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서 고기다
고기를 넣어 오랜 시간 뭉근하게 끓여낸 소스류를 이태리에서는 'Ragu'(라구)라고 부르는데,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형태가 이탈리아의 유서 깊은 도시 볼로냐에서 유래한 'Ragu alla Bolognese'(라구 알라 볼로네제)입니다.
까르보나라만큼은 아닐지라도 이 요리 또한 이탈리아 음식 관련 논쟁에서 대표적인 주제 중 하나죠.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이 같은 논쟁은 대개 또 다른 라구인 나폴리 라구(Ragu alla napoletana)와의 혼동에서 오는 것입니다.
두 라구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포스팅 말미에서 설명하도록 하고, 오늘 다룰 레시피인 라구 알라 볼로네제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꽤 정성이 필요합니다. 다른 게 있다기보다도 일단 조리 시간이 꽤 걸리거든요. 다만 필요한 재료가 까다롭지 않고 조리 과정이 복잡한 편은 아니라서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필요한 재료는 다음과 같습니다(2~3인분)
잘게 다져서 사용하면 되는데, 양파랑 샐러리는 그렇다 쳐도 당근 손질은 조금 까다롭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믹서기에 그냥 갈아버렸습니다.
토마토 페이스트는 토마토의 수분을 날려 응축시킨 식재료인데 꽤 구하기 힘든 식재료입니다. 일반 마트에서는 판매하는 경우가 많지 않고, 보통 온라인 쇼핑몰이나 백화점 식품관에 가시면 구할 수 있습니다. 쉽게 찾을 수 있는 다이스트 토마토, 플럼 토마토와는 전혀 다른 제품이니 주의해 주세요.
또, 현재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대부분 캔에 담긴 제품인데, 이게 막 자주, 많이 쓰는 재료가 아니다 보니 밀폐용기에 잘 보관하지 않을 경우 어느새 상해버리곤 해서 관리도 어려운 편입니다. 반면 외국의 경우에는 튜브 형태로 나오는 제품이 많아서 부럽더라고요.
버터는 12.5g, 올리브 오일은 1.5 테이블 스푼을 썼습니다. 계량이 좀 요상하다고 느끼실 텐데요, 저야 레시피에 표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사용한 것이고 여러분께서는 대강 눈대중으로 사용해주시면 되겠습니다.
비프 스톡이나 치킨 스톡을 사용하셔도 무리는 없을 것 같아요. 저는 비록 큐브를 썼지만, 직접 만들어 사용하시면 더 좋겠죠?
적당량을 둘러 줄 것입니다.
원래 정통 요리법으로는 마무리로 우유를 둘러주는데요. 이 부분은 생략할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유를 넣을 경우 바디감이랄지 그런 게 좀 더 생기고요, 안 넣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으니 본인 입맛에 맞게 찾아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안 넣는 편을 더 선호합니다.
볼로네제 관련 논란에서 많이 제기되는 부분이 파스타인데요 이탈리아 밖에서는 '스파게티 볼로네제'가 익숙한 반면, 이탈리아 안에서는 생면인 탈리아텔레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볼로냐가 속한 북 이탈리아에서는 보통 생면을 많이 먹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조리과정을 알아봅시다.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양파, 샐러리, 당근은 믹서기에 갈아줬습니다. 너무 곱게 갈 필요는 없어요. 베이컨도 잘게 잘라 주시고요. 스톡 큐브를 끓는 물에 녹여 스톡도 준비해 놓습니다.
약불에 올린 팬에 버터와 올리브 오일을 넣고 버터가 녹을 때쯤 준비한 채소를 넣어주세요. 이 과정이 보통 볶는 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는데요, 약불~중불에서 은근히 익혀준다고 생각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서두르지 마시고요, 뭐, 대강 5분~10분 정도 해주시면 될 것 같네요.
적당한 시간이 되면 베이컨을 넣어 익혀주시고요, 이후 간 고기도 모두 넣어줍니다.
간 돼지고기, 소고기의 경우 고기 덩어리가 뭉치는 일이 없게 넣자마자 주걱 등으로 잘 저어주세요. 어떤 경우에는 거품기를 사용하기도 하던데 그건 좀 불편할 것 같고요 그만큼 고기를 잘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만 간직하도록 합시다.
고기가 충분히 익어 색깔이 변하고, 수분이 거진 날아가서 뭔가 냄비 바닥에 들러붙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시면 수분을 좀 보충해줍니다.
와인을 한 바퀴 둘러주세요. 바닥에 자작하게 깔릴 만큼 부어주시면 되겠습니다.
와인이 졸아들 때쯤, 토마토 페이스트를 아직 따뜻한 스톡에 풀어주세요. 토마토 페이스트를 그냥 넣으면 잘 풀리질 않기 때문에 이렇게 해주는 것입니다.
와인이 졸아들면 스톡을 넣어줍니다. 소금, 후추 간을 해주시고요.
이후에는 무조건 약불로 천천히 끓여주세요.
가끔 냄비를 열어 고기가 바닥에 눌어붙지 않게 해주시고요. 수분이 부족하다 싶을 땐 스톡을 한 국자 씩 둘러주세요. 준비한 스톡이 모두 졸아들 때까지 해줍니다.
생면은 끓는 물에서 2~3분이면 끓기 때문에 소스가 완성된 뒤 먹기 직전에 삶아주시면 됩니다. 삶는 방법 자체는 건면이랑 같아요. 끓는 물에 소금을 치고 삶아주시면 됩니다.
삶은 면을 소스에 비빈 뒤에 담아내시면 됩니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를 살짝 뿌려줬습니다. 고소하고 감칠맛이 많이 나요. 우유를 넣진 않았지만 우유를 넣어줘도 맛있습니다.
갈색빛에 수분이 적은 형태를 보고 뭔가 낯설게 느끼는 분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런 분들이 '볼로네제'라고 하면 떠올리실 법한, 소스에 수분이 많고 토마토가 많이 들어가서 노골적인 붉은색을 띠는 형태의 라구는 서두에서 말씀드린 '라구 알라 나폴레타나'로, 나폴리 지역의 라구입니다.
아마도 이태리 식문화가 다른 국가(특히 미국)로 건너가는 과정에서 혼동이 생긴 것 같은데, 우리에게 '스파게티 볼로네제'가 더 익숙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는 것 같아요. 말씀드렸다시피 북부에서는 일반적으로 탈리아텔레와 곁들여 먹는 편이니까요.
다만 이런 원칙들이야 뭐 이탈리아 사람들 이야기고요, 볼로네제 소스는 만들어 놨는데 생면은 만들기 귀찮은 날이라면 갖고 있는 아무 건면을 집어서 만들어 먹어도 아주 맛있게 즐길 수 있답니다. 펜네, 리가토니, 스파게티, 링귀네 등등 다 좋을 것 같네요.
그리고 라구는 한 번에 많이 만든 뒤 지퍼백 등에 소분해서 한 달가량 냉동 보관할 수 있어요. 그러니 넉넉하게 만들어 놓고 파스타, 라자냐 등에 자유롭게 이용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그냥 편하게 빵이랑 같이 먹기도 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