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개론(2)
이전 글에서 이어집니다
피자 개론(1)에서는 도우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오늘은 숙성 과정을 거친 도우를 가지고 온전한 마르게리타 피자 하나를 만들어볼 생각이에요. 마르게리타(사람 이름임) 피자는 이탈리아 및 나폴리 피자의 대명사이자 단순하고 깔끔하면서도 강렬한 맛을 내는 피자 중의 피자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마르게리타 피자를 완성하는 과정을 크게 소스 만들기, 반죽 펴기, 피자 굽기의 세 과정으로 나누어서 살펴볼 생각이에요. 각각의 조리 과정이 어렵지는 않지만, 필요한 재료나 조리 과정이 개별적으로 이루어지는 관계로 꼼꼼히 살펴주시길 바랍니다.
필요한 재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캔 토마토 반 캔
개인적으로 토마토가 사용되는 레시피에는 대개 캔 토마토를 사용하는 편입니다. 맛있고 편하잖아요. 값도 그리 비싸지 않습니다.
시중에 나오는 캔 토마토는 크게 갈지 않고 나오는 것(plum이라는 글자를 찾으세요)과 갈아서 나오는 것(diced라는 글자를 찾으세요)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갈지 않은 캔 토마토는 별도로 으깨거나 믹서기에 갈아서 사용하시는 것이 좋고요, 갈아서 나오는 캔 토마토는 그대로 사용하시면 됩니다.
보통 한 캔에 400g 정도의 용량이니 반 캔이면 200g이겠네요!
(2) 드라이 오레가노
드라이 오레가노가 들어감으로써 토마토소스에서 뭔가 피자소스 같은 느낌이 나게 됩니다. 요즘 말린 허브류는 마트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으니 구매해서 사용하시면 돼요.
1/2 티스푼 사용합시다.
(3)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1/2 테이블 스푼 사용합시다.
(4) 소금, 후추
1/4 티스푼 사용합시다.
- 레시피에서 제시된 분량을 반으로 줄이다 보니 1/2 테이블 스푼이니 1/4 티스푼이니 하는 요상한 양이 나오는데요, 그냥 대강 넣어보시면서 감을 잡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5) 마늘
그리고 '정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마늘 한 톨 정도를 갈아서 넣어주면 입에 착착 달라붙는다고 하네요.
조리과정을 알아봅시다.
(1) 다 섞기
오레가노, 올리브 오일, 소금, 후추를 넣어줍니다.
마늘의 경우, 저는 치즈 그레이터를 사용하였지만, 잘게 다져서 섞어주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모든 재료를 잘 섞어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참 쉽죠?
이렇게 섞은 소스는 열을 살짝 가하셔도 되고 그냥 생으로 쓰셔도 됩니다. 저는 '어차피 오븐에서 구울 텐데...'하는 생각으로 따로 데우지는 않는데요, 굳이 소스에 열을 가한다면 그 이유는 아마 좀 더 깊은 맛을 끌어내기 위함일 듯싶네요.
어쨌든, 소스는 여기까지 입니다.
필요한 재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숙성한 도우
(2) 밀가루
도우가 손이나 작업대에 들러붙지 않도록 밀가루를 넉넉하게 뿌려가면서 작업하시면 됩니다.
조리과정을 알아봅시다.
정통 나폴리 피자의 도우는 얇고 바삭한 가운데 부분과 풍성하게 부풀어 오른 가장자리 부분(크러스트)이 특징입니다.
이러한 특징을 살리기 위해서 기억할 원칙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소스가 올라가는 가운데 부분은 최대한 얇게 만들 것. 둘째, 가장자리 부분에 생성된 공기층을 파괴하지 않도록 신경 쓸 것.
(1) 가운데 누르기
깨끗한 작업대에 밀가루를 넉넉하게 뿌리고, 숙성시킨 반죽을 올려주세요. 그리고 손가락 끝을 이용해서 반죽의 가운데 부분을 꾹꾹 누릅니다.
밀대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요리사의 의도에 따라 가능한 일입니다만, 밀대를 쓰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밀대를 쓰면 반죽 안에 갇힌 공기가 다 사라져 버려서 부풀어 오르질 않는다네요.
(2) 중력을 이용하기
반죽이 적당히 늘어났으면 양손으로 반죽의 가장자리를 잡아 들어 올려주세요. 이렇게 해주시면 기본적으로 반죽이 자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아래로 축축 늘어집니다. 동시에 양손의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서, 가장자리를 살살 잡아당긴다는 느낌으로 반죽을 돌려주시면 됩니다. 이 과정에서도 크러스트 부분의 공기를 손상시키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3) 손으로 잡아당기기
반죽을 손으로 잡고, 그냥 잡아당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한쪽 손으로 반죽을 고정시키고, 반대편 손을 이용해 반죽을 잡아 늘인 뒤, 고정시킨 손등 위로 덮어주세요. 이러면 가운데가 늘어나겠죠?
이러한 과정 중 반죽에 구멍이 날 수 있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크러스트 이외의 부분은 얇으면 얇을수록 맛있는 것 같기 때문에 이탈리아 사람들이 피자를 만들 때도 종종 발생하는 일인데요. 이 경우 당황하지 마시고, 구멍 주위의 반죽을 엄지와 검지로 꼬집어 준다고 생각하시면 구멍이 메워집니다.
필요한 재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피자 소스
위에서 만들었죠?
(2) 피자 반죽
위에서 했죠?
