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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부엉씨 Dec 05. 2016

따뜻하게 마시는 와인

코 끝에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입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는 일년 중 가장 마음이 훈훈해지는 시기가 아닌가 싶네요. 반짝반짝 빛나는 조명 장식들은 기꺼이 밤공기를 마시게 하고, 누가 맞춰놓은 알람 마냥 이 시기에 맞춰 흘러나오는 캐롤을 들으면 '이 노래 또 나오네'라고 불평하면서도 미소를 짓게 됩니다.

 하지만 이 좋은 시절을 눈과 귀로만 즐길 수 있나요. 특히 서양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가족, 지인, 친구들과 함께하는 파티가 잦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담은 파티 음료와 음식들이 많습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이, 저도 그걸 그냥 넘어갈 수 없죠. 저는 저의 브런치를 계절과 상황에 맞는 레시피로 채워나가고 사랑스러운 크리스마스를 온몸으로 느끼기 위해서, 12월에는 다양한 크리스마스 음식으로 채워보려합니다.


  그 첫번째는 '따뜻한 와인'입니다. 할로윈부터 크리스마스 즈음까지 갖가지 향신료를 넣어 데운 와인을 마시는 것은 유럽 전역에 걸쳐서 보이는 문화라고 하는데, 아마 뱅쇼, 글뤼바인, 멀드 와인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그 때문인 것 같네요.

 제가 관심이 많은 이탈리아에서도 와인을 이렇게 해서 마십니다. 주로 이탈리아 북부에서 많이 만들어서 먹으며 "vin brulé"라고 불린다고 하네요. 불어인 vin brulé를 번역하면 '(불에)탄 와인'이라고 하네요(크림 브륄레가 생각나지 않으시나요?) 정작 프랑스에서는 이런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참 재미있는 이름인 것 같아요.




다양한 이름만큼, 레시피마다 들어가는 재료도 많고 개인, 가정별로 다른 버전이 존재하는데요. 저는 일단 최대한 간단하고 핵심적인 재료를 사용하고자 노력해보았습니다.


필요한 재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와인(두 병)

따뜻한 와인이니, 와인이 필요하겠죠? 

뭐 와인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은 아니다보니 엄청 좋은 와인을 쓸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애초에 이것을 만들 때 파티 등을 하고 남은 와인을 섞어 만든다는 말도 있고요. 저는 마트에서 판매하는 와인 중 매우 저렴하면서도, 가성비가 좋다고 알려진 칠레산 제품으로 준비했습니다.


2. 설탕 200g


3. 레몬 두 개, 귤 두 개

보통 감귤류 중에 레몬과 오렌지를 많이 사용합니다만, 귤과 라임을 사용하는 레시피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렌지와 라임은 지금 찾기도 힘들고 가격이 너무 비싸서 만만한 레몬과 귤을 사용했습니다.


감귤류는 껍질을 사용해야하기 때문에 왁스를 제거하는 과정을 꼭 거쳐주시구요(죄송하지만 감귤류 왁스 제거 및 세척 과정은 검색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ㅠㅠ) 껍질과 과육을 분리하여 준비해놓았습니다.


4. 막대 계피 1개

마트에 저렴한 제품이 있어서 구입했는데, 막대 형태가 아니고 조각나있더라구요. 레시피 동영상을 참고하며 눈대중으로 넣었습니다.


5. 클로브 6개

한국말로는 '정향'이라고 하네요. 여러가지 활용이 가능한 것 같지만 지금으로서는 남은 클로브를 어디에 써야할지 막막하긴 합니다...


6. 카다멈 6개

저에게는 클로브와 비슷한 재료였습니다.


7. 월계수잎 3장


8. 넛맥 1개

그레이터를 이용해 12번 정도 갈아줄 겁니다.


9. 바닐라 빈 1개

반으로 갈라 던져 넣어주시면 됩니다.


