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관찰레를...!
이 파스타를 만든 순간은, 제 요리 포스팅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구입할 수 없을 줄만 알았던 꿈의 재료, 관찰레를 드디어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감격적으로 만난 관찰레로 만든 요리는 '리가토니 알라 그리치아'라는 파스타 요리입니다. 이 파스타는 앞서 제 브런치에서 다룬 바 있는 '까르보나라', '카쵸 에 페페', 그리고 앞으로 다룰 예정인 '아마트리치아나'와 비슷한 계통으로 여겨집니다.
모두 라치오 지방에서 형성된 레시피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의 관계를 보면 재밌어요.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와 후추만 들어가는 카쵸 에 페페에 관찰레를 더하면 그리치아가 되고 여기에 계란을 더하면 까르보나라, 토마토를 더하면 아마트리치아나가 됩니다.
그중 오늘 만들 그리치아 소스의 경우 인지도가 가장 낮아서 그런지 이름의 유래나 레시피에 얽힌 이야기가 부족한 편이었습니다. 이런저런 얘기가 있긴 하던데 여기서 특별히 말씀 드릴만큼 매력적이진 않더군요. 까르보나라처럼 국제적으로 인기 있는 파스타는 재료부터 이름까지 아주 그냥 난리인데 말이죠.
필요한 재료는 다음과 같습니다(1인분)
영롱하군요! 지인에게 '소금집'의 존재를 들은 것은 정말로 저에게는 축복과도 같았습니다.
관찰레는 돼지 볼살 또는 턱살을 소금과 후추에 절인 육가공품인데요. 부드럽고, 열을 가하면 맛있는 기름이 많이 나옵니다. 대개 판체타로 대체 가능하니 저처럼 유난을 떠실 필요는 없어요.
1인분에 60g 정도로 아주 엄격하게 계량을 해서 썼습니다. 이 제품을 판매하는 소금집에서는 40g을 1인분으로 봤지만 말이죠. 저는 300g을 샀는데, 300g을 40g으로 나누면 어중간하잖아요... 더 많이 먹고 싶은 것도 있고...ㅎㅎ
요즘은 백화점이나 마트에 없는 게 없어서 페코리노 로마노 구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마는, 구비하지 못하셨다면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를 사용하셔도 뭐... 다만, 관찰레의 경우도 그렇지만 특정 재료를 다른 재료로 '대체' 하신다면 (당연하게도) 맛이 다르다는 것을 고려해주세요.
원통형 파스타인 리가토니를 사용했습니다. 스파게티, 부카티니 같은 롱 파스타를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관찰레도 짜고, 페코리노 로마노도 짜고, 파스타 면수도 짜기 때문에 소금은 더 안 써도 될 것 같습니다.
조리과정을 알아봅시다.
소스 조리 과정이 오래 걸리지 않기 때문에 파스타를 삶아놓고 시작하시면 좋겠습니다.
냄비에 물을 넉넉하게 담고, 끓인 뒤, 물에서 짠맛이 강하게 날 만큼 소금을 치고, 파스타를 넣은 뒤 주기적으로 저어주세요. 끓이는 시간은 제품 앞면이나 뒷면에 나와 있는 안내를 참고해주시고요.
관찰레를 1~2cm 정도 크기로 잘라주세요.
기름이 많이 나올 예정이라 팬에 기름을 더 두르지는 않을 것이고요, 약불에 올려 천천히 기름을 빼주세요.
관찰레가 적당히 익었다고 생각되시면 취향에 맞게 후추를 뿌려주세요. 이러면 사실 소스가 완성된 것인데요. 여기까지 했는데도 파스타가 익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하신다면 불에서 빼주시거나 면수를 이용해 조절해주시면 되겠습니다.
팬을 잘 흔들어가면서 기름(소스)에 파스타를 잘 버무려주세요.
됐다 싶으면 적당한 그릇에 담습니다.
많이 뿌려주세요. 페코리노 로마노는 엄연히 이 파스타의 주연 중 하나이자 화룡점정이라고 할 수 있으니 과감하고 넉넉하게 뿌려주시면 됩니다.
페코리노 치즈의 향, 관찰레의 향, 후추 향이 입안에서 차례로 퍼집니다. 큼지막한 리가토니의 식감도 재밌고요, 관찰레는 달콤하고 짭짤한 게 아주 맛이 좋더라고요. 뭐랄까, 탄력 있는 식감도 좋았어요. 확실히 지금까지 먹었던 베이컨이랑 맛이 다르긴 하더라고요(우월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느끼할 것도 같지만 후추 덕분인지 1인분을 먹으면서 느끼하다고 느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와인이나 맥주랑 곁들여서 반주 삼아 먹어도 좋겠고 간편하고 맛있어서 간단한 식사나 야식(칼로리는 ㄷㄷㄷ...)으로도 좋을 것 같네요. 다음에는 굳이 관찰레 안 쓰고 베이컨으로도 한 번 만들어서 먹어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