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를 먹을 때 알아둘 내용
앞선 두 편의 글에서는 파스타를 최적의 상태로 즐기기 위한 조리법을 보았는데요. 오늘은 직접 그것을 먹는 일에 대해서 다루려고 합니다. 그런데 말씀드렸다시피 먹는 일에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제가 다른 사람 밥먹는 일에까지 간섭해서야 되겠습니까...?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엄밀히 말하자면, '이탈리아 사람들은 파스타를 어떻게 먹고, 대하는가'에 대한 내용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워낙 자기네 음식,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문화 전체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양반들이다보니 이래저래 따지는 것이 좀 있습니다. 왜, 우리도 그런거 있잖아요. 우리의 문화, 혹은 각 가정을 통해 내려오는 식사 예절 같은 것들 말이에요.
어쨌든 오늘 이야기, '아 그렇구나~'하고 받아들여주셔도 좋고, '여기는 한국이야!'라며 흘려주셔도 좋을, [파스타를 먹을 때 알아둘 내용]을 한번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은 "Antonio Carluccio"의 youtube 영상 [Antonio Carluccio's Golden Rules of cooking]을 바탕으로 쓰여졌습니다.(영상 링크 : " https://youtu.be/NyknLMWdBdo ")
파스타의 종류에 대해서는 [파스타 개론(1)]에서 간략하게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롱 파스타(Long Pasta)란 스파게티, 링귀네, 페투치네처럼 길다랗게 생긴 파스타인데요. 길쭉한 면을 포크로 돌돌 말아먹는 재미가 있죠? 그런데 면이 길다보니 그걸 나이프나 가위로 잘라드시는 분들이 계신가봐요.
이런 행동은 예의가 맞고 아니고를 떠나서, 제 생각에는 불필요한 행동인 것 같네요. 역시 앞선 글에서 말씀드렸듯이, 파스타의 종류는 정말 다양합니다. 롱 파스타가 있으면 숏 파스타(Short Pasta)도 있겠죠? 그러니 굳이 긴 걸 삶아서 잘라먹지 말고, 애초에 짧은 것을 삶으면 될 일입니다.
아마 가장 충격적인(?) 내용이 아닐까 싶네요. 파스타를 포크로 돌돌 마는 과정에서 보통 스푼을 많이 이용하시죠? 그런데 '교양있는 이탈리아 성인'이라면 스푼을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하는군요.
관련된 기사를 하나 참고하실까요?
자그마치 1982년의 기사입니다... 이탈리아 요리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에 대해 맨하탄의 유명 이탈리아 레스토랑 오너 세명을 모아놓고 의견을 들은 기사인데요. 해당 기사를 보면 이런 문구가 나옵니다.
숟가락은 보통 어린 아이들, 서툰 사람들, 나쁜 테이블 매너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특별한 이유가 없어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냥 '어렸을 때 숟가락 쓰면 할머니가 혼냈어'라는 투의 이야기죠. 제가 보기에는 '식탁에 팔꿈치 올려놓고 먹지 마라', '수저를 한손에 한꺼번에 드는 거 아니다' 정도의 식사예절인 것 같아요. 뭐, 마땅히 합리적인 이유가 없으면 굳이 그대로 지킬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게 또 짚고 넘어가야할 점이 뭐냐면, 포크로 파스타를 돌돌마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을 아니라는 것입니다. 특히 알 덴떼로 삶은 면이면 어쩔 수 없이 늘어지고 삐져나오는 면이 있을 수 밖에 없거든요. 이탈리아 사람들이야 매일같이 파스타를 먹고 사니 자연스럽게 그런 예절을 몸에 익힐 수 있다고 해도, 우리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제 생각에, 숟가락 문제에 있어서 가장 결정적인 부분은 바로 '소스'인 것 같아요. 소스의 농도가 진하고 비교적 양이 적은 이탈리아에서는 굳이 숟가락이 필요없지만, 미국 또는 한국식 파스타처럼 소스가 흥건하게 나오는 파스타의 경우에는 숟가락을 사용하지 않으면 옷에 추상화를 그리기 딱 좋을 것 같네요!
파스타 요리는 파스타와 소스의 조화(또는 조합)를 즐기는 요리입니다. 그러니 소스나 파스타,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에 의해서 빛이 바래는 일은 없어야겠죠. '소스는 파스타를 살짝 덮을 정도가 적당하다'는 이야기나, 앞선 글에서 말씀드린 면수의 역할 등이 모두 소스와 파스타의 관계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파스타(면), 그 자체의 맛을 즐길 수 있어야된다, 이거죠. 우리도 고슬고슬한 쌀밥이 딱 있으면 얼마나 기분이 좋나요?
(1)까르보나라에 크림을 넣지마라 : 구체적인 조리법에 얽힌 이야기는 추후 해당 레시피를 직접 다룰 때 할 예정입니다.
(2)식사를 카푸치노로 마무리 짓지마라 : 이탈리아 사람들은 보통 카푸치노를 아침에 식사 대용 또는 식사에 곁들인 음료로 마신다고 하네요. 점심 또는 저녁 식사의 마무리로 카푸치노는 너무 용량이 많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주로 에스프레소를 마신다고 하는데... 본인이 괜찮다면 괜찮지 않을까요...?
자그마치 3주만에 파스타에 대한 기본 내용을 다루었네요!
아마 지식이 모자라서 다루지 못한 부분도 있을 것이고, 실수로 빼먹은 부분도 많을 것 같은데, 저야 뭐 아직 배울 것이 너무나 많으니 기회가 되는대로, 다른 글에서라도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
음, 저에게 '요리'란 레시피 그 이상을 의미해요. 다시 말해, 요리란 하나의 정해진 '과정'이라기보다, 과거에서 현재로, 또 미래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탈리아 사람도 아니고, 이탈리아에 가보지도 못했지만 그들이 그들의 요리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왜 그것을 이야기하는지가 몹시 궁금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저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바람도 있기에, 이런 글을 써서 올리는 것이고요.
장황하고, 내용에 부족한 점도 많아도 계속 이야기를 이어가려 합니다. 재밌게 들어주셨으면 좋겠네요. 아마 다음 주부터는 구체적인 레시피로 찾아올 예정이라 좀 더 재밌을 수도... 어쨌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