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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부엉씨 Dec 21. 2016

생 파스타

생면...밀고 갈래요?

방대한 파스타의 세계, 우리는 보통 그 절반만 보고 삽니다


많은 분들이 익숙한 파스타의 모습은 길쭉하고 딱딱한 면이 비닐에 포장되어 나온 것일텐데요. 면을 바싹 말려서 보관과 유통을 쉽게 한 그런 파스타는 보통 '드라이 파스타(dry/dried pasta)'라고 해요. 전 세계적으로 파스타가 알려지고, 이역만리에있는 저같은 사람도 다양한 파스타 요리를 만들게된 데에는 드라이 파스타의 역할이 결정적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드라이 파스타(건 파스타 또는 건면), 만큼이나 파스타 문화에서 중요한 부분은 프레쉬 파스타(생 파스타 또는 생면)입니다. 파스타의 건면과 생면을 구별하는데는 지리, 문화, 역사, 경제 등 여러가지 설명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이를 이탈리아 남북부의 차이로 일반화하기도 하고요.

 그냥 결과물 자체만 놓고 봤을 때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달걀'의 유무입니다. 단순하게 말해서, 건면은 밀가루와 물만 가지고 반죽을 하고 생면은 밀가루와 계란을 가지고 반죽을 하거든요.


 건 파스타에 비해서 생 파스타에는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딱히... 뭐 없습니다. 생 파스타를 접한다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기는 하지만, 영양적으로나 맛으로나 생면이 건면보다 낫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은 없어요. 생 파스타를 소개하는 글을 봐도 '절대 생 파스타가 건 파스타보다 우월한 것이 아니다'라고 신신당부를 합니다. 한 요리사는 '생 파스타는 먹기에 너무 무거워서 건 파스타를 더 선호한다'고 까지 하더라구요.

 어려서부터 생 파스타를 접했을 이탈리아 사람들이야 생 파스타를 더 특별하게 여길 수는 있겠지만, 저희는 그냥 '스파게티, 링귀네'처럼 서로 다른 형태의 파스타일 뿐이라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아요.


 그러면 저는 왜 생 파스타를 만들었을까요?

 물론 생 파스타를 만드는 일이 전혀 쓸모없는 일은 아닙니다. 먼저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생 파스타를 만들고 먹는 경험은 재밌고 새로운 경험입니다. 내가 뭔가를 직접 만든다, 요리한다는 즐거움은 제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원동력이자 많은 분들이 접하셨으면하는 느낌이죠.

 또한 실질적으로, 생 파스타를 만들면 다양한 모양의 파스타를 직접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라비올리, 토르텔리니 등 만두 형태의 파스타를 빚기 위해서는 생 파스타를 직접 밀어낼 필요가 있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오늘 제가 이렇게 생 파스타를 소개해드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레시피]의 하나로, '토르텔리니'를 준비했기 때문이죠!

 본격적으로 토르텔리니 레시피를 다루기 전에 그것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생 파스타 만들기부터 한번 알아보도록 할게요~



필요한 재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래 레시피는 대략 성인 2인분 분량입니다.



0. 넓고 깨끗한 작업환경 + 포크와 믹싱볼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위생이지만, 특히 오늘은 반죽을 칠 것이기 때문에 매우 깔끔하고 깨끗한 작업 환경이 필요합니다. 손도 깨끗해야한다는 것, 알고 계시죠?

 포크와 믹싱볼이 어떻게 쓰이는지는 아래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1. 밀가루 100g

중력분(다목적 밀가루)을 사용하시면 돼요. 외국 레시피를 보면 뭐 '꼭 더블 제로(00) 밀가루를 써라'고 얘기하는데("더블 제로"라는 것은 이탈리아식 밀가루 분류법에 따른 명칭입니다), 이것은 시중에서 찾기 힘들죠. 그러니까 그냥 중력분 ㄱㄱ 합시다.


2. 달걀 1개

밀가루 100g 당 달걀 1개를 봅니다. 달걀은 좀 큼지막한 것으로 써 주시는 것이 좋구요. 뭐 수분이 부족하다 싶으면 물을 살짝살짝 묻혀가면서 반죽해도 되니까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나저나 요즘 AI 때문에 난리라서 참 걱정이네요... 달걀 한판씩 쟁여두면 마음이 참 든든했는데, 이제는 그것도 쉽게 하질 못할 것 같아요. 조류들아 아프지마 ㅠㅠ


(3. 세몰리나)

세몰리나는 말하자면 아주 거친 밀가루입니다. 특히 듀럼 밀로 만든 세몰리나는 건 파스타를 만드는데 사용되는데요. 이것을 생 파스타에 넣어주면 건 파스타의 '알덴떼'와 비슷한 식감을 줄 수 있습니다. 즉, 씹는 맛이 생긴다는 거죠.

