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초콜릿 디저트
배가 고플 때는 물론이고, 개인적으로는 골치 아픈 일이 있을 때, 브런치에 글을 올릴 때가 됐다 싶을 때도 있네요.
하지만 다른 때보다 요리가 더 재밌어지는 순간은, 새로운 식기를 구입했을 때가 아닌가 싶어요. 식기를 고를 때부터 '아 여기는 저번에 본 그 요리하면 참 좋겠다'하고 그려지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러면 배송을 기다리면서 재료를 구입하고, 레시피 영상을 보면서 조리 과정을 숙지하는 내내 설렘이 이어져요.
이번 레시피가 그런 경우입니다. 개성 있는 컵 하나를 집에 들였는데, 예전에 봤던 레시피 하나가 딱 떠올랐거든요. 젠나로 콘탈도 옹의 초콜릿 아마레또 푸딩이라는 레시피인데요(글 말미에 링크가 있습니다)
보통 푸딩이라고 하면 탱글탱글, 말랑말랑한 커스터드 푸딩 쪽을 많이들 떠올리실 거예요. 하지만 오늘은 따로 굽거나 젤라틴을 사용하지 않고 간단하게 퍼먹을 수 있는 레시피를 만들어 봤습니다. 되게 간단하고 예쁜 컵에 담아 결과물이 보기 좋으니까 빨리빨리 만들어보죠!
필요한 재료는 다음과 같습니다.(2인분)
특별히 무슨 밀가루를 사용해야 한다는 말은 없어서요, 다목적 밀가루(중력분)를 썼습니다.
원래의 레시피에서는 Amaretto(아마레또)를 사용해서 아몬드 향을 더해줍니다. 아마레또는 아몬드 향이 나는 리큐르인데요. 아몬드의 쌉싸름한 맛을 표현하는 단어 "amaro(쌉싸름한)"에서 파생된 이름이라고 하네요. 지난번 글에서 다룬 아마레띠 쿠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단어 자체는 같은 단어인데 단수형(아마레또)은 리큐르를, 복수형(아마레띠)은 쿠키를 의미하는 것이죠.
어쨌든, 말씀드렸다시피 원래는 아마레또를 사용한 뒤 아마레띠 쿠키를 곁들여서 조화를 주는 레시피인데요. 저희 집에는 아마레또가 없어서 커피 리큐르인 깔루아를 사용했습니다! 한 테이블 스푼(15ml)으로는 별로 티가 안 나더라고요... 정량은 두 테이블 스푼(30ml)이니, 깔루아든 아마레또든 리큐르를 더해주시려면 그 정도 양은 더해주셔야 되겠습니다.
어차피 향을 더해줄 목적이라면 리큐르 대신 엑스트랙트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일 것 같습니다. 다만, 엑스트랙트는 리큐르보다 훨씬 향이 강하니까 용량을 대폭 줄여줘야 하는데요. 제가 이리저리 찾아보니 리큐르 사용량의 1/6 정도의 엑스트랙트가 적당한 듯싶네요.
바닐라 빈을 반으로 갈라서 칼등으로 속에 있는 씨앗을 발라냅니다.
무염버터를 사용하셔야 합니다.
초콜릿 디저트를 만들 때 많이 듣는 얘기가, 카카오 함량이 최소 75%는 되는 초콜릿을 사용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달지 않고 쌉싸래하면서도 고소한 초콜릿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네요.
적당한 초콜릿을 손으로 깨든 칼로 썰든 좀 잘게 만들어서 준비해주시면 됩니다.
굳이 자신도 없는 아마레띠 쿠키를 만들었던 이유가 바로 이 디저트에 사용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이 레시피는 원래 아마레또가 들어간 푸딩과 아몬드 향 아마레띠의 조화를 노리는 것이기 때문이죠.
뭐... 아마레또를 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좀 심심해 보여서 곁들여보았습니다. 1인분에 한두 개 올리는 게 괜찮아 보여요.
조리과정을 알아봅시다.
약불에 우유를 올려서 미지근한 상태로 만들어 줍니다. 우유가 차가운 상태에서 재료를 막 집어넣으면 설탕이나 밀가루가 녹지 않고 이리저리 엉겨 붙는 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살짝 데워주는 것입니다.
우유가 미지근해졌다 싶으면 설탕 넣고 저어주고,
밀가루 넣고 저어줍시다.
별로 설명할 내용이 없네요... 불이 너무 강하지 않도록 조심만 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넣고,
저어줍니다.
넣고,
저어줍...ㄴ...ㄷ...
참 쉽죠?
초콜릿까지 넣었으면 일단 들어갈 것은 다 들어간 셈입니다. 이 상황에서 온도 조절을 잘 해주셔야 해요. 푸딩 조리가 끝나는 타이밍은 보통 가장자리에서 푸딩이 살짝살짝 끓기 시작할 때로 보는데요, 그 지점까지 온도가 올라가기 전에 농도를 좀 맞춰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니 불에서 살짝 떼기도 하고 올리기도 하면서 냄비 속 푸딩의 농도가 마음에 들 때까지 거품기로 잘 저어주시면 되겠네요.
예쁜 컵에 푸딩을 담아주세요. 생각보다 컵이 커서 컵 하나에 2인분이 들어가네요.
이 푸딩은 따뜻한 채로 드셔도 좋고, 냉장고에 살짝 굳힌 뒤 먹어도 좋다고 합니다. 저는 날도 춥고 기다리기 싫어서 그냥 따뜻한 것을 먹었습니다.
컵에 담은 푸딩 위에 아마레띠 쿠키를 좀 부숴서 올려주세요. 말씀드렸다시피 쿠키는 1인분에 한두 개 정도가 괜찮은데, 컵 하나에 2인분이 담겼으니 두 개를 부숴서 올렸습니다.
개성 있고 예쁜 컵에 담긴 푸딩이 마음에 들어서 이리저리 똑같아 보이는 사진을 계속 찍고 필터도 걸고 그러고 놀았습니다. 좋은 그릇이나 컵은 요리를 재밌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소인 것 같네요. 인스타그램에서 사진을 본 친구들이 '카레냐', '하이라이스냐'하고 물어본 것만 빼면요...(초콜릿이라고!!!)
숟가락으로 푸딩을 퍼먹으니 구수~하고 달콤한 맛이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단맛에 강한 편은 아닌데 2인분도 그럭저럭 물리지 않고 먹을만하더라고요. 곁들인 아마레띠 쿠키가 참 절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좀 씹을 거리도 생기고 고소한 맛이 더해져서요.
요즘은 확연하게 따뜻해진 날씨에 기분이 매우 좋아요.
낮에는 창문을 활짝 열어놓아도 될 정도인데요. 이렇게 따뜻한 봄, 하면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디저트가 생각나지 않으십니까!?... 아님 말고요.
어쨌든 맛있는 초콜릿도 만들어 먹었고, 평소 좀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디저트 쪽 레시피를 보충한 것 같아 마음이 참 좋습니다. 예쁜 그릇은 덤이고요! 행복하세요 여러분~
감사합니다~
젠나로 콘탈도의 레시피 "초콜릿 아마레또 푸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