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카포트로 홈카페 즐기기
딱히 제가 커피 애호가, 전문가여서 그런 것은 아니구요, '커피 마시면 잠이 안오겠지?' 하는 생각에 마시기 시작한 것이 이제는 꼭 진한 커피 한잔 딱 마셔줘~야~ 또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은, 그런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말하자면 저에게 커피는 일종의 '기능성 음료'랄까요...?
게임의 '포션'처럼 사용하는 커피라고 해도, 전혀 그 맛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카페나 원두마다 커피 맛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때면 신기하게 느껴지기도하고 왠지 대단한 미식가가 된 듯한 기분에 기분이 으쓱해지기도 하거든요. 커피가 저에게 주는 기쁨이라고 한다면, 그런 다양성과 그것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들일 것 같아요.
마찬가지로, 여러분께서 커피를 즐기는 방법도 참 다양하겠네요. 넓고 편한 프랜차이즈 카페, 개성있고 정감가는 개인 카페, 저렴하고 간편한 믹스(또는 자판기) 커피 등... 커피를 마시는 방법은 아마 그것을 마시는 사람의 숫자와 같을 것 같네요!
저는 어떻냐고요?
음... 저같은 경우에는 자취방에 간소하게나마 '홈카페'를 차려놓았어요. 왠지 거창하게 들려서 정정하자면, 그냥 커피를 추출할 수 있는 기구 몇가지를 준비해놓은 것 뿐이랍니다. 개인적인 흥미가 있기도 하고 매번 카페에 들러 커피를 사먹기에는 돈이 아깝기도해서 구입한 기구들이죠.
그리고, 오늘은 그 중 하나를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모카포트입니다!(비알레띠의 뉴브리카 모델입니다)
모카포트는 간단하게 말해,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기구'입니다. 부족한 지식으로 에스프레소에 대해 길게 설명드릴 수는 없을 것 같구요, 왜 제가 굳이 모카포트를 구입했는지만 말씀드릴게요. 그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먼저, 에스프레소 그 자체가 맛있기 때문입니다. 매우 강렬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죠. 나약한 정신에 가하는 채찍질이라고 할까요...?
두번째, 에스프레소는 다양한 커피 음료와 요리의 베이스가 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를 물에 희석시킨 것이고 카페 라떼는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더한 것이죠.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께서 사랑하시는 디저트인 티라미수, 그리고 오늘 레시피를 설명할 아포가토는 에스프레소를 이용한 음식의 가장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러면 이제 본격적으로 모카포트 사용법과 함께, 에스프레소를 색다르게 즐기는 방법 중 하나인 '아포가토'에 대해서도 알아보죠!
모카포트는 위와 같이,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사진 좌측부터,
1. 커피가 추출되는 곳이며 손잡이가 달린 컨테이너
2. 분쇄한 원두를 담아놓는 바스켓
3. 물을 담는 보일러
입니다!
모카포트 추출의 시작은 보일러에 물을 담는 것 부터입니다. 물의 양은 오른쪽 사진에서 보이는 것 처럼, 컨테테이너 내부에 표시된 눈금(H2O)에 맞춰주세요.
평평하고 고른 곳에 컨테이너를 바로 놓고, 표시된 곳까지 물을 조심스레 담은 다음, 그대로 보일러에 옮겨주시면 됩니다. 작은 팁이라면, 이 과정에서 최대한 차가운 물을 사용하고, 눈금은 최대한 맞춰주는 것(오히려 약간 넘는 것도 괜찮다고 합니다)이 좋다고 하네요.
다음에는 바스켓에 원두를 담아줄 차례입니다. 원두는 바스켓에 가득 찰 정도로 담아주시면 되는데요, 이 과정에서 한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바로, 커피를 충분히 담되, 탬핑, 담은 커피를 꾹꾹 다지는 일을 절대 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커피를 지나치게 눌러담으면 커피 추출이 잘 안되거나 연결부분으로 새어 나오는 경우가 생긴다고 하네요. 그래서 저는 그냥 커피 스푼 같은 것으로 위쪽을 톡톡 두드려 주면서 모양만 평평하게 잡아주는 편이에요.
원두까지 담아주셨으면, 이제 모든 부분을 조립하여 불 위에 올리시면 됩니다. 가스렌지, 하이라이트에서는 모두 사용 가능하신데, 인덕션의 경우에는 인덕션용 모카포트를 따로 구입하셔야하는 걸로 알고있습니다 ㅠㅠ
모카포트를 처음 사용했을 때 찍은 영상인데요! 커피가 추출되는 모습입니다만... ㅋㅋㅋ 그 소리가 생각보다 커서 화들짝 놀라는 모습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담겼습니다. 제 입장에서 어떻게 보면 부끄러운 영상이기도한데, 나름 재밌어서 소장하는 중입니다 ^^;;
어쨌든 맛있는 에스프레소가 손에 들어왔으니, 이제는 그것을 즐기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대로, 저는 추출한 에스프레소를 이용해 '아포가토'를 만들어 먹을거에요!
이태리어로 '물에 빠진' 이라는 뜻의 아포가토(Affogato)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에(요즘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맛의 아이스크림을 이용한다고도 합니다) 에스프레소를 곁들인 디저트에요!
따로 조리법이랄 것도 없습니다. 동영상처럼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에스프레소를 끼얹기만 하면 되거든요!
그러면 왜 굳이 아포가토 레시피를 설명한 것인지 궁금하실 분도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오늘 글의 거의 대부분을 모카포트와 에스프레소에 할애하면서도 글의 제목과 주제는 '아포가토 레시피'로 하고 있으니까요.
가장 큰 이유는 에스프레소를 담을 컵이 없기 때문이에요. 에스프레소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데미타세(드미타스: demitasse)'라고 하는 작은 컵과 그에 어울리는 컵 받침까지 갖춰져있어야 하지만, 한국에서는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사람 자체가 많지 않아서인지 예쁜 제품을 찾기가 힘들었어요.
반면 아포가토를 담은 컵과 컵받침은 그것들을 보자마자 '아포가토를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반 고흐의 유명한 그림인 '별이 빛나는 밤'을 모티브로 만든 작품이라고 하는데 저는 왠지 별보다는 달이 어울릴 것 같아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에스프레소로 밤하늘의 달을 표현해보고 싶었네요.
'예쁜 그릇'은 요리를 더 아름답게 보여주는 액자이면서 동시에 그것에 무엇을 담을지 상상하게 만드는 캔버스 같은 존재인 것 같아요! 작가만의 개성이 담긴 공예품을 만나면서 요리에 대한, 삶에 대한 영감을 주고 받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오늘 다룬 에스프레소와 아포가토는 저에게 그런 의미로 다가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