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를 삶기 전 알아둘 내용
특히 요즘은 이탈리아에서 파스타를 먹고 오신 분들도 많고, 방송에서 다뤄지기도 하고, 요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나면서 일상에서 파스타를 많이 만나볼 수 있는데요. 저도 사실은 취미 삼아 만든 첫 번째 요리가 파스타였습니다! 그러니까, 음... 요리에 대한 제 관심의 뿌리라고 할까요...? 제가 알고 있는 레시피의 대부분도 파스타 요리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뿌리이자 줄기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어쨌든 저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인 파스타! 파스타 요리에 얽힌 많은 이야기를 브런치에서도 풀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다양한 파스타 레시피의 가장 기본이 되는, '파스타 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게요! 사실 '파스타 면'이라고 하기보단, 그냥 '파스타'라고 부르는 것이 맞겠죠?
저도 한때는 '파스타=스파게티'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어요. 요즘도 시중에서 파는 소스 중에는 '스파게티 소스'라고 이름 붙여져 나오는 것이 있을 만큼 스파게티는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파스타이자 파스타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파스타의 종류는 엄청나게 많습니다. 건면, 생면, 숏파스타, 롱 파스타 같이 큰 카테고리만 해도 이렇게 다양해요. 하지만 어떤 종류의 파스타이든지 간에 중요한 것은, '소스와 어울리는 파스타를 삶는 것'입니다.
(a)Spaghetti (b)alla carbonara
(a)스파게티 (b)~와 까르보나라
위에 써 놓은 것은 일반적으로 파스타 요리를 표기하는 방법입니다. 보통 앞쪽(a)에 사용된 파스타 면이 나오고 뒤쪽(b)에 소스의 이름이 나오는데요. 결국 파스타 요리의 본질은 (a)와 (b)의 조합에 있다고 생각해요. 즉, 같은 까르보나라 소스라도 어떤 사람은 (a)에 스파게티를 놓을 수 있고, 어떤 사람은 링귀니를, 또 다른 사람은 펜네를 놓을 수도 있다는 말이죠.
그렇게 보면 실제로 파스타의 응용은 엄청 다양하지만, 그래도 '정석화된 조합'이라는 것은 있어요. 대중적으로나 전통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지고 사용되는 조합이죠.
위의 스크린샷들은 구글에서 파스타 이름을 입력했을 때 자동 완성으로 보이는 것들이에요. 스파게티는 '스파게티 볼로네제', '스파게티 까르보나라'가 있고, 링귀니는 '링귀니 (알레) 봉골레', '링귀니 까르보나라', 마지막으로 펜네는 '펜네 (알라) 아라비아따' 등을 볼 수 있네요. 이런 요리명들은 그 자체로 어떤 파스타와 어떤 소스가 궁합이 맞는지에 대한 정보를 주죠.
거기서 더 나아가, 저 같은 경우에는 경험이 점점 늘어날수록 '왜 특정 소스에는 특정 면이 어울릴까'하는 질문에 대한 감이 잡히더라고요. 예를 들면 '소스 맛이 진해질수록 파스타의 면적은 넓어지는구나'하는 것들 말이에요. 그렇게 감을 잡을수록 다양한 응용이 가능해지니까, 여러분들께서도 그런 부분을 유심히 지켜보시고 맛있는 파스타 요리에 재미를 더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어떤 종류의 파스타를 삶을 것인지 결정했다면, 본격적으로 그것을 삶기 전, 무엇이 더 필요한지 한번 살펴봅시다.
2-1. 냄비
요즘에는 시중에서도 '파스타 냄비'라고 해서, 이중구조의 길쭉한 냄비를 쉽게 찾을 수 있어요. 저는 1년 전부터 사겠다고 노래를 부르고 있지만 형편이 안돼 아직은 손가락만 쪽쪽 빨고 있는 상황입니다... 꼭 비싼 냄비가 아니더라도 파스타를 삶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다면, 파스타를 삶기에 충분히 커야 한다는 것이죠. 냄비가 작으면 물을 담을 수 있는 양이 적다 보니 파스타를 넣었을 때 물 온도가 확 떨어져 버리고 온도가 올라가면 물이 막 넘거든요. 이후에 언급하겠지만 파스타의 면수는 소금에 전분기까지 있어서 청소할 때 은근 짜증 납니다....
2-2. 파스타(양)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배가 고프면 많이, 별로 안고프면 적게 잡으시면 될 것 같은데요. 보통 파스타 1인분을 어림잡을 때는 검지와 엄지를 이용해 만든 원으로 측정하죠?
그래도 편의상 기준이 되는 수치를 말씀드리면, 개인적으로는 100g으로 잡습니다.
직접 측정한 양은 이 정도네요. 매우 친절하죠? 보통은 1인분에 70g 정도를 정량으로 보는 것 같은데, 파스타 패키지에 1회 제공량이 100g으로 표기되어 있기도 하고 저는 많이 먹어서 그렇기도 하고...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양은 개인에 따라, 파스타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일 테니 그저 기준으로만 받아들이시고 본인에 맞게 사용하셔요!
