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부엉씨 Dec 05. 2017

더치 베이비

이 모든 건 우연이 아니니까

운명을 믿으시나요?


저는 더치 베이비를 처음 만난 그때 운명을 느꼈습니다. 여자친구와 함께 찾아간 가로수길의 모 팬케이크 가게였죠. 처음에는 뭔지도 모르고 시켰습니다만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한 맛에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고요. 그 이후로는 그 집을 찾을 때마다 더치 베이비를 꼭 하나씩 시켰는데,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서 직접 만들어보려 합니다.


먼저, 이 팬케이크의 이름에 대해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요. '더치 베이비'(Dutch Baby: 네덜란드 아기) 또는 '저먼 팬케이크'(German Pancake: 독일식 팬케이크)라고 불립니다만, 네덜란드, 독일이 들어간 이름과는 달리 실제로는 미국에서 정립된 레시피라고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에서 독일인 이민자들이 독일식 팬케이크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독일의'라는 뜻을 가진 독어 'deutsch'가 발음상 비슷한 영어 'dutch'로 변형됐다는 것이 정설인 듯해요.


썩 뭐 매력적인 스토리는 아니네요. 그래도 맛은 정말 좋습니다! 브런치로도 좋고, 양을 조절한다면 디저트로도 좋은 요리이기 때문에 오늘 이 레시피가 여러분에게도 운명 같은 만남이 되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필요한 재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1~6은 반죽에 필요한 재료와 도구입니다.


1. 달걀 3개


달걀은 상온으로 준비해주세요. 사용 30분~1시간 전 바깥에 내놓으면 됩니다. 요즘처럼 추운 때는 따뜻한 물에 한 10분 담가놓는 것 또한 방법이겠네요. 아, 만약 미리 내놓는 것을 까먹었다! 하실 때도 따뜻한 물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2. 우유 160ml


우유도 상온으로 준비해주세요.


3. 밀가루 1/2컵(꾹꾹 눌러 담아서)


1컵(cup)이라는 계량 단위는 볼 때마다 참 난감해요. 개인적으로는 왜 쓰는 것인지 의아한 단위입니다. 대략 240ml로 환산되는 것으로 보아서는 부피단위인데... ml면 ml 지 왜 굳이 240ml를 1컵으로 부르는 것일까요? 게다가 나라마다 용량이 조금씩 상이한 것 같더라고요. 일단 저는 미국 사람(FoodWishes.com) 레시피를 참고했으니 미국의 법정 기준인 1 cup=240ml로 맞췄습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120ml의 밀가루를 꾹꾹 눌러 담아 준비해주시면 되겠네요. 아이고 복잡해라... 이런 경우가 꽤 있습니다. 온즈라든지, 파운드라든지, 화씨... 이런 단위들에 대해서 공부해보는 것도 재밌겠다 싶네요.


4. 바닐라 엑스트랙트 1/4 티스푼


1/4 티스푼이라는 계량도 참 얄궂지만, 이 경우에는 계량스푼을 구입한 분들이라면 보통 1/8 티스푼 정도까지 묶음으로 나오기 때문에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만약 계량스푼이 없으시다면, 바닐라 엑스트랙트를 2초 정도 쪼르르 넣어주시면 될 것 같네요.


5. 소금 1/4 티스푼


넉넉하게 한 꼬집 정도겠습니다.


6. 믹서기


거의 액체에 가까운 반죽이라 잘 섞이게 하기 위해서 믹서기를 사용했는데요, 거품기를 사용해도 큰 무리는 없을 듯합니다.



7~9는 팬케이크를 굽는데 필요한 재료와 도구입니다.


7. 정제 버터 3 테이블 스푼


굳이 정제 버터를 사용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만드는 게 귀찮기도 하고... 저는 또 해보니까 잘 안되더라고요.


정제 버터를 사용하는 이유는 높은 온도에서 버터가 타지 않게 하기 위함인데요. 제가 해보 굳이 온도를 그만큼 올릴 필요는 없어 보였습니다. 따라서, 일반 버터를 3 테이블 스푼 정도 사용해주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8. 무쇠 후라이팬


오븐을 사용해야 하는 레시피이기 때문에, 오븐에 들어갈 수 있는 후라이팬을 써야 합니다.


9. 오븐




10~12는 팬케이크에 곁들여 먹는 재료입니다.


10. 레몬즙 반개 분량


11. 버터


저는 편의상 만들어놓은 정제 버터를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야말로 그냥 일반 버터를 쓰셔도 무방합니다. 다만, 팬케이크 위에 치덕치덕 발라줄 것이니 미리 녹여놓긴 해야겠죠?


12. 슈가파우더


반죽에 설탕이 안 들어갔기 때문에 달콤함을 주기 위해서 사용합니다. 넉넉히 뿌리면 되겠습니다.


