은 있어도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긴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도전해야겠다 싶어서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도전으로 달라진 변화가 몇 가지 있다.

첫 번째 어디를 가든 이게 글감이 될까 생각하게 되는 버릇이 들었다는 것이다.

글감을 생각하다가 이런 주제로 묶어서 브런치에 매거진 발행을 해볼까? 이런 내용을 쓰면 내 글을 읽는 사람이 좋아할까? 설령 그때 생각한 주제나 상황을 실제로 글로 쓰지 않더라도 조금은 다른 관점으로 글과 연결 지어 생각하게 되었다.

두 번째 지금까지 메모도 잘하지 않았는데(요즘 밖에 안 나가니 다시 멈추긴 했지만) 수첩을 들고 다니며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는 다이어리에 메모를 열심히 하고 블로그에도 열심히 글을 남겼는데 언제부터인가 멈췄던 것 같다. 그러다가 이제 가방에 항상 수첩을 넣고 다니며 잠시 멈춰 생각할 때마다 무언가 끄적거리고 있다. 그럴 때 항상 연필(가끔 좋아하는 볼펜)을 사용하는데 연필의 사각거림과 종이의 느낌이 좋다.

세 번째 글쓰기에 약간 부담이 없어졌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무조건 잘 써서 올려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게 있었는데

지금은 매일 쓰다 보니 긴 글을 항상 잘 쓸 수는 없는 노릇이라 편하게 생각하자며 쓰는 것 같다.

(이런 글에 블로그와 브런치에 좋아요를 눌러주시는 분들에게 정말 죄송한 마음만...)

비록 주제도 왔다 갔다 하고 일관성도 없고 그냥 넋두리 같은 글이지만

글쓰기를 일상화한 것만으로도 어쩌면 글쓰기에 한 발 다가간 것 아닐까 생각한다.




지난번 코로나가 2차 유행했을 때도 이번 3차 유행에도 글쓰기는 매일 나에게 할 일을 주었다.

글을 쓰면서 위안을 받았다고 하면 너무 과장된 느낌이 들어 간질간질하지만 그런 부분도 분명 있었다.

오늘은 뭘 쓸까 생각하는 시간도 고민은 되지만 괴롭지는 않다. 그러니 글감 없다는 한탄하는 글도 이렇게 쓸 수 있는 것 같다.

매일의 글쓰기, 글쓰기의 일상화. 올해의 작은 혹은 큰 성과 가운데 하나다.

이게 어떤 점이 되어 선을 이룰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선이 되지 않더라도 그 점의 존재만으로도 고맙다.


오늘은 나흘 만에 잠시 외출한다.

상황이 이러니 조심조심 다니고 되도록 빨리 돌아올 예정이지만 단조로워진 일상에서 밖에서 받게 될 자극이 새삼 기대된다. 그리고 그것이 언젠가는 글감이 되어 글로 이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쐬게 될 햇살이 반갑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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