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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부엉씨 Nov 02. 2016

스파게티 알리오 올리오 에 페페론치노

마늘, 올리브 오일과 고추를 곁들인 스파게티

"미니멀리즘"이라는 말 아시죠?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예술, 문화적인 흐름(두산백과)'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흐름에 딱 어울리는 파스타 요리가 있습니다.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몇가지의 재료만으로 다른 어떤 파스타 못지않은 맛을 보여주는, 파스타 알리오 올리오 에 페페론치노 입니다!

 이름에서부터 뭔가 포스가 느껴지는 파스타인데요. 알리오 올리오 에 페페론치노란, 이 소스에 사용된 재료, 즉 마늘(Aglio), 올리브오일(Olio), 그리고(e) 고추(Peperoncino) 자체를 의미하기 때문이죠. 직설적인 이름처럼, 이 전통적인 레시피는 가장 구하기 쉽고 저렴한 재료를 맛있게 즐기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레시피를 수식하는 단어는 '소박한', '간단한' 부터 '섹시한' 까지 다양한데요. 어떤 느낌인지 가장 잘 와닿는 설명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자정이나 자정 즈음, 어쨌든 야식으로 이 음식을 먹어치우죠. 특히 평소 주량보다 좀 더 술에 취한 밤, 출출함을 달래려고 만들어 먹곤 해요.

-Antonio Carluccio

 

 술 드시면 꼭 라면이나 우동같은 음식 찾는 분들 있으시죠? 조리 과정이 워낙 간단하고 만드는데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레시피다보니 그런 용도(?)로 딱 어울리는 파스타가 아닌가싶습니다. 물론 식사로도 손색이 없겠지만 말이죠.


 [파스타개론] 시리즈를 마치고 처음으로 다루는 구체적인 레시피인 만큼 여러분께 친숙하고 간단한 레시피를 준비해보았으니 즐겁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필요한 재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마늘

서양 친구들은 마늘 향을 좋아하면서도 '절대 과하면 안된다'고 항상 신신당부를 하는데요. 자랑스러운 한국인은 뭐... ㅎㅎ

 저는 1인분에 2~3톨을 사용하는데, 아무래도 마늘의 크기나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니 그냥 내키는대로 넣어줍시다.

2.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좋은 것을 쓰셔야합니다. 재료가 몇 안들어가는 소스의 베이스가 될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이니, 결국 이것의 향과 맛이 어떻게 되느냐가 요리 전체의 맛을 좌우한다고해도 과언이 아니겠네요. 그리고 양은(물론 과하면 안되겠지마는) 좀 넉넉해도 상관 없습니다.

 저는 제 형편상 가능한 가장 좋은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을 1인분에 2~3테이블 스푼정도 사용합니다.


3. 홍고추

매콤한 맛, 그리고 붉은 색으로 포인트를 주는 역할을 합니다. 생으로 된 것을 사용하기도 하고 말린 것을 사용하기도 하니 가능한대로 사용하시면 되겠네요.

 저는 마트 향신료 코너에서 찾을 수 있는 "크러쉬드 레드 페퍼(Crushed Red Pepper: 으깬 홍고추)"를 사용했습니다. 양은 그때그때 달라서 특정하지 않겠습니다.



이름에서 볼 수 있는, 즉, 필수적인 재료는 여기까지이고, 이후에는 필요에 따라 사용가능한 재료를 말씀드리겠습니다.


4. 이태리 파슬리

주로 색감을 더해주기위해서 사용하는 재료입니다. 간혹 '초록색, 흰색, 초록색으로 이탈리아 국기와 깔맞춤을 하려는 것이다'라는 설명도 있는데, 이런 설명은 제가 따로 참고한 자료보다는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서 많이 들은 것 같습니다.

 뭐... 그렇게 들으니 그렇게 보이기는 합니다만 잘 모르겠네요.


5. 앤초비

'이태리 멸치젓'이라고 할 수 있는 앤초비(또는 그것을 액젓형태로 만든 것)를 넣어 감칠맛을 더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맛있을 것은 같은데, 한번도 시도해보지는 않았습니다.


6. 파마산 치즈

대중적인 레시피에서는 보통 파마산으로 마무리를 하고, 많은 이탈리아 사람들 역시 그렇게 즐기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전통'에 완고한 몇몇 분들은 '파마산을 넣어선 안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사용하지 않는 편입니다.


