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타임스의 'More Koreans avoid consuming dog meat' 기사를 읽고-
지난 10년 동안 서울에서는 40%에 달하는 보신탕 가게들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서울시 조사에 의하면, 보신탕 가게는 2005년에는 528개의 점포가 운영됐었지만, 2014년에는 329개로 감소했고, 많은 가게에서는 '보신탕'이라고 메뉴를 대놓고 드러내는 대신 고기 수프 등 다른 명칭으로 표기하기 시작했다.
개고기 판매로 유명한 제기동의 경동 시장에는 얼마 남지 않은 판매처들만 남아 있고, 동물 보호 단체 'Last Chance for Animals'에서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1.2%가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러한 현상의 주된 이유로는 젊은 사람들이 개고기를 섭취하는 것을 미개하고 야만적인 행위로 바라보기 때문인데, 따라서 개고기를 즐겨 먹는 사람들은 50-60대가 제일 많다고 한다.
나는 이 기사를 읽고 견(犬)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개가 귀하게 대접받고 있는 요즘 사회 분위기를 보면,
1. 대접 잘 받고 자란 강아지의 견권이 높을까, 비참하게 사는 인간의 인권이 높을까? 고민해보게 되는 사건, 사고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2. 견권이 인권보다 낮을 이유는 무엇이고, 이 세상의 모든 생물체의 권리를 제치고 인권이 가장 앞에 서 있을 권리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3. 어떤 개가 어떤 사람을 물어 죽였을 때 인권이 가장 앞으로 와서 그 개를 안락사시키는 법은 인간이 만든 법인데 그것이 개 입장에서는 어떨까? 까지 가게 되면 그 꼬리가 끝이 없다.
약 10년 전보다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는 개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개를 키우지 않더라도 강아지를 많이 마주치게 되었고, 그렇게 친숙해진 개들이 보글보글 끓는 뚝배기에 담겨 나오는 보신탕을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는 모양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강아지와 같이 살고 있는 사람이라 보신탕 먹는 것에 거부감이 있어 먹지 않았지만, 사실 보신탕만 유달리 역겹다고 생각하는 심리도 이해되지 않는다.
닭을 반려동물로 키우는 사람은 사람들 입에 삼계탕이 들어가면 가슴 아파할 것이며, 뱀과 함께 하는 사람은 뱀술을 보면 통곡할 것이고, 소나 돼지를 반려동물로 둔 사람은 정육점의 고기를 보고 헛구역질을 할 수도 있다. 단순히 개를 반려동물로 키우는 사람의 수가 많다고 '개를 먹는 당신은 미개해요.'라고 하는 것은 옳은 걸까?
그럼 닭, 뱀, 소, 돼지, 물고기, 양 등 모든 동물들의 반려인들은? 돼지의 반려인들이 정육점에서 삼겹살을 사는 고객들에게 피켓 들고 당신은 잔인하다, 어떻게 귀여운 돼지를 먹을 수 있냐, 손가락질하며 미개하다고 소리치는 행동이 괴상하게 인식되는 것도 역시 이상하다.
왜 개는 안되고 닭, 물고기, 소, 돼지의 희생은 당연한 걸까. '그러므로 우리는 개를 먹어야 한다.'가 아니다.
무슨 기준으로 먹어도 되는 부류와 먹으면 안 되는 부류를 마음대로 나눠서 먹어도 되는 동물들의 희생은 당연시하고, 먹으면 안 되는 동물들의 죽음은 정말 가슴 아프며 말도 안 되는 일이고 먹는 사람들은 미개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비판하고 싶다. 개의 죽음이 그렇게 마음 아픈 것이라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식량이 되고 있는 동물들의 죽음도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처럼.
개를 먹는 것이 미개한 게 아니라 이 사상이 더 미개하다.
내가 닭, 양, 물고기, 소, 돼지를 갖가지 방법으로 먹는 건 로맨스.
남이 개고기 먹는 건 불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