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를 삶을 때 알아둘 내용
아, 그 전에 지난 번 글, [파스타를 삶기 전 알아둘 내용]에 대해 몇가지 수정사항을 언급하고 가겠습니다.
(1)파스타 "Linguine"에 대해 지금까지는 "링귀니"로 읽었는데 이태리에서는 "링귀네"라고 읽는다고 하네요. 영어권 자료만 참고하다보니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아직 좀 아리까리 하지만 앞으로는 링귀네로 읽고 쓰겠습니다.
(2)'파스타 1인분을 보통 70g으로 본다'는 이야기는 코스 식사의 일부로 파스타 들어갈 때의 양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서양 사람들처럼 전채, 메인, 디저트 이런식으로 갖춰먹지는 않으니 그냥 100g으로 맞춰 먹어도 될 것 같네요.
(3)필요한 준비물에 하나가 더 있습니다! 바로 '집게 혹은 젓가락'인데요. 오늘 중요하게 언급될 도구이기도 합니다. 파스타가 끓는 내내 저어주기 위해서 필요하기도 하고, 파스타가 다 익으면 건져낼 때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건 이따가 알아보도록 하죠!
전-혀 대단할 것은 없습니다. 과정 자체는 끓는 물에 면을 넣는 과정이거든요! 다만, 파스타를 맛있게 즐기기 위해서 지켜야할 원칙이 두가지 있습니다.
(1)파스타가 서로 들러붙지 않도록 할 것
(2)파스타를 알 덴떼로 익혀낼 것
인데요. (1)번의 경우는 파스타를 넣는 순간부터 건져 낼 때까지 신경써주는 내용이고 (2)번은 파스타를 건져내는 타이밍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결국 '파스타 삶는 법'이란 위의 두가지 원칙에 대한 이야기가 되겠네요.
앞선 글에서 파스타를 삶기 직전까지 준비를 해보았습니다. 이제는 그 이후의 과정을 차례차례 알아보도록 하지요.
4-1. 물 끓이고 소금 치기
'1L의 물, 10g의 소금, 100g의 파스타' 이 비율을 기억하시나요? 준비가 되셨다면 가장 처음 하실 일은 1L의 물을 말 그대로, '팔팔' 끓여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소금을 넣어주는데요.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외국에서는 '소금을 물이 끓기 전에 넣느냐, 물이 끓은 후에 넣느냐'를 가지고 논쟁을 벌이기도 한답니다.
제가 보기에는 마치 '탕수육 부먹vs찍먹'같은 논쟁인데... 첨부한 링크에서 각 진영(?)의 주장과 논거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시간 절약을 위해 결론만 말씀드리자면, '별 차이 없다'고 하네요.(...) 저 개인적으로는 물이 끓은 뒤 소금을 넣는 쪽으로 습관이 들었습니다.
소금을 언제 치든, 중요한 것은 파스타를 넣기 전, '물이 팔팔 끓는 상태'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만 지켜주시면 될 것 같네요.
4-2. 파스타 넣기
이제 직접 파스타를 만나는 시간인데, 앞서 말씀드린 두가지 원칙을 본격적으로 적용해야할 때이기도 합니다. 시작은 (1)번 원칙, 즉 '파스타가 서로 들러붙지 않도록 하라'와 함께합니다.
(아래 내용은 건면 롱파스타 기준입니다. 생면 파스타와 숏 파스타는 그냥 쏟아부으시면 됩니다.)
이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제가 평소 많이 참고하는 세 쉐프들의 영상을 좀 빌려오려 합니다. 제가 다 보여드리면 좋겠지만... 촬영하기 힘든 부분도 있고, 손도 못생겼고 해서...ㅎㅎ... 순서는 좌측 부터 입니다.
1. Jamie Oliver : 겉보기에 가장 그럴듯한 방법입니다. 길쭉한 롱 파스타의 가운데를 양 손으로 잡고, 오른손과 왼손을 반대 방향으로 비틀어 파스타를 '두개의 직원뿔의 꼭짓점을 연결한 형태'로 만드는 것입니다. 저 상태에서 편하게 손을 놓으면, 파스타가 냄비로 떨어지게 되는데요. 그 퍼지는 모양이 꽤 아름답습니다.