보통 여기까지의 재료가 사용되면, '알리오 올리오 에 페페론치노 소스'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는 면입니다.


7. 스파게티

보~통은 스파게티를 사용합니다. 링귀네를 사용하는 경우를 딱 한번인가? 본 것 같네요.




재료 설명은 이정도로 마치기로 하고, 실제 만드는 과정을 차근차근 알아보도록 합시다.


1. 재료 손질

마늘은 저처럼 편으로 썰기도 하고 다져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태리 파슬리는 제가 기르던 것을 수확해서 사용했는데요. 부족한 주인을 만나 잘 크지도 못한 것들을 잘라서 사용하려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슬픔은 뒤로 하고(돌변), 저희는 잎 부분만 다져서 사용하면 돼요. 성한 잎사귀 몇개는 마지막 장식용으로 남겨놓았습니다.


 고추의 경우 저는 이미 손질이 되어있는 제품을 사용했으니 따로 과정은 없습니다. 생고추를 쓰시는 분들은 편하게 썰어서 사용하시면 되고, 건고추를 사용하시면 역시 그냥 썰어서 사용하시거나 갈아서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2. 불에 올리기


 아, 파스타를 삶는 과정은 생략하겠습니다. 다만, 이 레시피는 소스의 조리 시간과 파스타가 익는 시간이 비슷하기 때문에 파스타와 소스의 조리를 동시에 시작해주세요.

 알리오 올리오 에 페페론치노의 핵심은 재료를 태우지 않는 것입니다. 즉, 은은한 불에서 마늘의 향을 기름에 서서히 배도록 하는 것인데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불조절이 관건이겠죠? 특히 마늘을 다져서 사용하시는 분이라면 더 주의해주세요!


 중불올리브유 두르고 마늘을 올린 후, 마늘 주변에서 보글보글 기름이 끓는 모습이 보이면 중약불로 줄여줍니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고추도 넣어주고요. 이제부터는 약 5~7분간 매의 눈으로 마늘을 지켜봐야합니다. 가장 적당한 수준은 마늘이 갈색으로 변할랑말랑하는 바로 그 수준이거든요!

 가장자리가 갈색으로 변해간다싶으면 면수를 추가해줌으로써 속도를 조절해줄 수 있습니다.


 면수는 비록 재료에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 소스의 가장 핵심적인 재료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렇게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면수가 소스의 간과 농도를 맞춰주기 때문이죠. 애초에 들어가는 재료가 몇 없다보니 디테일한 부분에서 차이가 좀 생기는 편입니다.

 적당~한 시점에 파슬리를 넣어주고요.

 파스타를 넣고 잘 섞어주면 완성입니다. 소금, 후추 간을 별도로 해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면수로 간을 맞추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후추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3. 담기


 요리는 간단한데 비해서 어디에 담아낼지는 고민을 좀 많이 했네요. 그래도 마침 예쁜 유리 그릇을 찾아서 그것을 사용했습니다.

 유리 그릇을 사용해보기는 처음이었네요. 수납공간이 부족하고 여기저기 위험이 도사린 자취생 입장에서 '유리'라는 단어가 주는 어떤 두려움...때문일까요? 그런데 이 녀석은 생각보다 두툼하고 속이 꽉 찬듯한 느낌이라 그런 불안은 없어지더라구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 묘한 색깔. 화려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모습이 소박한 파스타 알리오 올리오 에 페페론치노와도 잘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유리 제품에 대한 편견을 많이 없앤, 그런 경험이었던 것 같네요.

 예쁘게 담아낸 뒤, 아까 아껴놓은 파슬리를 얹어주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찍는 것도 잊지 않았죠! 저의 플레이팅도 만족스러웠지만 아름다운 존재감을 드러내면서도 파스타를 빛내주는 그릇 덕분에 더 기분이 좋지않았나 싶네요.




스파게티 알리오 올리오 에 페페론치노, 어떠셨나요?

 간단한만큼 디테일이 중요한 파스타이기는 합니다만, 재료와 과정면에서 '입문용' 파스타로 이만한 것이 없을 것 같아요. 실제로 제가 처음 만든 파스타가 이것이기도 하고요. 맛있기도 해서 꽤 레파토리가 늘어난 지금도 가끔 만들어먹는 파스타입니다.


 아마 당분간은 파스타 레시피를 몇가지 소개하지싶네요. 유명하고 만들기 쉬운, 기본적인 레시피 몇가지를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이어가겠습니다. 그러면,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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