2-3. 물
파스타 100g당 최소 1리터의 물은 사용해야 한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최소량'인데요. 저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주의예요.
그리고 찬물, 더운물 상관없는 것 같아요. 외국 친구들은 몇 가지 이유로 더운물 사용을 꺼리는 경우가 있어서 드리는 말씀인데요. 그러한 의견은 과학적으로 잘못된 근거를 사용하고 있거나, 상수도 시설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저는 깨끗한 대한민국을 믿습니다!
2-4. 소금
물 1리터당 10g의 소금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파스타 100g당 물 1리터였으니, 1, 10, 100 세 숫자를 나란히 세워 기억하셔도 좋을 듯싶네요.
면수에 들어가는 이 소금이 정말, 정말 중요합니다. 파스타 요리의 2%를 채워줄 면수에 직접적인 맛을 더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인데요. 이러한 소금의 중요성 때문에 간이 덜 된 면수에 삶은 파스타를 이탈리아어로 'sciocca(멍청한)'라고 표현한다고 하네요.
또, '면수가 바닷물만큼 짤 때까지' 소금을 치라는 말도 있는데요. 다들 아시겠지만 바닷물, 엄청 짭니다. 마시면 죽어요... 그러니 저 말은 그냥 면수에서의 소금의 중요성을 강조(또는 과장)한 말이라고 보시는 편이 좋을 것 같군요.
참고하시라고 소금 10g 사진도 올립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담은 물에 직접 소금을 치면서 맛을 보는 것 같아요. 저는 '좀 짜다' 싶은 정도에서 조~금만 더 칩니다.
2-5. 올리브오일(?)
많은 분들이 파스타 면수에 올리브오일을 넣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많이 갈리는 편입니다. 제가 참고한 대부분의 문서와 영상은 이러한 행위를 최소 '불필요한 행위'에서 최대 '해서는 안 되는 행위'로 까지 규정하고 있는데, 반대쪽 의견도 만만치는 않더라고요. 저는 요리를 배운 사람도, 과학자도 아니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무엇이 옳다 그르다를 결정하기보다, 각 주장의 근거를 종합하고 저의 방식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1)올리브오일을 넣자
파스타 면수에 올리브오일을 넣는 가장 큰 이유는 '파스타가 서로 들러붙는 것을 막아주기 위해서'입니다. 이러한 목적은 파스타 삶기의 가장 큰 원칙 중 하나인데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기름을 넣으면 면 한가닥 한가닥에 기름막이 생겨 서로 미끌미끌 안 들러붙을 것 같네요.
영국의 미슐랭 쓰리 스타 셰프인 마르코 피에르 화이트나 고든 램지의 영상을 보면 이런 식으로 파스타를 삶습니다. 단지 이들이 유명 셰프이기 때문에 그 말을 들어야 한다기보다, 완벽함에 집착하는 미슐랭 스타 셰프의 요리법을 쉽사리 틀렸다고 하기는 어렵잖아요. 게다가 '이탈리아에서는 그렇게 안 하는데!?'라는 반론에 대해서 마르코 피에르 화이트는 '우리 엄마 이탈리아 사람인데?'라고 맞받아치기도 합니다(...).
면수에 올리브오일이 불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 중에, '라비올리를 삶을 때는 유용하다'라고 조건을 붙이는 경우도 있습니다.(제이미 올리버)
(2)올리브오일을 넣지 말자
이와 같은 주장의 근거는 몇 가지 있는데요. 첫째, 굳이 올리브오일을 넣지 않아도, 충분한 양의 물, 높은 온도, 그리고 지속적인 관심(저어주기)으로 파스타의 들러붙음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 파스타에 형성되는 기름막이 오히려 소스와 면의 밀착된 조화를 방해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셋째, 올리브오일, 특히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은 비싸기 때문이라는 주장입니다(특별히 올리브오일이 저렴한 나라도 있으니 그곳에서는 해당되지 않는 이유겠네요.) 이외에 몇 가지 이유가 더 있지만 쉽게 반박될 수 있어 생략하였습니다.
(3)나는?
저는 올리브오일을 넣지 않는 편인데요. 필요 없다는데 굳이 넣을 이유가 없어서입니다. 집에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밖에 없는데... 아깝잖아요.
파스타 개론은 총세편으로 구성했는데, 그 첫 번째인 오늘 글은 파스타를 삶기 전 필요하고 알아두면 좋을 내용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어떻게, 다들 아시는 내용을 장황하게 떠들어댄 것 같기도 하고, 틀린 내용을 맞는 것처럼 적어놓았을까봐 걱정도 되네요. 혹시나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어떤 방법으로든 피드백을 주세요! 저야 뭐, 항상 배우는 입장에서 그런 가르침은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앞으로 이어지는 글에서도 파스타 삶는 방법에 대해서 왜 그렇게 하고, 혹은 왜 그렇게 하지 않는지를 계속 다뤄보려고 해요. 다음 글도 있으니, 마무리는 이 정도로 하고. 빠른 시일 안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