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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운 Jul 21. 2020

혼자가 편해, 한국인들의 인간관계

-코리아 타임즈의 'More Koreans opting to isolate themselves' 기사를 읽고-

퇴근하고 만나서 술 한 잔 하고 노래방 가고 놀러 가는 등 전통적인 인간관계 유지법들은 아직 존재하고 있지만, 젊은 세대들에서는 이 현상이 서서히 바뀌어 혼자 있는 시간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에서 인터뷰한 Jang이라는 사람은 혼자 있는 시간을 늘리고 있는데 그녀는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과의 커넥션을 별로 느끼지 못했다고 하고, 의무적으로 밖으로 나가 만남을 가졌다고 한다. 또한 요즘은 결혼식 초대를 많이 받는데 친하지도 않으면서 가서 돈과 시간을 쓰는 걸 원치 않는다고도 언급했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는 이러한 현상을 권태기, 즉 relationship fatigue라고 칭한다. 또한 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의 4명 중 1명이 인간관계에 피로를 느끼고 있고 10명 중 7명이 다른 사람과 같이 있는 것보다는 혼자 있는 것을 택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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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저 조사에 응한 적이 없지만 마치 내가 설문 조사에 답한 듯한 결과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 역시 인간관계가 불편하지 않았는데 사회 분위기도 같이 변한 걸 보면 씁쓸하기보다는 '아 역시 나만 이런 게 아니야'라는 위로감을 얻는다. 언제부턴가 혼족(혼자 사는 사람들), 혼술(혼자 술 먹는 행위), 혼밥(혼자 밥 먹는 것)이라는 단어들이 등장했고, 요즘에는 리얼리티나 드라마 등 미디어 매체에서 혼술, 혼밥 등 홀로 사는 사람들의 일상이 나오면서 부정적 이미지라기보다는 알아서 즐기며 사는 사람들이라는 이미지가 좀 더 강해진 것 같다. <나 혼자 산다>, <미운 우리 새끼> 같이 홀로 라이프를 즐기며 사는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도 유명해지다 보니 지켜보는 사람들 사고도 많이 바뀐 것 같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몇 년 전의 나, 사람들과 지내는 게 불편하지 않았던 나는 나도 내가 누군지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마냥 편했던 게 아닐까? 누군가가 무슨 음식을 좋아해? 무슨 색깔? 어떤 행동이 제일 싫어?라는 질문을 하면 그때의 나는 굉장히 난감해했다. 모르기 때문이다. 이 사람 저 사람과 만나는 게 당연했던 때라 모든 사람들의 성향이 섞여 '온전한 나'라는 개념이 만들어지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 시기를 지나 나도 인터뷰의 Jang처럼 홀로 지내는 시간을 가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지내는 게 마음이 편해서 사람들과의 만남보다는 나에게 집중해 살아가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홀로를 택한 이유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아서' 라는데, 어쩌다가 인간관계는 고통이 동반되는 개념이 된 것일까? 서로 간의 시기와 질투 때문에 친구란 상황이 맞게 진행되고 있는 사람에만 한정될 수 있고, 잘 지내다가도 상황이 달라지면 갈라질 확률이 높고, 만나면 보통은 힘든 얘기들을 하지 않는가. 예전의 나는 그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넘겼다면 더 이상 이런 관계에 시간과 정신을 쓰고 싶지 않다.

 또 저출산 문제를 제외하곤 1인만 먹어도 되는 식당, 마트 음식 소량 판매, 혼자 살 수 있는 스튜디오 집들의 증가 등 사회적으로 혼자족들을 그렇게 배척하지 않는 분위기도 한몫하는 것 같다. 너 왜 혼자야? 이상하네. 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이상해 보이기 싫어서 억지로라도 몸을 끌고 사람들을 만나러 다닐 텐데 '혼자 본인에게 집중하며 사는 사람들'이라는 타이틀까지 붙으니 더욱 이런 사람들이 많아지는 건 아닐까 싶었다.


 사람은 사람에게 도움을 받고, 주고, 온갖 영향을 다 끼치며 살아간다. 사람은 사람 없이 살 수 없다. 하지만 친하지도 않은 사람 결혼식 가서 돈 내고 오기, 싫은 사람과의 인간관계를 유지하기는 요즘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비합리적인 행동이 된 건 아닐까. 긍정적으로 본다면 지친 젊은 세대들이 이제 내가 누군가, 나는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 사람일까, 어떻게 하면 인생을 합리적으로 사는 걸까를 깨닫는 시간일 것이다.  그런데 이게 과연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 현상인지는 의문이 든다. 영화 <Her>에서는 마음을 다 알아주며 호응해주는 AI,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 남자 얘기가 나온다. 영화에 나오는 다른 사람들 역시 AI와 대화하며 소통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 인공지능은 정말 똑똑하여 대하는 사람의 성향까지 파악해서 대화하기 때문에 '내가 바라던 바로 그 친구'였다. 내심 내가 인간관계가 편해지고 즐거워지도록 노력하는 것보다 <Her>에 나왔던 인공지능 친구가 나오는 게 더 빠르고 편하겠다란 생각도 들었다. 젊은 세대들이 사람을 만나지 않는 상황과 인공지능의 발달은 영화 <Her>에 나왔던 상황을 현실화하는 지름길인 것이다. 다들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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