 세몰리나를 넣어주실 경우 위에서 말씀드린 다목적 밀가루 100g에서 일정량을 빼시고, 그만큼 넣어주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다목적 밀가루 75g과 세몰리나 25g을 넣는 식으로 말이에요. 이 비율은 파스타를 계속 만들어 보시면서 본인 입맛에 맞게 조절하시는 것이 좋겠네요.

 다만 개인적으로 세몰리나를 넣은 반죽은 되게 단단해져서, 좀 다루기가 힘들더라구요. 이번에는 면의 씹는 맛보다는 빠르게 파스타를 만들기 위해서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조리과정을 알아봅시다.


1. 밀가루에 계란 풀기


'생 파스타 만들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로 위와 같은 '밀가루 우물'입니다. 마치 이탈리아 파스타 장인이 된 것 같은 포스를 보여줄 수 있지만, 사실... 좀 어렵습니다. 자칫 잘못해서 계란물이 넘치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개판이 되거든요(실제로 실패해서 다시 찍었습니다)


 그냥 테이블 말고 믹싱볼에다 하면 좀 통제하기가 쉽습니다.

 믹싱볼에 담은 밀가루에도 자그마한 우물을 파고, 계란을 깬 다음, 계란을 풀어주세요. 포크로 우물 바닥을 긁는다는 느낌으로 강렬하게 원을 그려주시면 되는데요, 주변 밀가루들이 서서히 끌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만약 밀가루가 끌려들어가기보다 바깥으로 밀려나가는 모양새가 보이면, 손가락으로 밀가루를 우물 안으로 툭툭 쳐 넣어주세요. 물론 외벽이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 말이죠.

 


 계속 반복하시다보면(생각보다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계란물의 색깔이 변하다가, 급기야 반죽이 포크에 달려서 올라오는 정도가 되는데요, 이때부터 손으로 반죽을 치시면 됩니다. 포크에 붙은 반죽을 쫙 밀어내신 뒤에...

주물주물


 손으로 밀가루를 계속 뭉쳐주세요.


2. 바닥에 놓고 치기


어느정도 반죽의 형태가 갖춰졌다고 생각되면 바닥에 놓고 반죽을 칩시다.


 반죽 속에서 밀가루가 뭉치거나하는 일이 없도록 잘 쳐주어야겠죠?

 한 쪽 손끝으로는 반죽을 꽉 잡은 채로, 다른 쪽 손바닥으로 반죽을 쭉 밀고, 다시 접고, 또 미는 과정을 계속해주세요. 이 과정은 반죽이 밀가루를 다 머금을 때 까지 계속 해주시면 됩니다. 길어도 10분 정도? 그정도만 하시면 될거에요. 바닥에 있는 저 밀가루도 결국에는 다 반죽 속에 들어가게 되어 있습니다.

 보통의 경우 계란 하나로 충분할 것은 같지만, 혹시나 반죽을 하는 과정에서 너무 반죽이 건조하다고 느끼실 수 있는데요, 그럴때는 물을 몇방울 떨어트려주세요.


 이렇게 반들반들하고 이쁘게 공 모양을 만들 수 있으면, 반죽이 다 되었다고 보셔도 될 것 같아요.


3. 랲에 싸서 숙성하기


 바로 드시기보다는 숙성을 해서 드시는 편이 좋습니다. 랲으로 잘 싸서 최소 1시간 냉장고에 넣어두세요. 저는 보통 하룻밤정도 숙성시키는 편인데, 왜냐면 보통 밤에 심심할 때 만들고 자거든요... 이거 한번 하고 나면 잠 잘~ 옵니다.

냉장고행




솔직히 말씀드려서 편하거나 쉬운 과정은 아닙니다. 특히 이 반죽을 밀어서 펴는 과정까지 더해지면 '내가 왜 사서 이 고생을...'하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그래도 이렇게 생 파스타 반죽을 만드는 일은 꽤 유용합니다.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다양한 종류의 파스타를 직접 만들 수 있고, 무엇보다 재미와 보람이 있어요. 제가 별볼일없는 실력에도 불구하고 이것저것 만들어보는 이유가 바로 그 재미 때문이거든요!


 그렇게 제가 좋아하는 일이니 만큼, 나중에 가족이 생기면 같이 먹을 파스타를 함께 만들어 보고 싶네요. 왜 그런거 있잖아요, 단독 주택에서 주방 창문을 내다보면 드넓은 초원이 펼쳐져있고, 오손도손 모인 가족들과 화기애애하게... 그런 그림말이죠. 아마도 저한테 생 파스타는 그런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뭐... 단독 주택 부분은 실현하기 힘들더라도 주방에서 화기애애한 부분은 이룰 수 있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무리 지어볼게요.

 감사합니다!




*2017년 12월30일 수정(사진 상하단부 검은 줄 제거) / 썸네일 사진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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