+여러 가지


10~12번은 아주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곁들임 재료들입니다. 기호에 따라 각종 과일, 시럽, 쨈 등을 곁들여서 먹으면 더 맛있게 드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조리과정을 알아봅시다.


0. 오븐 240도로 예열


중간에 자잘한 과정과 설명이 많아서 그렇지, 사실 조리 시작부터 오븐에 넣기까지 오래 걸리는 레시피는 아닙니다. 그러니 조리를 시작하시기 전에 오븐을 예열해놓으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1. 반죽 만들기


반죽 만들기는 그냥 재료를 조합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편하게 쭉 따라가면 될 일입니다.


먼저 계란을 알뜰살뜰하게 깨 넣어 주시고요.


우유-바닐라 엑스트랙트-소금도 넣어주세요.


이제 밀가루를 조심조심 넣어주신 뒤


위우이우이ㅜ우이우우이윙이ㅜㅇ 돌려주시면 됩니다.


30초에서 1분 정도 돌려주시면 되겠네요. 반죽이 아주 부드럽게 잘 섞이면 됩니다. 중간중간 믹서기 가장자리에 밀가루 등의 재료가 붙어있지 않도록 주걱으로 긁어내 주시고요, 부드러운 반죽이 될 때까지 돌려주세요.


2. 후라이팬에 반죽 붓고 오븐에 넣기


강불에 무쇠 후라이팬을 놓고, 달궈주세요.


여기서 '얼마나 달굴 것인가'가 문제이기는 합니다. 제가 참고한 레시피에서는 '아주 뜨거워야 한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그것이 굳이 정제 버터를 사용하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아주 뜨겁게 하니까 팬케이크 바닥이 자꾸 타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너무 뜨겁지 않은 수준(...)에서 버터를 넣었습니다.


좀 더 간편한 기준을 말씀드리자면, 일반 고체 버터를 후라이팬에 놓고, 그것들이 모두 보기 좋게 녹은 시점에서 반죽을 붓는 것이 가장 좋겠다... 고 할 수도 있겠어요.


반죽을 붓고 나서는 반죽 가장자리가 보글보글 끓을 때까지 살짝 기다리셨다가 후라이팬을 그냥 오븐에 넣어주시면 됩니다.


3. 220도 오븐에서 20~25분


꽤 그럴듯하게 나왔습니다. 아름답죠?


사실 바깥에서 사 먹는 것은 더치 베이비의 가운데 부분이 부풀어 오르지 않은 채로 부드럽게 형성돼있는데요. 아마 오븐의 온도라든지, 시간, 반죽의 양 같은 기술적인 부분을 조절한다면 그런 표현도 해볼 만할 것 같습니다. 뭐, 저 상태도 맛있어요.


4. 곁들임 재료 얹기


조리용 붓이나 숟가락 등을 이용하셔서 버터,


레몬즙을 고르게 발라주세요.


이 과정에서 표면이 바삭바삭한 것을 느낄 수 있는데요, 참 기분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슈가파우더를 충분히 뿌려주세요. 충분히요.


5. 완성


그럴듯합니다. 정말요.


바삭한 표면과 부드럽고 폭신한 속 부분의 식감이 좋아요. 전체적으로 계란과 버터의 고소함이 많이 느껴지고 레몬즙이랑 슈가파우더가 올라갔으니 새콤달콤합니다. 이대로만 먹어도 참 맛이 있는데요,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다양한 과일, 시럽 등을 곁들인다면 시너지가 더 날 것 같네요.


레시피가 사실 되게 간단한 편이지만 직접 만들어보니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재료의 비율과 후라이팬의 온도에서 크게 애를 먹었고 3차 시도만에 그럴듯한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었어요. 다만, 한번 성공하고 나니 다음에는 실패할 것 같진 않다... 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기는 레시피였습니다.



참고자료입니다.


1. Food Wishes 의 레시피


제가 전적으로 참고한 레시피입니다.


다만 버터 사용과 다양한 토핑 부분은 다른 레시피를 참고하셔도 좋은데요.


2. Donal Skehan 의 레시피


아일랜드 훈남 요리사 Donal 형의 레시피입니다.


블루베리, 라즈베리, 딸기, 초콜릿 시럽에 헤이즐넛까지. 저거 팔면 한 삼만 원은 받아야겠네요. 근데 한 번쯤 사 먹을 것 같은 비주얼입니다(...)




연말이라서 뭐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것은 많은데 요즘은 브런치를 안 해 버릇하다 보니 참 아쉽네요. 과거의 그 열정을 다시 되찾고 브런치도 더 잘 관리해야겠습니다.라는 의미 없는 말과 함께 오늘 레시피를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