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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부엉씨 Jun 24. 2017

레몬 그라니타

더위를 물리치자

저는 여름을 되게 싫어해요


더운 날씨 때문인데, 더위를 잘 탄다기 보다는 더위에 상당히 예민한 편이기 때문입니다. 몸에 열이 오르거나 땀이 나기 시작하면 뭔가에 집중하기가 힘들거든요. 하지만 세상이란 것이 제 기분이나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기 때문에, 더위고 뭐고 스스로 이겨내는 것 밖에는 답이 없겠죠?

 여러분은 더위를 식힐 때 주로 어떤 방법을 사용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만(궁금하네요!), 저는 가장 먼저 먹고 마시는 것 부터 바꿔요. 예를 들어서 뜨거운 국이나 탕, 심지어 라면을 먹는 빈도가 현저히 줄어들고, 차가운 음료와 식품(샐러드 혹은 샌드위치)을 많이 먹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빙수와 아이스크림같은 얼음과자들이죠. 다양한 맛으로 몸의 열을 내려주기 때문에 여름철 최고의 구원투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은 조금 특별한 얼음과자인 그라니타(Granita)라는 디저트를 만들어보았어요. 그라니타는 물, 설탕, 향료를 얼려서 만드는 시칠리아 출신 디저트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어떻다고 한마디로 딱 설명드리기가 좀 어렵네요... 그라니타는 그 형태가 굉장히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인데요. 가장 일반적으는 슬러쉬 형태가 있다고 하지만, 어떤 곳에서는 셔벗 같은 느낌으로 또 다른 곳에서는 아이스크림 같은 느낌으로 만들어진다네요.

 이러한 다양성은 냉동 기술이나 제조 기술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라고 합니다. 부드러운 아이스크림 느낌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젤라또 기계가 필요한 반면, 얼음 입자가 씹히는 셔벗 느낌으로 만드는데는 재료와 포크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하니 결과물의 차이 만큼 필요한 도구의 차이도 꽤 크네요.

 그리고 당연스럽게도 저에게는 젤라또 기계가 없기 때문에 셔벗 형태의 그라니타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포크를 가지고 만드는 얼음과자라니... 벌써부터 쉬워보이는데요. 과연 얼마나 쉬울지, 제가 직접 한번 알아보았습니다.



필요한 재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물 250ml


2. 레몬즙 250ml


3. 설탕 125g


재료부터 정말 간단하죠? 용량의 경우 그저 하나의 기준이라고 볼 수 있으니 정확하게 맞추실 필요는 없을 것 같고요. 만들어 가시면서 입맛에 맞는 맛을 찾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결과물에 대한 경험을 미리 말씀드리면 신맛이 꽤 강하게 느껴졌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빙과류나 음료수의 신맛을 좋아하는 편(특히 여름에)이라서 괜찮았습니다.


 그리고 레몬즙은 이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레몬을 구입해서 오른쪽 사진에 보이는 스퀴저로 하나하나 즙을 짰는데요. 가능하면 레몬을 큼지막한 것으로 준비하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애기 조막만한 레몬 8개를 가지고 250ml를 겨우겨우 맞췄는데 정신건강에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조리과정을 알아봅시다.


1. 물에 설탕 녹이기


냄비에 물을 담고, 약불에 올려놓습니다. 그리고 설탕을 넣어 녹여주세요. 온도가 너무 높을 필요가 없고요, 그저 설탕을 물에 완전히 녹이기 위한 과정이니 주걱등으로 슬슬 젓다가 설탕만 다 녹으면 얼른 불에서 빼줍시다.


2. 용기에 담고 레몬즙 섞기


1에서 열을 가한 설탕물이 뜨겁다면 좀 식을 때 까지 기다려 주시고요. 미지근~할 때 쯤 그라니타를 담을 용기에 부어줍니다. 용기는 뭐 편하신 걸로 사용하시면 되는데, 포크로 바닥까지 계속 저어주는 과정이 있으니 입구가 좁거나, 너무 작거나, 바닥이 울퉁불퉁 하면 불편하겠죠? 널찍하고 평평한 것으로 준비합시다.


설탕물레몬즙을 더해주시고 잘 섞이도록 포크로 휘저어준 다음, 뚜껑을 덮고 냉동실에 넣어줍니다.


3. 포크로 살얼음 깨기(반복)


보통의 레시피에서는 냉동실 보관 후 45분 정도 후에 꺼내어 보라고 하지만, 아무래도 저희집 냉장고가 그닥 좋지 않아서인지 거의 얼음이 얼어있지 않았습니다. 살짝살짝 결정이 보이는 정도였네요.

 뭐, 그래도 상관은 없습니다. 이제부터의 과정은 살얼음을 포크로 깨준 뒤 얼리는 일을 반복해주는 것이거든요. 대략 30분 간격으로 냉동실에 넣고 빼고 하시면서 상태를 체크해주세요.

 

가장자리에 얼어 있는 것도 잘 긁어주시고요. 어렵지는 않은데 긴 시간을 두고 반복해야하는 일이라 은근히 신경쓰이기는 합니다.


계속 반복하다보니 슬슬 슬러쉬의 형태가 보이기도 하네요. 이 과정을 많이 하면 하실수록 최종 결과물의 결정이 고와집니다.

 결정이 굵다고 해서 맛이 없는 것은 아니니까요, 본인이 원하는 질감대로 만들어가시는 것이 최고일듯하네요!


저는 꽤 많이 해줬습니다. 원하시는 만큼 이 과정을 마친 뒤에 냉동실에 보관해주시면 돼요. 참 쉽죠?


4. 완성

하룻밤 정도 냉동실에 넣어둔 뒤 아이스크림 스쿱으로 퍼 담았습니다. 레몬 껍질은 장식용으로 그냥 얹은 거라서 사진찍고 바로 버렸고요... 컵 이쁘죠? 여름이라 홍학으로 준비했네요.


 생각보다 레몬즙이 강하더라고요. 단맛보다도 신맛이 엄청 두드러졌습니다. 차갑고 시고 하니까 한 입 떠서 먹으면 얼굴을 꽉 찡그리게 되는데 괴로운 것 같다가도 묘한 중독성에 사로잡히는 듯 하네요. 맛을 적당히 조절하면 입맛을 돋울 때나 입가심을 할 때 모두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맨 처음 말씀드렸다시피, 그라니타는 굉장히 다양한 형태가 있으니까요, 뭐 꽁꽁 얼은 것을 살짝 녹여서 슬러쉬 형태로 드신다든지, 아니면 술을 타서 드신다든지(실제로 이런식으로도 먹는다네요)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맞춰 드시면 되겠습니다.




저는 여름에 하도 찬 음식을 많이 먹다보니, 감기를 앓거나 배탈이 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벌써 올 여름도 시작과 함께 골골거리고 있는 저입니다...

 여러분도 덥다고 너무 에어컨 많이 쐬시거나 찬 음식만 찾지는 마시고요, 아, 그리고 먹을 거리에 관해서는 더운 음식이든 찬 음식이든 위생에 더 많은 신경을 써주세요.

 올 여름도 무지 덥다고 하는데... 건강하게 잘 이겨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스스로에게 하는 말일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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