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만둣국
이 글이 업로드 되는 것은 아마도 크리스마스 이후이겠지만 어쨌든 저는 지금 크리스마스 당일에 글을 쓰고 있네요.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크리스마스 코스]로 준비한 요리를 크리스마스가 지나서야 올리게 되었습니다. 나름 구상한 것이 많았는데 ㅠ 다른 요리들은 다음 기회에 또 소개해드릴 수 있겠죠 뭐.
이전 글에서 살짝 말씀은 드렸죠? 오늘 만들어 볼 음식은 토르텔리니입니다. 토르텔리니는 작은 반지 모양의 귀여운 파스타이고 그 모양이 배꼽을 닮았다고 해서 'ombelico(옴벨리코?, 배꼽)'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대요. 우리나라의 만두, 즉, 밀가루 피 안에 소를 채운 식의 파스타입니다! 이런 형태의 파스타 중 라비올리에 대해서는 많이들 익숙하실거라 생각하지만, 토르텔리니는 라비올리보다 귀엽고, 만드는 재미도 있는 편입니다.
이전의 두 글, 그러니까 [채소 육수]랑 [생 파스타]를 만들었던 이유가 바로 오늘을 위해서였어요! 간략하게 말씀드리자면 생 파스타로 토르텔리니를 만들고, 채소 육수에 끓여서 스프 형태로 음식을 내볼까 합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탈리아 만둣국'이 되겠네요!
오늘은 갈길이 좀 멀어서, 레시피로 빨리 넘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레시피는 몇단계로 나뉘어져 있으니 재료와 조리법을 각각의 단계에 맞춰 차근차근 알아보죠.
필요한 재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요맘때가 시금치 제철이라고 하네요. 겨울 시금치는 당도가 높아서 달콤하고 향긋하니 맛있다고 하더라구요. 나름 제철 재료를 활용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ㅎㅎ...
제가 준비한 시금치는 만나 박스에서 파슬리를 구입할 때 같이 주문한 것입니다. 잎사귀만 사용했고요, 중량은 150g정도 되었네요.
만두소에 두부를 넣는 것과 비슷한 것일까요? 포슬포슬하고 고소한 리코타 치즈를 더해줍니다.
요즘 마트에 보니 상하 목장에서 나온 제품(5천원 대)이 저렴하고 양도 적당하더라구요. 근데 다들 그걸 사가시는지 물건 찾기가 꽤 힘듭니다... 그래서 비싼 수입 제품(9천원 대)을 사용했습니다.
지난번 [따뜻한 와인]을 만들 때 남은 것을 사용했습니다. 외국 레시피를 참고하다보면 흔하게 들어가는 재료인데, 우리나라에서는 통넛맥을 구하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마트에서 이미 갈아져있는 것을 팔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제품의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려고 노력 중이기 때문에...
대략 한 꼬집정도 넣었습니다.
넉넉하게 넣었습니다.
시금치를 볶을 때 씁니다. 그냥 아무 식물성 기름을 사용해도 괜찮을 것 같네요.
조리과정을 알아봅시다.
기름을 두른 팬에 준비한 시금치를 모두 올려주고, 소금, 후추간을 더해주세요.
처음에는 파릇파릇 풍성하던 시금치들이 숨이 죽으면서 색이 진해지고 흐물흐물해질텐데요. 너무 열을 많이 가하면 쓴맛이 많이 올라온다고 하니까 대략 모양이 변하기 시작하면 건져냅시다.
뜨끈뜨끈한 시금치를 조심스럽게 다져주시면 됩니다. 이 과정에서 물기를 한번 쫙 빼주시는게 좋아요. 시금치에 물기가 너무 많으면 소가 잘 뭉쳐지질 않아서 토르텔리니를 빚을 때 모양이 잘 안나오거든요(경험담)
물기를 잡고 더 잘 뭉쳐지게 하기 위해서 추가적으로 빵가루와 계란 노른자를 더해주셔도 좋습니다만, 저는 굳이 그렇게는 하지 않고 냉장고에서 오래 식히는 쪽으로 했습니다.