파스타를 물에 넣을 때부터 잘 퍼뜨려 담을 수 있어 '면이 들러붙지 않도록 하라'는 원칙에 부합하고, 멋진 쇼맨십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냄비가 충분히 깊고 크지 않으면 파스타가 튕겨 나오거나 조준(?)이 힘든 단점이 있습니다.
(영상 링크 : https://youtu.be/slLGniM_mJA)
2. Gennaro Contaldo : 제가 주로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파스타를 잘 뭉쳐서 한쪽 끝을 잡은 뒤, 반대 쪽 끝을 물이 끓는 냄비 중앙에 놓고 꾸욱 압력을 가하는 방법입니다. 처음에는 딱딱하던 파스타가 물을 머금으면서 서서히 휘기 시작하는데요. 동시에 냄비로 서서히 파스타가 빨려들어가는듯한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들어갔다 싶을 때 손을 놓아주시면 되죠.
어떠한 냄비에도 안정적이고 침착하게 면을 넣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또한 가스불에 얕은 냄비를 올리셨을 경우, 냄비 바깥으로 삐져나오는 면이 불에 탈 수도 있는데, 이 방법을 이용하면 그럴 걱정이 없습니다. 다만 애초에 냄비의 물이 '팔팔 끓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면을 넣으면서 손이 굉장히 뜨겁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영상 링크 : https://youtu.be/BXvblgJFSUw)
3. Gambero Rosso의 영상(요리사님 개인의 이름은 모릅니다... 죄송...) : 그냥 저렇게 한줌 그대로 넣는 방법도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 처럼 냄비 바깥으로 튀어나온 면이 가스불에 그을리는 것만 주의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방법입니다.
(영상 링크 : https://youtu.be/VwN30dPPw2)
아마 위의 방법 말고도 파스타를 냄비에 넣는 방법은 엄청나게 많을 겁니다. 저도 이렇게 여러가지 소개하지마는, 정작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본인의 스타일에 따라 해주세요.
4-3. 파스타 삶기
파스타를 넣은 직후에는 냄비 물의 온도가 순간적으로 떨어질 수 있으니, 잠시(1분 정도) 뚜껑을 덮어두는 것도 좋습니다. 계속 '팔팔 끓는 물'을 강조하는 이유는, 냄비의 물이 쉴새없이 움직여주면 그 안의 파스타도 역시 움직이며 서로 들러붙을 틈이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파스타를 삶는 내내 최소 1분에 한번씩은 풀어줘야 합니다. 앞에서 집게, 혹은 젓가락을 언급한 것도 이러한 이유인데요. 끓는 물의 파스타를 이리저리 풀어줌으로써 파스타가 골고루 익게 할 수 있고 서로 들러붙지 않도록 하는 첫번째 원칙을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는 두번째 원칙, "알 덴떼"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알 덴떼'란 영어로 번역하면 'to the tooth'라는 뜻인데요. 즉, 파스타를 씹었을 때, '치아에' 느껴지는 식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보통 알 덴떼라고 하면 파스타를 잘라 단면을 보았을 때 아직 익지 않은 부분이 보이는 상태를 말하고, 이 때 파스타를 씹으면 단단한 저항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5-1. 왜 알 덴떼인가?
확실히 한국에서 면을 즐기는 방법과는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질감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많으실텐데요. 이태리 사람들은 이것을 꽤 중요하게 여기더라구요. 저도 그 이유가 궁금해서 찾아봤습니다.
먼저, 파스타는 냄비 안에서만 익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즉, 냄비에서 면을 푹 익히는 시간 뿐만 아니라 소스에 버무리고, 플레이팅하고, 서빙이 이뤄지는 시간에도 파스타 면은 계속 익어가는 것이죠. 그러니 냄비에서 너무 오래 익힌 파스타는 손님 앞에 다다랐을 때 지나치게 퍼져있거나, 심지어는 부스러져버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오버쿡을 막는다는 이유 외에, 이태리 사람들이 알 덴떼(우리 기준에서는 설익은 면) 식감 자체를 좋아한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그들은 단단한 면은 더 오래 씹게 되고, 따라서 더 오래 맛볼 수 있게 된다고 믿습니다. 심지어는 '푹 삶은 면보다 먹기 힘드니까 덜 먹게 되어서 좋다'는 주장도 봤습니다만... 음식이 먹기 힘들어서야 되겠습니까...?
