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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의 상징대로, 육조거리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

by 고부엉씨

경희궁 옆에 있는 서울역사박물관에 다녀왔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진행되는 [한양의 상징대로, 육조거리] 전시를 보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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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는 국립고궁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이 각각 광화문 일대 역사를 조명하는 "광화문 600년: 세 가지 이야기" 전시 중 하나로 기획되었다. 이 중 국립고궁박물관의 [고궁연화] 전시는 2월 27일 자로 끝났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전시들도 3월로 마무리되니 아직 안 가본 사람들이 있다면 이거라도 가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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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사박물관은 김종성이라는 건축가가 설계했다고 한다. 외관을 좀 더 가까이에서 찍은 사진이 있으면 좋았겠지만... 아무튼 솔직히 밖에서 봤을 때 그렇게 예뻐 보이는 건물은 아니다.


사실 이 건물은 지어질 때부터 논란이 좀 있었다. 이 자리가 경희궁터이기 때문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완전한 복원이 불가능한 부분이 있어 부지를 활용했는데, 건설이 추진될 당시에는 추후 복원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반대 목소리나 엄밀한 고고학적 발굴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에게는 서울역사박물관이 시작부터 일종의 '미운 털'이 박힌 건물이 되어 버린 듯한 느낌...


아무튼 이 박물관의 설계와 건축가 김종성 씨 관련해서는 아래 콘텐츠를 읽어보면 약간이나마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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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조거리 전시는 1층 한 편에서 진행되고 있다. 입장료 무료. 들어가면 동선을 화살표로 표시해 주었기 때문에 따라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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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자마자는 과거 육조거리였던 지금 세종로 일대의 발굴 현황이 정리되어 있다.


이후 본격적인 전시가 시작되는데 전시 전반부에서는 육조거리라는 일종의 '행정 단지'가 어떻게 조성되었는지, 한양 도성 내에서 어디에 위치했고 또 어떤 모습으로 그려졌는지 등이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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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지도에 표시된 육조거리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임진왜란 전후 상황이 재미있었다. 임란 이후 경복궁을 비롯해 한양이 쑥대밭이 되고 정궁도 창덕궁이 되었지만 육조거리는 경복궁 앞 원래 자리에 복구했다는 것이다. 이는 '육조거리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라고 설명이 되어 있으나... 뭔가 만족스럽지 않은 설명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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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폐허가 된 경복궁은 그냥 놔두기만 했을까?'하는 의문을 갖고 있었는데 영조 때부터는 경복궁에서 가끔 과거시험을 비롯한 여러 국가 행사를 치르기도 했다고 한다. 아마 양 난 이후 100년 남짓 지나 전쟁의 상처도 어느 정도 무뎌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오른쪽 사진은 경복궁에서 발표한 문과시험 합격증서다. 한자를 제대로 읽지도 못하지만 합격증서 같은 건 괜히 찍어가고 싶음... 좋은 기운 받아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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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정전 옛 터에서 치러진 문과시험을 그린 그림과 육조거리에서 많이 이뤄졌던 상언, 격쟁(왕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는 민원행위)에 대한 설명 등이 좌우로 놓인 통로를 지나 전시는 다음 파트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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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는 육조거리에 속해있던 관청 하나하나에 대해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 육조거리에 있었던 의정부 및 육조(이호예병형공) 등 기관의 역할, 관제 등을 알아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감상...이라기보단 공부하는 시간에 가까워서 재미는 없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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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는 육조거리 관청을 오가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관원들의 출퇴근 시간이나 월급, 모임 등 사람 사는 얘기를 해놓아서 조금 더 흥미 있게 볼 수 있었던 파트다.


관직명단표가 있는데 유성룡과 이순신의 이름이 있다고 하여 이름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 들여다봤다. 결국 유성룡은 찾았으나 이순신 장군님 이름은 못 찾았다. 혹시 찾으시는 분 있으면 어딨는지 좀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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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복 색이나 모양새, 가슴팍에 새겨진 자수 모두 참 예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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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 금주령이 내려졌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영조대에 제사상에도 못 올리게 할 정도로 엄청 강하게 하긴 했지만 이때도 뒤에서 몰래몰래 마실 사람은 다 마셨다고 한다.


금주령은 정조가 왕위에 오른 뒤 사라졌다. 특히 육조거리 배후지역은 술집이 즐비한 유흥가였다는 설명을 보면 퇴근하고 술 생각 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뭐 마찬가지인 것 같다. 전시 마지막 즈음에 육조 관원들이 퇴근하고 술 먹고 노는 모습을 모형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그 모습이 꽤 생생하고 귀엽기도 하고 그래서 인상적이었다.




육조거리 전시는 여기서 끝난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렸던 고궁연화 전시와 비교했을 때 생각보다 전시 규모가 크고 내용적으로 꽉꽉 채워졌다는 느낌이 들어서 나름 만족스러웠다. 또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서울 한복판을 육조거리라는 테마로 다시 한번 살펴볼 수 있어 새롭기도 했다.


다만, 이런 관점이나 사실들을 공부한다는 의미 외에 시각적으로나 감성적으로 크게 자극이 되는 유물이나 디스플레이는 없었다는 점은 조금 아쉬운 듯하다. 이건 뭐 고궁연화 전시도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냥 이번 [광화문 600년] 전시 자체를 그렇게 접근하는 게 맞는 것 같다. 현재 우리가 걷고, 생활하는 공간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생각해 보는 정도?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광화문 전시도 약간은 기대가 된다. 세 개 중에 두 개 봤으니 안 볼 수도 없고... 끝나기 전에 부지런히 움직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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