다진 시금치는 볼에 옮겨서요, 리코타 치즈, 파마산 치즈, 넛맥을 추가한 뒤 냉장고에 넣고 좀 굳혀줄게요. 저는 냉장고 안에서 20분 정도 놔두었는데, 이 정도는 좀 모자란 것 같아요. 하룻밤 지나고 나니 모양이 좀 잡히더라구요. 한두시간 정도도 괜찮지 않을까요?
소를 만들어 두었으니, 이제는 피를 만들 차례입니다. 토르텔리니의 피(껍데기)가 될 파스타 반죽을 소보다 먼저 만드는 이유는, 반죽을 미리 밀어놓을 경우 말라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물론 밀대를 사용하셔도 좋은데요. 저는 비싼 돈을 투자해 구입한 파스타 기계(또는 제면기)를 사용하도록 할게요.
이것으로 말할 것 같으면, 지난 여름, 이탈리아 요리에 대한 열정으로 큰 맘먹고 구입하였으나, 얼마안가서 불어닥친 저탄고지(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 열풍으로 인해 봉인되었던 비운의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요즘 저는 고탄고지 식단을 유지하는 중이라, 이 파스타 기계가 큰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_^...
대체재인 밀대에 비해 파스타 기계의 장점은 '힘이 덜 든다,' '반죽을 얇고 균일하게 펼 수 있다.'정도 인데요.
하지만 정작 써보시면 되게 힘이 많이 듭니다. 밀대보다 훨씬 편하다고 얘기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더라구요. 면의 두께나 균일성 같은 경우에도, 그냥 칼로 툭툭 썰어내는 탈리아뗄레같은 면을 만들어 먹기에는 밀대도 큰 무리가 없습니다. 다만 기계를 쓰면 모양이 좀 더 이쁘게 나온다 뿐이죠.
혹시 파스타 기계를 구입할 의향이 있으시다면, 위에 사진에서 제가 잡고 있는 고정용 기구가 포함된 것을 구입해 주세요. 저게 있으면 그나마 좀 낫습니다.
기계자체는 무척 간단하고 사용법도 별다를 것은 없는데요. 일단 적당량의 반죽을 준비해 납작하게 꾹꾹 눌러주세요. 저는 장소가 협소한 관계로, 보통 밀가루 100g이 들어간 반죽을 절반씩 떼어 밀어냅니다. 기계를 계속 돌리다보면 생각보다 반죽이 많이 늘어나거든요.
납작하게 눌러놓은 반죽은 기계 내부에서 들러붙지 않도록 세몰리나 또는 밀가루를 묻혀주세요.
기계 측면에 보시면 조절이 가능한 다이얼이 있는데요(사진에 나온 기계의 좌측에 둥그런 모양으로 붙어있습니다.) 그 다이얼을 가장 큰 숫자로 맞춰주세요. 제가 가진 기계에서는 6번이 제일 큰 숫자네요.
기계 중앙의 롤러 부분에 반죽을 대고 손잡이를 돌리면 반죽이 펴지면서 내려갑니다.
이후에는 같은 과정의 반복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다이얼의 숫자를 1씩 줄여나가며(마지막 숫자는 1이니까, 6,5,4,3,2,1 순서겠네요) 반죽을 놓고 손잡이를 돌리면 돼요. 중간중간 반죽에 세몰리나 또는 밀가루를 뿌려주시는 것을 잊지 마시구요.
다이얼의 마지막 숫자인 1까지 반죽을 밀면, 굉장히 얇아져있을 겁니다. 즉, 토르텔리니 피가 완성된 것이죠!
완전한 정사각형일 필요는 없습니다. 널찍널찍하게 잘라주세요.
적당량의 소를 덜어 피 가운데에 놓아주세요. 양 조절을 잘해주셔야하는데요, 너무 많으면 소가 삐져나오거나 모양이 안나올 수가 있고, 너무 적으면 소의 맛이 잘 안느껴질 수 있거든요. 이건 그때그때 상황에 맞도록 본인이 잘 조절하는 수 밖에 없겠습니다.
