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사냥꾼의 닭요리
지난 한 주, 제가 먹은 닭의 양입니다. 육수를 낸다고 구입한 1+1 닭을 혼자 요리해 먹었고, 주말에는 여자 친구와 소위 '두 마리 치킨'이라는 것을 사서 나눠 먹었으니까요. 지금 이렇게 생각해보니 일주일 내내 닭만 먹은 것 같아 저 스스로도 놀라게 되네요... 아닌 게아니라, 닭은 참 부담 없는 식재료죠. 마음 같아서는 일주일에 세 마리가 아니라 하루에 세 마리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재밌는 것은, 닭고기가 동서고금을 막론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그렇게 친근하고 사랑받은 재료라는 사실입니다(물론 하루 세 마리까진 아니겠지만...) 깐풍기, 코코뱅, 후라이드 치킨, 닭도리탕, 닭고기를 사용한 커리 등, 닭을 이용한 요리가 전 지구적으로 다양하고 풍부하게 발달해온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저는 수많은 닭요리 중에서도 이탈리아식 닭요리를 준비했는데요. 이름이 참 재밌습니다. Chicken Cacciatore(치킨 카치아토레), 그러니까 '사냥꾼의, 혹은 사냥꾼 식으로, 만든 닭요리'라는 요리입니다.
치킨 카치아토레는 그 유래에 정확한 스토리가 있다기보다, 그냥 말 그대로 사냥꾼들이 산에서 사냥하다가 배고프면 불 피워서 척척 만들어서 먹은 요리로 받아들여지는데요. 그렇다 보니 재료나 조리 방식이 굉장히 서민적이고 단순합니다.
한번 알아보죠!
필요한 재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보통은 1kg짜리 닭을 사용하더라고요. 저는 그 절반 정도인 600g짜리 닭을 해체해서 썼습니다. 음... 혼자 먹기에는 괜찮은 양인 것 같긴 한데, 가능하면 좀 큰 닭을 사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도 느꼈습니다. 600g짜리는 뭐 사실 먹을게 별로...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은 채소들입니다.
문제는... 이후에 보면 아시겠지만, 정량의 반만 썼는데도(닭이 작아졌으니) 손질하고 보니까 양이 엄청 많다는 거였어요. 뭐, 채소 많이 먹으면 몸에도 좋고 맛도 좋겠죠 ^^...?
당근은 껍질을 벗기고 씻어서 준비했습니다.
마늘, 로즈마리는 조리과정에서 다른 채소와 같이 넣어줄 것들이고 파슬리는 마무리 용입니다.
풍미를 더해주기 위해 레드 와인을 둘러줍니다. 레드 와인 색깔을 닭고기가 흡수해서 비주얼이 썩 좋지는 않은데요("보라색 맛 났어!") 그런 이유로 화이트 와인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뭔가 모양에 신경 안 쓰는 그런 정신이 더 카치아토레에 맞는 것 같아서 레드 와인을 사용했어요.
맛있는 이태리산 캔 토마토를 써주세요. 생식을 할게 아니면 캔 제품을 쓰는 것이 맛도 훨씬 좋고 값도 싸고 더 합리적인 것 같더라고요.
소금, 후추는 그냥 적당히 알아서 사용해 주시길... 올리브 오일은 4 테이블 스푼 사용했습니다.
조리과정을 알아봅시다.
양파 반개를 다져주세요. 양파 다지는 방법은 요즘 다들 아시죠? 칼집을 여러 번 내서 다지는데 항상 느끼는 거지만 생각만큼 쉽지는 않네요...
마늘, 샐러리, 당근도 다져주세요. 개인적으로 당근 다지는 일이 참 귀찮았습니다. 유튜브에서 찾아보고 연습 좀 해야겠어요.
달군 냄비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4 테이블 스푼) 닭을 올려줍니다.
카치아토레 조리에는 보통 널찍한 후라이팬을 사용하는데요. 저는 그냥 냄비를 썼습니다. 뭘 쓰든 중요한 것은 뚜껑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거든요. 근데 저 날 제가 뭐에 씌었는지 후라이팬 뚜껑을 못 찾는 바람에... 이후에 찾기는 했지만 말이죠.
냄비든 후라이팬이든, 닭이 노르스름해질 때까지 굽다가 뒤집어줍니다.
그냥 넣어주세요.
양파와 마늘을 시작으로 당근과 샐러리도 넣었고, 그 위에 살포시 로즈마리를 얹어줬습니다.
이제 소금, 후추 간을 한 뒤에 채소가 살짝 무르도록 5분 정도 구워주세요.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만... 굳이 사족을 달자면,
와인을 부어주신 뒤에는 주걱이나 집게 등으로 와인이 골고루 스며들 수 있도록 뒤적여 주세요. 토마토도 좀 으깨주시고요. 또한 혹시 바닥에 채소나 닭이 눌어붙어있을 수도 있으니 바닥을 슬슬 긁어주셔도 좋습니다.
이제 들어갈 것은 다 들어갔네요. 뚜껑을 덮고 30분 정도 졸여주시면 끝입니다!
국물이 꽤 졸아들었습니다. 그릇에 옮겨 담고 파슬리만 뿌려주시면 완성이네요! 정말 쉽죠?
완성 사진입니다. 산더미같이 쌓인 채소와 닭이 굉장히... 푸짐해 보이네요. 솔직히 예쁘지는 않습니다. 저 사진들은 필터를 걸어놔서 저렇게 반짝반짝 예쁘지 필터 안 걸면 이래요.
그래도 맛은 기똥찹니다. 조리 과정을 보셔서 알겠지만 맛이 없을 부분이 전혀 없잖아요? 허브의 향에 채소와 레드 와인이 주는 깊고 은은한 달콤함이 느껴지고 토마토의 감칠맛도 좋은 데다 닭고기는 촉촉하고 쫄깃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진을 좀... 저렇게 막 쌓아놓고 찍지 말고 앞접시 하나에 덜어서 찍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네요. 저래 놓으니까 뭔지 모르겠네요. 역시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오늘 요리는 정말 쉬웠죠? 조리과정이 간단해서 그런지 글도 좀 편하게 쓴 것 같습니다.
닭요리 하나를 더 준비해뒀기는 하지만, 오늘 다룬 카치아토레와 겹치는 것 같아서 간격을 둘 생각이고요. 다음 몇 편은 아마 디저트를 다루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어쨌든 그거야 뭐 그때 가서 보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