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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워도우 이야기 2

사전 지식

by 고부엉씨

사워도우 스타터 포스팅을 처음 올린지도 8개월이 훌쩍 지나갔다.

스타터 포스팅은 올려놓고 정작 사워도우 빵을 만드는 콘텐츠를 올리지 못했던 이유는 '그럴듯한 결과물'을 포스팅하겠다는 욕심과 강박관념에 있었다.


하지만 이젠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이상적인 형태의 사워도우 빵을 일관되게 만들어내기가 힘들다. 본격적으로 빵을 굽기 시작한 지 약 1년, 그냥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라도 올리지 않으면 사워도우를 주제로 글을 도저히 쓸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일단 차근차근 하나씩 풀어가기로 하고, 오늘은 본격적인 사워도우 베이킹을 위한 기본적 정보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다.


1. 재료: 밀가루, 물, 소금, 사워도우 스타터


(1) 밀가루

강력분을 베이스로 하고 통밀, 호밀 등을 섞기도 하는데 나는 그냥 귀찮아서 강력분만 쓰는 경우가 많다. 따로 배합 없이 강력분으로 고정시켜놓고 도우를 만들어야 그나마 가장 안정적일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기도 함.


(2) 물

생수를 쓴다. 물 온도까지 맞춰주는 경우가 있던데 나는 차마 그렇게까지 컨트롤은 못 하겠다 ... 그래서 실력이 안 느는지는 모르지만... 물을 얼마나 넣을지는 2에서 설명할 예정.


(3) 소금

가는 소금을 쓴다. 소금 양은 밀가루 100g당 2g이 국룰이다.


(4) 사워도우 스타터

스타터는 물과 밀가루의 비율이 1:1으로 이뤄진 것을 쓴다. 계량은 밀가루 무게의 10~30% 사이로 조절한다.


2. 얼마나 넣을까?: baker's math


제빵 할 때는 계량이 필수다. 그런데 일단 알아둬야 할 것 한 가지. 모든 계량은 무게(g)로 한다는 것. 명심 또 명심! 그렇다면 각 재료의 적당한 양은 얼마일까?


보통 유튜버나 책등에서 제공하는 레시피를 이용하게 마련이지만 글쎄... 아무리 계량을 열심히 해도 뭔가 영상에서 보던 모양이랑은 다르게 나오는 것 같고 때론 지나치게 질거나 단단한 반죽이 되는 경우가 있다.


사워도우 만드는 과정에서 일이 잘못 풀릴 수 있는 원인은 정말 무수히 많다. 그러나 내가 내 잘못을 순순히 인정할 만큼의 인격자가 아니라서 그런지 다른 곳에서 자꾸 문제를 찾게 되고, 결국 다른 레시피를 찾아 이리저리 떠돌아다니게 되더라.


물론 이러다가 자신의 기술 수준과 상황에 딱 맞는 레시피를 찾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나는 그 여정이 좀 답답하게 느껴져서 내가 그냥 레시피를 만들기로 했고, 이것을 위해 찾은 것이 "제빵인의 수학"(baker's math)이었다.


핵심은 도우의 수분함량(hydration)이다. 수분함량은 밀가루 양을 100으로 잡았을 때 도우에 사용된 액체(보통 물)가 도우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 수치가 너무 높으면 도우가 거의 곤죽이 돼서 다루기 힘들어지고, 이 수치가 너무 낮으면 빵으로 구웠을 때 맛도 없고 뻑뻑하고 텁텁해진다. 초심자가 다루기 편하고 맛도 챙길 수 있는 수분함량 수치는 70~75% 정도. 이 정도 수치를 목표로 해서 각 재료의 양을 정하면 된다.


예를 들어, 내가 밀가루 1000g을 가지고 70%짜리 도우를 하나 만든다고 생각해보자. 소금은 밀가루 100g 당 2g을 쓴다고 했으니 200g 일 것이고, 스타터는 10~30% 사이니까 적당히 200g, 그리고 물은 70%니까 700g을 넣으면 되겠네?


그렇지 않다.