(3)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피자의 위에 살짝 뿌려줄 예정입니다.
(4) 바질, 모짜렐라 치즈
별도의 손질이 필요하지 않아 레시피에서 큰 조명은 받지 못했지만, 마르게리타 피자의 핵심 재료 두 가지입니다. 꼭 피자가 아니더라도 토마토와 바질, 그리고 모짜렐라 치즈의 조합은 이탈리아 요리의 교과서 같은 존재죠.
모짜렐라 치즈의 경우 후레시 모짜렐라를 사용했습니다. 마르게리타에는 원래 후레시 모짜렐라가 사용되는 것 같아요. 사실 가격이 부담이 되긴 하지만, 좋은 재료 써서 나쁠 건 없겠죠?
양은 취향껏 사용하시면 됩니다.
(5) 파마산 치즈(또는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
(6) 오븐
음... 혹시 오븐 없이 여기까지 따라온 분은 없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만약 그러시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조리과정을 알아봅시다.
반죽부터 소스까지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가정에서 피자를 만들 때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 바로 이 굽기 부분입니다. 왜냐하면 가정용 오븐으로는 정통 나폴리 피자에 맞는 온도를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죠. 섭씨 485도 말이에요.
높은 온도의 화덕에서 빠른 시간 안에 구워내야, 겉은 바삭 속은 쫀득한 피자가 완성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희 집 오븐은 240도가 최고 온도라는 거... 이 부분은 사실 태생적 한계라고 볼 수밖에 없겠습니다.
오븐 온도 자체를 높게 달성할 수 없다면, 가능한 온도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야겠죠. 제가 생각한 방법은 주물 후라이팬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딱히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오븐 트레이에 비해 열용량(heat capacity)과 열전도율(thermal conductivity)이 높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양을 동그랗게 만들 수 있잖아요. 안 그래도 오븐이 작은데, 사각형의 오븐 트레이에 맞추려면 피자 모양을 제대로 내기가 힘듭니다...
굳이 주물 후라이팬을 사용하지 않으셔도 돼요. 다만 제가 이를 통해 달성하려고 했던 목적, 최대한 많은 열을 피자로 전달한다는 그 목적만 계속 염두에 두시고 그에 맞는 방법을 사용하시면 되겠습니다.
(1) 예열하기
먼저, 오븐을 최고온도(240도)로 올려놓고, 거기다가 주물 후라이팬을 넣었습니다. 대략 20~30분 기다리면 엄청 뜨거워집니다. 그러면 이제 조심스레 주물 후라이팬을 빼냅니다(오븐은 계속 작동 중이어야 합니다)
(2) 반죽 얹고 소스 바르기
깨끗하고 널찍하면서, 무엇보다 안전한 작업 환경에 달아오른 주물 후라이팬을 놓고, 반죽을 올려주세요. 후라이팬의 뜨거운 열기와 흐물흐물 거리는 반죽에 뭔가 정신이 없으실 텐데요. 침착함을 잃지 마시고 한쪽 끝부터 천천히 놓는다는 생각으로 하시면 괜찮을 거예요.
안정적으로 반죽을 올려놓은 뒤에는 숟가락으로 소스를 펴 발라줍니다. 소스를 너무 많이 넣지는 마시고,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흰 반죽이 군데군데 보이는 정도로 해주세요.
(3) 나머지 재료 얹기
무심한 듯 모짜렐라를 찢어 올려주시고, 바질도 올려주시고, 그 위에 파마산 치즈를 갈아주세요.
(4) 오븐에 굽기
재료를 얹는 시간은 아마 길어도 5분 정도면 끝날 거예요. 그 과정이 끝나면 드디어 피자를 오븐에서 구워줄 차례입니다.
죄송스럽게도, 시간을 따로 재지 않아서 얼마나 구웠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냥 보면서 적당할 때 빼낸 것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한 10분? 그 정도 구운 것 같기도 하고... 사실 조리 과정은 오븐의 종류나 반죽 상태 등 다양한 상황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으니, 알맞은 정도를 찾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5) 완성
사진 어플로 필터를 걸고 찍으니 꽤 그럴듯해 보이네요. 크러스트 부분이 노릇노릇하게 잘 익었고, 바닥 상태도 좋습니다. 그냥 피자로 먹기에는 맛도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명색이 '정통 나폴리 피자'를 기대하고 만든 것 치고는 결과물이 좋다고는 못하겠네요... 크러스트가 확 부풀어 오르지도 않았고, 소스가 발린 가운데 부분이 살짝 두꺼운 감도 있었네요.
말씀드렸다시피 오븐 온도 같은 측면에서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좀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수준까지 만들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혹시나 다음에 정말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면, 업데이트하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피자인 마르게리타 피자를 완성하면서, [피자 개론]도 마무리 짓게 되었습니다. 향후 다양한 종류의 피자를 만들게 되면 그때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겠어요.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요리의 대표 주자 격인 파스타, 리조또, 피자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모두 훑은 것 같아 마음이 매우 뿌듯합니다.
이제 여름이 다가왔으니 레시피 부분은 여름철 먹기 좋은 쪽으로 많이 다뤄 볼 생각인데, 아무래도 브런치 콘텐츠의 외연을 확장시킬 계획이라 과거보다는 뜸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요리는 명실상부 제 주력 콘텐츠이자 취미, 특기, 흥미니까, 꾸준히 또 자주 쓰도록 노력하려고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