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칠맛 대잔치
캔디형 여주인공 서유경은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요리사가 되기 위해 온갖 열정을 쏟아붓는다. 서유경이 요리사가 되기로 결심한 데에는 파스타 ‘알리오 올리오’가 존재한다.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난 뒤, 홀로 찾은 ‘라스페라’에서 ‘알리오 올리오’를 먹고 “이렇게 맛있는 걸 엄마도 먹었더라면 더 살고 싶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서유경은 자신이 파스타를 먹고 눈물 흘린 것처럼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싶었던 것이다
알리오 올리오를 먹고 울었다니... 다른 파스타 먹었으면 사람 잡을 뻔...
지금 이렇게 보면 좀 웃기기도 하지만, 드라마 [파스타]는 참 재밌는 작품이었죠! 일반 대중이 '이탈리아 요리'라는 것을 본격적으로 알게 된 계기이기도 했고요. 아마 저도 이탈리아 요리 자체에 관심을 갖게 되는 데 있어서, 저 드라마의 영향이 어느 정도 있지 않았나, 하고 생각해요.
그리고 오늘은, 드라마 [파스타]에서 이선균 씨의 까랑까랑한 목소리와 함께 유명세를 탄 ("자, 오늘의 첫 번째 주문이다!") 파스타 레시피를 알아보려고 해요.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봉골레입니다!
Vongole(봉골레)는 이탈리아어로 조개라는 뜻이에요. 보통 봉골레 파스타라고 불리는 파스타 요리는 원어로 Pasta alle vongole라고 쓰는데, 직역하면 파스타와 조개입니다. Pasta(파스타) 부분에는 그때그때 사용한 면을 말해주면 되니까, 오늘의 파스타는 링귀네 알레 봉골레가 되겠네요!
필요한 재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봉골레가 조개입니다만, 단어만 놓고 보면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슨 조개인지 알기 힘들어서 마트 수산물 매대 앞을 서성이기도 했어요. 레시피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바탕으로 추측해보니 바지락이 가장 비슷한 것 같아서 저는 주로 바지락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유통되는 조개류 중 봉골레 파스타에 사용할만한 것은 모시조개와 바지락이라고 하네요. 두 가지 중 더 맛과 모양이 좋은 것은 모시조개라고 하는데, 가격이 비싸다고 하니 참고하셔서 취향대로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개수야 뭐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굳이 이야기하자면 1인분에 15개 정도 씁니다.
빠질 수 없죠? 저는 무슨 파스타든 1인분에 2 테이블 스푼을 기본으로 합니다.
소스의 기초가 되어줄 마늘입니다. 크기에 따라서 다르지만, 1인분에 2개 정도 사용하고 있어요.
파슬리는 이파리 부분을 다져서 약간 넣어줍니다. 하지만 파슬리 줄기 부분도 참 맛있거든요, 이파리 쓰자고 줄기를 다 버리기도 아깝기 때문에... 저는 줄기도 약간 다져서 베이스에 추가해주었습니다.
이파리는 사진에 나와있는 것을 다 사용할 것은 아니고요, 그냥 한 꼬집 두 꼬집 적당히 보면서 넣어줄 거예요!
와인이 들어가는 레시피는 좋은 와인을 쓸수록 다른 차원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뭐... 가난해서 막 이래저래 비교는 못해봤지만, 아무튼 그렇다고 하니 여러분이라도 고차원적인 삶을 영위하시길 바랍니다.
100ml 정도 사용했습니다.
오늘은 링귀네를 써봤습니다. '작은 혀'라는 뜻을 가진 파스타로, 납작하게 생겨서 소스를 좀 더 잘 붙들어둔다고 하죠? 스파게티와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스파게티를 사용하는 파스타 대부분에 대신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 정도의 재료만 있어도, 맛있는 봉골레 파스타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다섯 가지 소스 재료 + 파스타 외에 다른 재료는 기본적인 맛을 증폭시켜주거나, 다른 포인트를 살짝 추가해주기 위해 사용합니다.
색감과 매운맛을 위해 사용했습니다. 1인분에 고추 반 개를 쓰면 적당한 양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산물의 감칠맛, 그리고 은은한 짭짤함을 크게 증폭시켜주는 재료죠. 통조림이나 병조림 앤초비를 구입해놓으면 파스타 소스, 샐러드드레싱 등에 꽤 요긴하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1인분에 앤초비 두 점 정도를 다져서 준비합니다.
대체재로는 멸치 액젓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정확히 같은 생선은 아닌 것 같아도, 앤초비나 멸치나 비슷하다고 하니까요. 저도 가끔 1인분에 1/2 테이블 스푼 정도를 조심스레 써보는데,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멸치 액젓이 더 싸고, 우리나라에서 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고요. 다만 멸치 액젓이 과하게 들어갈 경우, 소스의 색이 많이 거무스름해진다거나 지나치게 짜질 수 있으니, 여러분도 이래저래 실험을 해보시면 좋겠네요.
조리과정을 알아봅시다.
세척과 해감은 봉골레에서 몹시 중요한 과정입니다. 위생적으로도 중요한 데다, 자칫 잘못하면 식감과 맛을 형편없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흐르는 물에 조개 표면을 박박 문질러서 씻고, 소금물에 담가서 2시간 정도 상온에 내놓으시면 해감이 된다고 합니다. 어두컴컴하면 더 잘 된다고 하니, 뚜껑 같은 것을 덮어놓으시면 더 확실하겠습니다.
