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개론(1)
물론 피자의 기원이 이탈리아라는 것을 모르는 분들은 없으시겠지만 미국을 비롯한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피자를 즐기고 있어요. 특히 우리에게도 친숙한 미국식 피자의 경우,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이탈리아식 피자와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뭐, 사실 저 정도는 아니겠지만, 자국 식문화에 대한 애착이 강한 이탈리아인들은 이탈리아 피자의 주권과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협회 설립과 인증제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바로 "ASSOCIAZIONE VERACE PIZZA NAPOLETANA(이하 AVPN)", 한국말로 번역하면 "정통 나폴리 피자 협회"라고 할 수 있겠네요.
AVPN에서는 사용재료, 조리 방법 등에 대해서 아주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정통 나폴리 피자'에 대한 인증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인증을 받은 식당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포털 검색창에 "나폴리 피자 협회"를 입력하시면 식당 후기를 찾아보실 수 있을 거예요.
공식 홈페이지에서 인증받은 식당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AVPN의 자료가 "정통" 나폴리 피자에 관한 것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가정에서 AVPN이 요구하는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번 기획에서 다른 자료를 참고했어요. 바로 유튜버인 Alex French Guy Cooking(이하 Alex)의 영상 시리즈입니다.
뭔가 4차원 느낌이 나는 청년입니다. 요리에 대한 호기심을 실험적이고 재기 발랄한 영상으로 풀어가는데요. 솔직히 정통 이탈리아 레시피를 주로 찾는 제가 지금까지 많이 참고한 채널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정통 나폴리 피자를 집에서 구현하는 영상 시리즈인 "Pizza Odyssey"만큼은 제가 본 영상들 중에서도 손꼽을만큼 괜찮은 기획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해당 영상 시리즈는 AVPN이 요구하는 조건을 가정환경에서 얼마큼, 어떻게 충족시킬 수 있는지 다룬 것인데, 관심 있는 분들은 한번 보셔도 재밌을 것 같아요. 열 전도율을 높이기 위해 알루미늄 판을 사서 오븐에 넣는다든지, 전동 드릴로 반죽기를 만든다든지, 재밌는(...?) 시도가 많거든요.
어쨌든 Alex의 자료가 AVPN의 기준을 염두에 두면서도, 쉽고 합리적으로 설명해 놓았다는 점에서, 저의 글의 주 참고 자료로 할 생각입니다. 물론 중간중간 교차검증이 필요할 경우에는 두 자료를 비교해보기도 할 것이고요.
그럼 이제, 우리도 진정한 피자를 찾아 모험을 떠나볼까요??
필요한 재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말씀드리자면, 각각의 재료에 대해 특별히 길게 언급할 것은 없습니다. 그저 시중에서 파는 것, 집에 있는 것 그대로 사용하시면 되니 쉬운 편이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비율입니다. 사용하는 밀가루의 비율을 100g으로 했을 때, 나머지 재료가 차지하는 비율을 괄호 안에 기입하겠습니다.
피자용 00(더블 제로) 밀가루를 사용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으실 겁니다. 인터넷을 통해 제품을 구입할 수는 있지만, 강력분 밀가루(제빵용)를 쓰셔도 큰 무리는 없다고 하네요.
위의 비율은 Alex의 영상에서 재인용한 것인데, 원출처는 AVPN의 자료입니다. 하지만 AVPN 자료는 밀가루 양을 100으로 보지 않고 물의 양을 100으로 보았더군요.
저는 기본적으로 Alex를 믿고, 그가 자료를 잘 변환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귀찮아서 확인 안 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에요...!(왜 기업에서 인적성 시험을 치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왜 떨어졌는지도...)
만약에 비율 계산이 애매~하신 분들은 더 간편한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 친절한 Alex 씨가 만들어준 웹페이지를 이용하는 것인데요.
위 사이트로 들어가시면, 숫자 몇 개를 넣어봄으로써 도우에 필요한 재료의 양을 구할 수 있습니다.
표시된 숫자 순서로 설명드리자면 이렇습니다.
(1) 만들고 싶은 피자의 개수입니다. 도우 하나에 피자 하나가 나오는 거겠죠?
(2) 원하는 도우 하나의 무게입니다. 200g 나가는 도우 하나는 작은 사이즈의 피자를 만든다고 하고, 300g 나가는 것은 큰 사이즈의 피자 하나를 만든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 배가 고픈 철수는 피자를 만들어 먹으려고 합니다. 철수가 큰 사이즈의 피자 세 판을 만드려고 할 때, (1)과 (2)에 들어가야 하는 숫자는 각각 무엇일까요?
정답은 (1)=3, (2)=300이겠네요.