왜냐면 사워도우 스타터에도 밀가루와 물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1:1 비율이기 때문에 스타터 200g 이면 물 100g, 밀가루 100g이 들어가 있는 셈. 따라서 위 계량에 따른 도우의 수분함량을 계산하면,


(700+100)/(1000+100)*100=72.7272


가 된다. 70이나 72나 뭐 거기서 거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데, 어쨌든 본인이 원하는 대로 도우를 통제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뭐가 뭔지는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이 계산을 편하게 해주는 웹사이트도 있다. 아래처럼 사용하면 되니 참고 바람. 내가 잘 보는 유튜버가 만들어 놓은 사이트인데, 해당 유튜브는 밑에서 소개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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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필요한 시간


일단 사워도우 빵 만들기 전에 알아둬야 할 것이, 이거 하루 꼬박 걸린다. 스타터 활성화하는데 5~6시간, 반죽 발효시키는데 3~4시간 기본적으로 걸리고 하룻밤(12시간 정도) 냉장고에서 저온숙성 시킨다고 하면 1박 2일이다.


5~6시간, 3~4시간 걸린다고 이 사이에 뭘 맘 편히 할 수도 없다. 이건 나중에 구체적인 과정 할 때 알아보기로...


어쨌든 진짜 하루에서 이틀 집에서 여유 있게 보낼 각오를 해야 한다. 아마 내 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는 것이 이래서인 듯... 5일 동안 출퇴근하고 주말까지 집에서 하루 종일 노동하는 게 진짜 쉽지가 않더라. 각오를 해야 한다.


4. 참고자료


나처럼 독학하려고 한다면 유튜브만큼 좋은 선생님이 없다. 사워도우 만드는데 추천하고 싶은 영상과 유튜버 몇몇을 아래에 소개한다.


(1) Joshua Weissman

사워도우 스타터 만들기부터 초심자 레시피, 고급 레시피 그리고 응용 레시피까지 다양한 사워도우 영상을 보유하고 있다. 유튜버로서 전달력이나 영상 때깔, 레시피 설명 속도 모두 완벽에 가깝다. 게다가 제과, 제빵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리 레시피도 참고할 수 있어서 요즘 많이 보고 있는 요리 유튜버 중 한 명. 특유의 유머감각도 내 취향에 잘 맞는 것 같다.


사워도우 영상의 경우 여타 영상보다 조금 난이도가 있는 편인 것처럼 보이는데, 테크닉 측면에서는 참고할 내용이 가장 많다.


이번에 코로나 락다운으로 서양 사람들이 사워도우 만들기에 열중했다고 하던데... 엄청난 특수를 누렸을 것으로 예상된다.


(2) Foodgeek

사워도우계의 호기심 천국이랄까... 여러 조건들(예를 들면, '중력분으로 사워도우를 만들 수 있을까?', '물 온도가 사워도우 빵에 영향을 줄까?' 등)을 갖고 실험해보는 콘텐츠가 눈에 띈다.


계량적이고, 실험적인 내용을 담은 영상이 많아서 사워도우에 점점 흥미가 붙어가는 제빵인들이 좋아할 만한 채널이다. 위에 첨부한 baker's math 계산기도 이 양반이 만든 것임.


근데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약간 인상이 무섭다. 실험 영상에서 살짝 미소를 머금은 채 "experiment time~"이라고 영상 시작하는 걸 보면 솔직히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름...


(3) Bake with Jack

베이킹 전문 채널인데 솔직히 내가 자주 보는 채널은 아니다.


다만, 사워도우를 비롯한 베이킹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른바 문제해결(trouble shooting) 류의 영상이 종종 올라와서 도움을 얻을 때가 있다.


영상미가 좀 부족하고 영어 억양도 익숙하지 않은 데다 대부분 혼자 이야기하는 식으로 구성돼있어 재미나 접근성 면에서는 많이 떨어진다.


(4) 기타


한국 유튜버 중에 "Mukgling"이라는 분이 계신데 이분 영상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더라. 실력도 정말 좋으신 것 같고. 다만 영상 내에서 따로 말씀을 안 하시는 탓에 '영상'으로서는 내 취향과 맞질 않아 거의 보질 않는다. 레시피나 이런 부분에서 한국어 접근이 가능하니 편한 점은 분명히 있다.


이외에 '밀가루, 물, 소금, 이스트', '타르틴 브레드' 같은 유명 서적을 참고하는 것도 방법이겠고...


솔직히 실력을 늘리는 데 있어서 제일 좋은 건 클래스 나가는 게 제일일 것 같다. 나도 언젠가 한번 해보고 싶지만 시간도 돈도 안 돼서 적어도 올해까진 혼자 뚝딱뚝딱해볼 듯...


그럼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다음 포스팅에서는 사워도우를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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