10. 스타 아니스 2개

스타 아니스는 우리 말로 '팔각'입니다.


정말 재료가 다양하죠? 따뜻한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 가장 난감했던 부분이 바로 재료 구입이었는데요, 평소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향신료를 단지 이 레시피만을 위해 구입해야한다는 것이 좀 힘들더라구요. 게다가 물건이 많은 것도 아니고, 가격도 싸지 않았습니다.

 저는 브런치 글을 위해 다소 무리가 가더라도 모든 것을 구입했습니다만...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따뜻한 와인은 워낙 다양한 레시피가 존재하고 레시피에 따라 더해지거나 빼지는 재료가 많으니, 편하실대로 취사선택하시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아요.




재료만 준비되었다면 만드는 것은 굉장히 쉽습니다.

조리 과정을 알아봅시다.


1. 재료 넣기


말 그대로 입니다. 재료를 넣읍시다!

 큼지막한 솥에 설탕 200g을 붓고, 귤과 레몬의 껍질도 던져넣습니다.

 

그 위에 귤, 레몬의 과즙을 짜고요(과육은 넣지 않았습니다.)


와인 반병정도, 혹은 재료가 살짝 잠길 정도로 와인을 부어주세요. 그리고 나서는 월계수 잎, 클로브, 카다멈, 바닐라빈 등, 모든 재료를 다 넣어주시면 됩니다. 넛맥도 12번정도 갈아주세요. 정말 쉽죠?


2. 시럽 만들기


 이제 약간의 와인과 향신료들이 들어가 있는 솥을 중불에 올리겠습니다.


 기다리다보면 와인이 보글보글 끓을텐데 와인이 설탕과 함께 끈적한 시럽형태가 될 때 까지 졸여주세요.


3. 나머지 와인 넣어주기



아까 시럽을 만들기 전, 와인을 반병정도 넣었죠? 나머지 1.5병을 모두 넣어주시고, 불을 약불로 줄여주세요. 만약에 불을 계속 강하게 주시면 와인이 끓을텐데, 그러면 알콜이 모두 날아가버리겠죠? 물론 무알콜로 즐기고 싶으시다면 그렇게 해주셔도 됩니다만, 저는 술을 마시는게 더 좋아서... ㅎㅎ

 솥 안의 와인이 따뜻하게 데워져 김이 솔솔 올라오기 시작하고 향긋한 향이 방을 가득 채우면 이제 마시는 일만 남았습니다!


4. 즐기기



일반적인 와인잔도 좋고 유리컵도 좋고, 편안한 느낌의 도자기 잔도 좋습니다. 건더기가 딸려오지 않도록 조심스레 국자로 퍼담아 즐기시면 되는데요. 가장 먼저 다가오는 계피 향기와 혀에 닿는 달콤함에 긴장이 풀어지고, 입속에서 복잡한 향신료의 향이 팡팡 터지는 듯한 느낌에 놀라다가, 새콤함과 함께 목구멍을 넘어가면 속이 뜨끈뜨끈해지는 기분이 들어 '아, 내가 마신게 술이었지!'하는 생각을 하게 되실 겁니다.

 신기할 정도로 몸이 금방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유럽 친구들이 이것을 추운 겨울, 감기 예방과 원기 회복을 위해 마신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재료구입 과정에서 꽤 애를 먹기는 했지만 결과물은 참 만족스러웠네요. 특히 요즘처럼 몸과 마음 모두 찬바람을 견뎌야하는 시절에 말 그대로 훈훈한 기운을 보충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여러분도 따뜻한 와인으로 추운 겨울에 온기를 더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아, 사용한 클로브나 스타 아니스, 계피 등이 많이 남았는데 혹시라도 필요하신 분은 댓글이라도 남겨주세요. 뭐 어떻게 나눔이라도 하는 방법으로... 어쨌든, 저는 또 다른 크리스마스 레시피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12월29일 수정(사진 상하단부 검은 줄 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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