과학적으로 알 덴떼로 삶은 면이 건강에 더 좋다는 자료도 있습니다. 섭취한 음식에 들어가있는 탄수화물이 혈당 상승을 촉진시키는 정도를 나타내는, 혈당 지수(Glycemic Index)라는 개념을 이용한 설명인데요. 혈당 지수가 낮은 음식일 수록 혈당 관리와 다이어트에 좋은데, 놀랍게도 알 덴떼로 삶은 파스타가 푹 삶은 파스타보다 낮은 혈당 지수를 보인다고 하네요.
이 정도면 파스타를 알 덴떼로 삶을 만한 이유가 충분할까요?
5-2. 그래서 얼마나 삶으라고?
파스타 포장지에 아마 적혀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주방용 타이머를 이용해서 그 시간에 맞춰 놓는 편인데요. 제가 사용하는 데체코의 제품을 예로 들면, 포장지에 두가지 시간이 표기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Cottura"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Al dente"죠.
후자인 알 덴떼는 그야말로 면을 알덴떼로 삶는데 적절한 시간이고, Cottura는 정확한 의미는 모르겠습니다만, 이태리말로 '조리'라는 뜻이라고 하니, 전체 조리 시간을 뜻하는 것으로 보이네요. 즉, 예를 들어 "Cottura 9분, Al dente 7분"이라고 하면, '냄비에서 면이 익는 시간은 7분을 넘지 않도록 하고 전체 조리 시간은 9분을 넘기지 말라'는 뜻으로 이해해도...될까 싶습니다.
'나는 나의 길을 간다. 남의 말 따위 믿지 않는다'하는 분께서는 그냥 본인의 취향과 입에 모든것을 거셔도 좋습니다. 궁금할 때마다 면을 한가닥씩 건져서 직접 맛을 보시는 겁니다. 그리고 눈을 감고, '음~ 아직 멀었군' 또는 '음~ 딱 좋은걸?'같은 효과음을 더해주시면 뭔가 이태리 장인 포스를 풍기실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집게나 젓가락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젓가락은 약간 힘들긴 한데, 할만 합니다. 그래도 이왕이면 편하게 가자는 의미에서 큼지막하고 길쭉한 집게를 추천합니다.
6-1. 냉수마찰?
혹시나 삶은 파스타를 찬물에 헹구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파스타를 찬물에 헹구는 일은 두가지 영향을 주는데요. 첫번째는 파스타의 표면에 붙어있는 전분을 씻어내는 것이고 두번째는 냄비에서 건져낸 파스타의 열기를 급격히 식힘으로써 파스타가 계속 익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입니다.
하지만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저러한 효과를 얻어서 좋을 것이 없습니다. 파스타에 묻어있는 전분은 파스타와 소스에 일체감을 불어넣는 중요한 요소(소스에 면수를 넣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이며, 대부분의 파스타 요리에서는 굳이 차가운 면을 이용할 이유도 없기 때문입니다.
찬물에 파스타를 씻는 경우라고 하면, 저는 샐러드 파스타 밖에 떠오르질 않네요.
6-2. 면수! 면수! 면수!
파스타가 떠나가면, 미친듯이 끓어올랐던 면수는 뜨거웠던 기억만을 간직한채로 흐릿하게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그들의 영원한 이별은 아닐 것입니다. 이미 많은 곳에서 강조되었지만, 면수는 파스타 소스를 고상하고 맛있게 만들어주는 포인트이기 때문입니다. 전분이니, 소금이니 그런 얘기는 앞에서 많이 했으니까 생략하도록 할게요.
그렇다고 해서 억지로 면수를 들이 붓는다든가 할 필요는 없습니다. 냄비에서 파스타를 건져낼 때 자연스럽게 딸려오는 면수가 있기도 하니까요. 소스의 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사용하신다면 베스트일 것 같네요!
이렇게 두번째 글 까지 끝냈습니다!
빨리 파스타에 대한 배경 설명을 끝내고 구체적인 레시피를 다루고 싶네요. 제가 구상한 파스타 개론은 이제 하나 남았습니다. 일주일 정도 뒤에 새로운 글로 다시 돌아올게요. 이번 글도 많이들 좋아해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