(3) 사용할 물의 양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기본값은 57%인데요. Alex는 기본값보다 많은 물을 사용할 것을 권합니다.(최대 70%)
왜냐하면, 정통 피자 화덕보다 온도가 현저하게 낮을 수밖에 없는 가정용 오븐의 경우 피자 굽는 시간이 많이 걸리게 되고, 그 과정에서 수분 증발량이 더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물을 많이 넣을 경우 당연히 반죽이 더 질어지기 때문에, 반죽을 다루기가 훨씬 어렵다는 점, 유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1)에서 (3)까지 원하는 수치를 기입한 후 붉은 [CALCULATE!] 버튼을 누르면, (4) 번에 필요한 재료가 주욱 나옵니다.
다른 건 다 좋은데, 이스트는 그냥 본인이 갖고 계신 제품 뒷면의 안내를 따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건조 이스트는 '밀가루 사용량의 1~2%를 사용하라'라고 되어있더라고요. 따라서 이를 스크린샷의 상황에 대입해보면 1.5g~3g정도 사용하면 되겠습니다!
조리과정을 알아봅시다.
먼저, 밀가루에 소금을 넣고 잘 섞어주세요. 소금은 이스트의 활동을 방해하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스트를 넣기 전 밀가루와 섞어줌으로써 두 재료가 직접 만나는 것을 방지해준다고 합니다.
이스트를 물에 넣고, 저어서 풀어줍시다.
손으로 밀가루를 살살 정리하면서, 밀가루 가운데를 움푹하게 만들어주세요. 그리고 그 움푹한 곳으로 이스트 푼 물을 부어주신 뒤, 숟가락 같은 도구로 잘 섞어줍시다.
밀가루가 뭉쳐서 더 이상 도구를 사용할 수 없게 되면 손으로 반죽을 칩니다. 열심히 칩니다. 그리고 손으로도 어느 정도 잘 뭉쳤다고 생각될 때, 볼 안의 내용물을 모두 긁어 바닥에서 반죽을 쳐줍시다.
반죽을 칠 때는, 한 손으로 반죽의 한 쪽 끝을 잡고, 다른 손으로 반죽의 반대쪽 끝을 늘이고 접는 것을 반복하는 방법으로 하시면 되겠습니다. 글과 사진으로 이해가 되실지 모르겠네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하시는 분들은 글 말미에 첨부하는 "참고자료"의 동영상을 참고해주세요.
반죽을 치는 과정은 최소 20분 이상 이루어져야 합니다. 기계 사용이 가능하신 분들은 기계로 하시는 것도... 물론 AVPN에서는 "피자 반죽은 무조건 손으로 쳐야 한다"는 규칙을 두고 있습니다. 에... 너무 막 규칙에 얽매이고 그러진 맙시다.
볼 안에 반죽을 넣고, 랩을 씌워 상온에서 2시간 숙성시켜주세요.
반죽을 꺼내 적당한 굵기의 원통형으로 만들어주세요.
그리고 칼을 이용하여 원하는 피자의 개수만큼 나눠주시면 됩니다.
나눠진 반죽 하나하나를 동그란 모양으로 뭉친 뒤에 뚜껑이 있는 적당한 용기에서 4~6시간 더 숙성시켜주세요. 원래는 플라스틱 박스 같은 것이 가장 좋은데, 저희 집에는 그런 것이 없어서 오븐 트레이를 이용했습니다. 반죽 위아래에 밀가루를 넉넉히 뿌려 달라붙는 것을 방지한 후, 젖은 천을 그 위에 덮어주었네요. 썩 좋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다른 용기를 사용해주세요.
숙성 과정을 거치면 도우 자체는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피자 반죽을 펴고, 토마토소스를 만드는 과정, 그리고 가장 기본적인 피자라고할 수 있는 피자 마르게리따를 만드는 방법까지 다루려... 고 하지만... 한 편에 욱여넣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소름 돋는 사실은 애초에 저 내용을 전부 한 편에 담으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항상 머리로 생각한 것과 실제 해보는 것은 다른 것 같네요.
그나저나, '5월 초 연휴에는 구독자가 1000명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1000명 딱 되기까지 굉장히 더디게 느껴지더라고요 ㅋㅋ... 사실 막간 여유가 생긴 참에, 그거 기다리자고 가만있을 수는 없고 해서, 새로운 기획을 하나 시작합니다. 아마 이번 연휴 안에 다른 글로 하나 더 찾아뵐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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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진2. AVPN로고, 구글검색
사진3. 한국의 AVPN 멤버
사진4. Pizza Odyssey
사진5. 나폴리 피자 재료
사진6. 피자 도우 계산기
사진7. 도우 보관함 예시
-문헌
Angela Kim, "진짜 나폴리 피자의 8가지 조건은?", 2016.2.28,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