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도 레스토랑처럼

쿠킹 클래스 나들이

by 해은


우연한 기회에 쿠킹 클래스에 가게 되었다. 낯선 곳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요리 수업을 듣는다는 것이 좀 망설여지긴 했었다. 혼자 오는 사람도 있고 굳이 누군가와 대화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낯가림이 심한 편인 내게 그리 불편하지 않을 것 같았다.


수업 공간은 아일랜드식 주방이 있고 창 옆으로는 길다란 8인용 식탁이 있었다. 식탁에는 하얀 레이스 식탁보가 깔려있고 파스텔 톤 색감의 꽃이 꽃힌 꽃병과 앤틱한 촛대 옆에 예쁜 그릇들이 놓여 있었다. 결혼하기 전 내가 꿈꾸던 식탁,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로맨틱한 분위기였다. 또 하나의 방에도 원형 식탁이 비슷하게 꾸며져 있고 벽에는 그림 한 점, 아기자기한 소품이 장식된 장식장이 있었다. 잔잔히 흐르는 음악과 창밖으로 보이는 은행나무 푸른 잎들이 긴장을 누그러뜨려 주었다.


강사는 30대로 보이는 여성으로 성격이 서글서글했다. 요리가 시연되는 식탁 앞의 의자에 앉아 모두들 필기를 했다. 함께 수업 듣는 열 두 명의 사람들은 강사와 비슷한 나이또래의 여성들이 주였고 쌀국수 가게를 한다는 젊은 남성이 한 명 있었다. 그들 가운데서 조금은 쑥스러웠는데 이때만큼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릴 수 있다는 것이 다행스러웠다.


강사는 나를 보고 평소에 구절판 해먹는 요리의 고수 아니냐고 했다. 무슨 의미로 말한 것인지 모르지만 잘못 짚었다. 요리하는 것보다 남이 해 준 음식을 제일 좋아하는 주부일 뿐이다. 요리의 주제는 “마트재료로 집밥도 레스토랑처럼”이었다. 강사가 들려 준 에피소드 하나가 우리들을 놀라게 했다. 이곳에서 수업을 받은 어느 엄마가 어린 자녀에게 모든 음식을 배운 대로 코스 요리만 해 주었단다. 새벽부터 일어나 삼시 세끼를 정성껏 차려 주었다고 한다. 그 아이가 친구 집에 놀러가서 음식을 먹고 온 후, 친구 엄마로부터 깜짝 놀랐다는 전화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그 아이는 모두가 코스 요리를 먹고 사는 줄 알았던 것이다. 세상에, 그 엄마의 열정이 놀라웠다. 본인이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가능한 일이지 않았을까.


첫 번째, 전채요리인 연어세비체는 생소하지 않아서 좋았다. 큰딸이 만들어 준 굴세비체를 먹어보고 나도 만들어본 경험이 있었기에 아는 요리가 나오니 반가운 느낌이랄까. 주재료가 굴에서 연어로 바뀐 것이고 참외를 곁들여 상큼한 소스를 뿌려 먹는 것이었다. 음식이 완성될 때마다 식탁에 앉아 시식을 했다. 연어위에 올리는 케이퍼 베리는 올리브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더 맛있었다. 연어를 좋아하는 막내딸에게 해주면 좋아할 요리이고 와인 안주로 먹으면 적격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는 여름야채 토마토 카레였다. 단호박, 가지, 옥수수, 토마토, 브로콜리니 등을 오븐에 구워서 닭다리 살과 양파를 볶은 카레에 얹어 먹었다. 양파를 오래 볶는 것이 중요하고 닭고기에 고형으로 된 카레를 넣어 바특하게 졸아들때까지 오래 끓여서 깊은 맛이 났다. 고명으로 올리는 다양한 구운 야채들이 입맛을 돋웠다.


마지막은 저온 삼겹 피타브레드였다. 밑간한 통 삼겹살을 오븐에 구워 피타브레드안에 야채와 소스를 곁들여 먹는 것이었다. 역시 남이 해 준 음식은 다 맛있다. 더구나 진정한 요리 고수의 솜씨 아니던가.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코스요리 먹는 것보다 더 색다르고 맛있었다. 아무튼 신선한 경험이었다.


시연하는 것을 보고 완성된 요리를 먹기까지 세 시간 정도 걸렸다. 하루 전에 손질해서 재놓아야 하는 연어나 통 삼겹살의 숙성 시간까지 손이 많이 가는 음식들이지만 어렵지 않고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음식이었다. 가성비를 생각한다면 좋은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사워크림과 서양 채소인 딜, 샬롯, 브로콜리니, 이태리 파슬리 등 온갖 재료들을 갖추어야 하니 식당가서 사먹는 것이 나을 듯 했다.


식구들에게 쿠킹 클래스 다녀왔다니까 언제 맛보여 줄 것이냐고 기대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얘기하지 말걸 그랬나. 나 혼자 즐긴 것으로 충분했는데...

“마음먹고 하면 잘 하지. 기대하시라. 집밥도 레스토랑처럼.”

돌아오는 막내딸의 생일에 솜씨 한번 발휘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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