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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부엉씨 Mar 10. 2022

한양의 상징대로, 육조거리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

경희궁 옆에 있는 서울역사박물관에 다녀왔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진행되는 [한양의 상징대로, 육조거리] 전시를 보기 위해서다.

이 전시는 국립고궁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이 각각 광화문 일대 역사를 조명하는 "광화문 600년: 세 가지 이야기" 전시 중 하나로 기획되었다. 이 중 국립고궁박물관의 [고궁연화] 전시는 2월 27일 자로 끝났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전시들도 3월로 마무리되니 아직 안 가본 사람들이 있다면 이거라도 가서 보자.

서울역사박물관은 김종성이라는 건축가가 설계했다고 한다. 외관을 좀 더 가까이에서 찍은 사진이 있으면 좋았겠지만... 아무튼 솔직히 밖에서 봤을 때 그렇게 예뻐 보이는 건물은 아니다.


사실 이 건물은 지어질 때부터 논란이 좀 있었다. 이 자리가 경희궁터이기 때문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완전한 복원이 불가능한 부분이 있어 부지를 활용했는데, 건설이 추진될 당시에는 추후 복원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반대 목소리나 엄밀한 고고학적 발굴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에게는 서울역사박물관이 시작부터 일종의 '미운 털'이 박힌 건물이 되어 버린 듯한 느낌...


아무튼 이 박물관의 설계와 건축가 김종성 씨 관련해서는 아래 콘텐츠를 읽어보면 약간이나마 도움이 될 것 같다.

육조거리 전시는 1층 한 편에서 진행되고 있다. 입장료 무료. 들어가면 동선을 화살표로 표시해 주었기 때문에 따라가면 된다.

들어가자마자는 과거 육조거리였던 지금 세종로 일대의 발굴 현황이 정리되어 있다. 


이후 본격적인 전시가 시작되는데 전시 전반부에서는 육조거리라는 일종의 '행정 단지'가 어떻게 조성되었는지, 한양 도성 내에서 어디에 위치했고 또 어떤 모습으로 그려졌는지 등이 소개된다.

주로 지도에 표시된 육조거리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임진왜란 전후 상황이 재미있었다. 임란 이후 경복궁을 비롯해 한양이 쑥대밭이 되고 정궁도 창덕궁이 되었지만 육조거리는 경복궁 앞 원래 자리에 복구했다는 것이다. 이는 '육조거리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라고 설명이 되어 있으나... 뭔가 만족스럽지 않은 설명이었음.

늘 '폐허가 된 경복궁은 그냥 놔두기만 했을까?'하는 의문을 갖고 있었는데 영조 때부터는 경복궁에서 가끔 과거시험을 비롯한 여러 국가 행사를 치르기도 했다고 한다. 아마 양 난 이후 100년 남짓 지나 전쟁의 상처도 어느 정도 무뎌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오른쪽 사진은 경복궁에서 발표한 문과시험 합격증서다. 한자를 제대로 읽지도 못하지만 합격증서 같은 건 괜히 찍어가고 싶음... 좋은 기운 받아 갑니다...

근정전 옛 터에서 치러진 문과시험을 그린 그림과 육조거리에서 많이 이뤄졌던 상언, 격쟁(왕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는 민원행위)에 대한 설명 등이 좌우로 놓인 통로를 지나 전시는 다음 파트로 넘어간다.

여기서부터는 육조거리에 속해있던 관청 하나하나에 대해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 육조거리에 있었던 의정부 및 육조(이호예병형공) 등 기관의 역할, 관제 등을 알아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감상...이라기보단 공부하는 시간에 가까워서 재미는 없었다 ㅎㅎ;;

이후에는 육조거리 관청을 오가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관원들의 출퇴근 시간이나 월급, 모임 등 사람 사는 얘기를 해놓아서 조금 더 흥미 있게 볼 수 있었던 파트다.


관직명단표가 있는데 유성룡과 이순신의 이름이 있다고 하여 이름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 들여다봤다. 결국 유성룡은 찾았으나 이순신 장군님 이름은 못 찾았다. 혹시 찾으시는 분 있으면 어딨는지 좀 알려주세요... 

관복 색이나 모양새, 가슴팍에 새겨진 자수 모두 참 예쁜 것 같다.

조선시대에 금주령이 내려졌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영조대에 제사상에도 못 올리게 할 정도로 엄청 강하게 하긴 했지만 이때도 뒤에서 몰래몰래 마실 사람은 다 마셨다고 한다. 


금주령은 정조가 왕위에 오른 뒤 사라졌다. 특히 육조거리 배후지역은 술집이 즐비한 유흥가였다는 설명을 보면 퇴근하고 술 생각 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뭐 마찬가지인 것 같다. 전시 마지막 즈음에 육조 관원들이 퇴근하고 술 먹고 노는 모습을 모형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그 모습이 꽤 생생하고 귀엽기도 하고 그래서 인상적이었다.




육조거리 전시는 여기서 끝난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렸던 고궁연화 전시와 비교했을 때 생각보다 전시 규모가 크고 내용적으로 꽉꽉 채워졌다는 느낌이 들어서 나름 만족스러웠다. 또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서울 한복판을 육조거리라는 테마로 다시 한번 살펴볼 수 있어 새롭기도 했다.


다만, 이런 관점이나 사실들을 공부한다는 의미 외에 시각적으로나 감성적으로 크게 자극이 되는 유물이나 디스플레이는 없었다는 점은 조금 아쉬운 듯하다. 이건 뭐 고궁연화 전시도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냥 이번 [광화문 600년] 전시 자체를 그렇게 접근하는 게 맞는 것 같다. 현재 우리가 걷고, 생활하는 공간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생각해 보는 정도?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광화문 전시도 약간은 기대가 된다. 세 개 중에 두 개 봤으니 안 볼 수도 없고... 끝나기 전에 부지런히 움직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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