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부엉씨 Aug 21. 2016

작은 종지에 담긴 드레싱

샐러드 드레싱의 황금비율

소스나 적은 양의 재료를 담을 때 사용하는 자그마한 그릇을 '종지'라고 부르죠?


 중, 고등학교 시절 고향에서 밥을 먹을 때 부모님께서 "얘, 어디 위에 '간장 종지' 좀 들고와라" 하며 시키시던 기억이 있는데, 대학에 와 자취를 시작한 뒤로는 종지라는 말을 도통 들을 기회가 없었습니다. 왜, 피자나 치킨을 먹으러 가면 소스 그릇이 있긴 해도 그것을 '종지'라고 지목하는 경우는 많이 없잖아요, 보통 '소스 좀 줘'라고 말하지.

개인적으로 밥상 위의 막내둥이같은 종지의 모양새와 그것을 부를 때의 어감 또한 좋아했기에 그런 일이 적잖이 아쉽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자취생 입장에서도 종지가 은근히 생각날 때가 있어요. '굳이 필요하겠나' 싶으면서도 배달 음식을 시켜먹으면 간장이나 케첩 담을 그릇이 애매~하더라구요.


  그러던 어느날, 사무실에서 아주 예쁜 종지 하나를 봤습니다. 보자마자 파스텔톤의 색감과 귀여운 디자인에 마음을 쏙 빼앗겨서 관리하는 동료에게 '이거 좀 갖다 써봐도 되겠냐'고 물어봤더니 촬영용 샘플 몇개를 챙겨주길래 냉큼 업어왔습니다.

 이 녀석들은 아직까지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감자튀김이나 치킨, 피자 등 비록 음식은 배달을 시켜먹더라도 소스 정도는 그릇에 따로 담아주는, '마지막 자존심'이랄까요?


 그리고 이 예쁜 종지들을 오늘의 레시피에 활용해보려고 합니다.


 오늘 다룰 레시피는 샐러드에 빠질 수 없는 '드레싱' 이야기인데요. 샐러드는 사용되는 주 재료의 맛도 맛이지만, 새콤달콤하고 간이 잘 맞는 드레싱이 없으면 그냥 밍숭맹숭한 채소 뭉치일 뿐이잖아요... 그래서 오늘은 맛있는 드레싱을 위한 간단한 법칙 몇가지를 들고 왔습니다!




먼저 드레싱에 필요한 재료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좌측 상단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1. 후추, 소금

간단하게 말해서, '간'이죠. 채소를 그대로 내면 향이야 좋겠지마는, 입이 많이 허전하실거에요. 그러니 드레싱의 간은 여러분 생각보다 조금 강하게 해주셔도 무방합니다.


2.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올리브 오일은 정말 할 말이 많은 재료죠. 건강에 좋고, 특히 엑스트라 버진 같은 경우에는 그것만이 가지고 있는 강렬한 맛과 풍미 때문에 샐러드 드레싱 또는 요리의 마무리 터치로 많이 사용됩니다.


올리브 오일 사용에 대해서 제가, 정말 모든 것을 배경을 다 생략하고, 결론만 말씀드리자면,

(1)꼭 '엑스트라 버진(extra virgin) 올리브 오일'을 이용할 것

(2)가능한 선에서 가장 비싼 것을 구입할 것

이 정도겠네요.


 구매 요령, 관리법 등 까지 모두 언급하기에는 시간과 지면의 한계가 있음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ㅠㅠ 아마 다음에 언제 다룰 기회가 있을거에요~


3. 레몬즙(신맛이 나는 재료)

샐러드는 보통 전채요리로 자리하기 때문에 입맛을 확 돋우어줄 신맛이 무척 중요합니다. 저는 구하기 쉽고 활용도가 높은 레몬을 주로 사용하는데요. 사실 드레싱에 신맛을 주는 재료라면 무엇을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 레드/화이트 와인 식초라든지, 발사믹 식초 등등...


다만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2번과 3번(엑스트라 올리브 오일과 신맛이 나는 재료)의 비율3:1로 맞춰주세요! 완벽한 드레싱을 만드는 황금 비율이랍니다 :)


4. 드라이 오레가노(자유 재료)

사실상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네번째 재료입니다. 없어도 된다는 것은, 1~3번만 넣어도 맛있는 드레싱이 되기 때문이죠. 그러나, '그래도 나는 뭔가 부족하다!', '내 드레싱에 나만의 색깔을 더해보고 싶다!'하는 분들은 여러 재료를 이용해보셔도 좋아요.

 저처럼 허브류라든지, 아니면 디종 머스터드, 요거트, 또는 멸치 액젓까지! 샐러드에 사용된 재료와 잘 어울리면서 '여러분만의 드레싱'을 만들어줄 재료를 선택해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러면 이제 드레싱과 샐러드까지, 필요한 것들은 모두 모였네요.


 드레싱은 한군데 모아 잘 섞어준 뒤 뿌려주셔도 좋고, 재료 하나하나씩 뿌리고 돌리는 식으로 진행하셔도 좋습니다. 그냥 본인 스타일대로 하시는 것이 최고!


그리고 먹기 직전 이렇게 인스타그램용 인증샷까지!


 앞서 어디선가 '자존심'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 같은데, 저같은 자취생에게는 특히나 중요한 말인 듯 합니다. '자존감'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까요?

 샐러드 하나, 드레싱 하나도 그냥 대강대강 먹는건 너무 슬프잖아요. 사실 사서 먹는 것 만큼이나 직접 해먹는 일이 쉽고, 저렴하고, 맛은 더 좋습니다. 그리고 저처럼 사진 허세도 부리고 브런치에서 아는 척도 할 수 있으니 일석이,삼조는 거뜬하겠군요!


요즘처럼 사랑하기 힘든 시대, 식탁 위의 작은 요정같은 종지, 그리고 그 속에 다소곳이 담아놓은 드레싱으로 다른 누구보다 스스로를 마음껏 표출하고 사랑하는 일을 시작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제가 생각할때는 그것이야말로 공예품에서, 요리에서 찾을 수 있는 최고의 가치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폴리 피자 도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