예쁜 자식을 낳고 싶은 분들은 이제 심혈을 기울여 봅시다. 저도 처음 만들어본 것이라서 헤멨는데, 몇번 해보니까 감이 잡히긴 하더라구요. 그럼 차근차근히...
먼저 정사각형을 대각선으로 접어서 삼각형으로 만들어 주세요. 다음으로 소를 안쪽으로 밀어넣고 맞닿은 피를 서로 붙여주기 위해서 겹쳐진 모서리를 손가락으로 힘주어 꾹꾹 눌러주세요.
이제 가운데가 불룩한 삼각형에서 가장 긴 부분(밑변?)을 잡고, 위로 한번 접어주세요. 힘을 주어 눌러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가볍게 접어주시기만 하면 돼요. 그러면 오른쪽 사진에서 보실 수 있는 것 같은 모양이 되는데요.
마지막으로, 위에서 접은 부분이 안쪽으로 들어오도록 잡고 양쪽 모서리를 붙여주시면, 반지 또는 배꼽 모양의 토르텔리니가 완성됩니다!
휴... 정말 먼길을 달려왔네요. 이제는 준비한 모든 재료를 결합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앞서 만들어둔 채소 육수에 토르텔리니를 담아 스프 형태로 낼 생각인데요. 보통 이탈리아에서는 닭 육수를 사용한다고 하네요. 토르텔리니 안의 소도 육류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던데, 저는 그냥 전체적으로 채식 메뉴로 꾸려보았습니다.
앞서 만들어 두었던 채소 육수 적당량을 냄비에 넣고 끓여주시고 적당히 소금, 후추간을 해주세요.
물이 끓어오르면 토르텔리니를 넣고, 파슬리도 좀 넣어줄게요. 파슬리는 선택사항입니다
생 파스타는 길어도 2~3분이면 익는데요, 뇨끼를 삶을 때 처럼 끓는 물 표면에 파스타가 떠올라서 막 부글부글 끓기 시작할 때 건져줬어요. 적당량의 채소 육수도 같이 담아주고, 파마산 치즈를 갈아주면 기나긴 여정이 끝납니다!!! 드디어!!!
긴 과정을 거쳐 만든 토르텔리니는 부드러운 식감이 좋습니다. 시금치와 리코타 치즈의 달콤하고 고소한 맛도 잘 느껴졌구요. 뿐만 아니라 조리 과정이 아주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어서 뭔가 맛 이상의 색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스프로 사용한 채소 육수였어요. 막말로 채소 우린 물에 소금, 후추만 쳤을 뿐인데 정말 맛있더라구요. 이 자체로도 맛있는데 이걸로 무슨 찌개나 죽, 리조또를 만들면 얼마나 맛있을까 하는 상상에 굉장히 즐거워졌습니다.
글이 엄청 길어졌네요~ 중간 과정을 하나 더 떼어내볼까도 생각했지만, [채소 육수]나 [생 파스타]와는 달리 떼어내기 좀 애매한 내용들이라서 글 하나에 전부 우겨넣게 되었어요.
올해는 더이상 요리를 하기가 좀 힘들어졌습니다. 제가 갑작스러운 사정이 생겨서 고향에 내려와있게 되었거든요ㅠ 야심차게 준비한 [크리스마스 코스]를 여기서 마무리 지어야하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사실 크리스마스 때 사랑하는 여자친구랑도 같이 못 보냈어요...
흠흠, 어쨌든, 내년을 기약해봐야죠? 내년에는 더 맛있는 요리를 더 재밌게 준비해서, 더 많은 분들과 공유해보고 싶네요. 요리를 다시 하려면 좀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요리나 촬영 여건이 준비되는대로 계속 레시피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아, 요리 말고 다른 주제의 글도 좀 준비를 하고 있기는 해요! 그건 올해가 가기전에 다 올릴 수 있길 바라면서...
감사합니다!
*2017년 12월30일 수정(사진 상하단부 검은 줄 제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