그리고 애초에 깨져있거나, 입을 벌리고 있는 조개는 좋지 않은 것이니 과감하게 사용하지 맙시다.
링귀네의 알덴떼 조리 시간은 10분입니다(데체코 기준) 봉골레 소스의 조리 시간은 짧게는 5분, 넉넉 잡아도 8분 정도로 보시면 되기 때문에, 먼저 냄비에 면을 넣고, 1~2분 숨 좀 돌린 다음에 조리를 시작해주시면 되겠습니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향을 입히는, 거의 모든 파스타 소스를 만들 때 거치는 과정입니다.
저는 저렇게 깊은 냄비를 사용했는데요, 크기가 작기는 하지만 1인분을 만들기에 부족하지는 않고, 기름이 이리저리 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아주면서 뚜껑을 덮기도 간편하기 때문입니다. 널찍한 후라이팬을 사용하셔도 아무 문제없어요!(오히려 2인분 이상은 후라이팬 사용을 권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기름에 향을 입히고 할 때는 냄비가 완전 달아오르기 전에 기름과 재료를 넣어주시는 게 좋아요. 같이 열을 받으면서 은은하게 향을 입히기에도 좋고, 재료가 타는 것을 막을 수도 있습니다.
마늘, 고추, 파슬리 줄기, 앤초비까지 넣고 휘휘 저어줍니다.
슬슬 재료 주변에서 뽀글뽀글하고 기름이 끓는 것 같은 모습이 보이 실 텐데요, 예의 주시하다가 마늘이 갈색으로 변하려고 슬슬 폼을 잡는다! 하면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면 되겠습니다.
마늘을 비롯한 재료들이 타기 전에 재빨리 조개를 넣어주고,
화이트 와인을 둘러줍니다.
조개와 와인이 들어가면 온도도 많이 떨어지고 기름에 물기가 닿아서 촤아악 하고 내용물이 많이 튀는데요, 온도도 올려주고 기름이 사방에 튀는 것도 막아줄 겸 잠시 뚜껑을 덮어줍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달그락달그락하고 소리가 날 거예요. 이런 소리가 나기 시작하면 냄비 안이 끓기 시작했다는 것이니 뚜껑을 열어보셔도 좋겠습니다.
뚜껑을 열면 화이트 와인에 조개가 뿜어낸 듯한 물까지 더해져서 물기가 더욱 자작하게 깔려있습니다.
여기다가 물을 더 부어서 조개탕+파스타처럼 드시는 분들도 있다고 하는데,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제 생각으로는 그렇게 드시려면 파스타보다는 칼국수, 아니면 차라리 생 파스타를 말아서 드시는 편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농도라든지 맛 같은 게 건면이랑 먹으면 되게 안 어울릴 것 같아서요.
아마 짧은 시간 안에 조개가 모두 입을 벌릴 텐데요, 일단 그러면 조개는 얼추 다 익은 거고, 물을 졸여주면서 파슬리 이파리를 한두 꼬집뿌려줍니다.
이제 면만 넣어주면 바로 먹을 수 있겠군요.
면이 다 익으면 넣어줍니다. 후라이팬을 사용했다면 촥촥하면서 뒤집을 수 있을 텐데, 냄비니까 그럴 수는 없고, 그냥 면과 소스가 잘 어우러지도록 집게로 살살 뒤적여줬습니다.
1분 정도 잘 버무려 주시면 끝이지만, 그 과정에서 소스가 좀 마른 것 같다, 하시면 면수를 한 국자씩 살짝살짝 넣어주세요. 촉촉하고 맛도 더 좋은 링귀네 알레 봉골레를 즐기실 수 있어요.
좀 예쁘게 담아보려고 했는데 실패했군요... 생생한 파슬리 이파리를 좀 더 위에 얹어주셔도 좋을 법하네요. 파스타 플레이팅 실력이 나아지면 그거 관련해서도 글을 쓰고 싶습니다.
맛은 물론, 있습니다. 이렇게 단순한 형태의 파스타는 맛도 솔직합니다. 짭조름하면서도 달콤한 맛을 느끼실 수 있을 거고 고추를 넣었으니 약간 매콤하겠죠? 뿐만 아니라 조개, 마늘, 고추, 파슬리, 올리브 오일이 어우러진 향도 음미하시면 '아~ 그 맛이 이 맛이구나~ 맛있다~'하면서 드실 수 있을 거에요.
모시조개는 7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가 제철이고, 바지락은 2월부터 4월까지가 제철이라고 하네요. 지금이 3월이니, 바지락으로 봉골레 파스타 만들어 먹기 딱 좋은 때겠습니다요. 혹시나 만들어 드신다면 맛있게 드시고, 저는 공채의 폭풍 속에서 생존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올해 모시조개 철에는 꼭 직장인이 되어서 비싸다는 모시조개로 봉골레를 만들어 먹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참고자료
1. '서유경의 눈물'. 스타 서울 TV 기사 "드라마 '파스타' 인기↑ 요리 '파스타' 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