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손수건

소소한 일상

by 해은

오늘은 어떤 것을 고를까. 서랍 속에는 알록달록한 손수건들이 나란히 놓여있다. 가을 날씨에 어울리는 낙엽 색상을 집어 든다. 나는 손수건을 좋아한다. 언제부터였을까. 하나 둘 사 모으고 선물 받은 것까지 제법 많아졌다. 여행지에서 스카프를 사기에는 부담스럽지만 기념이 될 만한 것을 가볍게 고르기에는 손수건만한 것이 없다. 하나씩 꺼낼 때마다 여행의 추억도 떠올라 매번 사게 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보라색 바탕에 장미꽃이 그려져 있고 하얀 레이스가 달린 것이다. 손수건을 고를 때면 주로 잔잔한 꽃무늬의 화려한 색상에 자꾸 눈길이 간다. 여러 개 갖고 있으면서 또 사는 건 낭비가 아닐까 생각하다가 이 정도는 괜찮다는 결론을 내렸다.


요즘 '아무튼, 양말'이라는 책을 읽었다. 작가는 백 오십 켤레의 양말을 가졌다는데 그에 비하면 나는 아직 새발의 피다. 게다가 진짜 양말 덕후 들은 수백 켤레씩 수집한다니 손수건 덕후가 있다면 얼마나 가졌을까 살짝 궁금해진다. 양말을 무지무지 좋아하다가 양말에 관한 책까지 펴내게 된 그녀가 놀라울 따름이다. 더욱이 책이 3쇄를 찍으며 날로 인기를 끌어 여기저기 인터뷰도 하고 양말 편집숍 매장에서 판매까지 하게 되었다. 작가의 글은 유쾌하고 재미있어 책을 펼쳐 들자마자 단숨에 읽었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나도 손수건을 백 오십 장쯤 모으면 한 권의 책을 쓸 수 있을까. 패션의 완성은 양말이라지만 나는 손수건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패턴이 화려한 것은 목에 살짝 두르면 쁘띠 스카프로 연출할 수 있다. 성장을 한 여인이 핸드백에서 레이스 장식의 손수건을 꺼낸다면 훨씬 더 분위기 있어 보일 것 같다. 옷은 자주 사 입을 순 없지만 일상에서 손수건으로 나만의 색다른 기분을 즐길 수 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손수건을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중학교 시절인 것 같다. 펜에 잉크를 묻혀 필기를 해야 했던 수업 시간, 손수건을 대고 쓰지 않으면 노트에 잉크가 번질 정도로 손에 땀이 났다. 나는 그런 용도가 우선이었지만 그때, 여학생이나 젊은 여성들은 손수건을 제법 가지고 다녔다. 숙녀의 에티켓 중에 하나였다고 할까.


결혼을 하고 나서는 남편의 손수건을 챙겼다. 와이셔츠를 다리면서 손수건도 잘 다려서 출근길에 건네주었다. 손수건은 넥타이만큼 남자에게 필요한 품목이었으나 언제부터인가 눈에 띄지 않는다. 화장실마다 일회용 종이 타월이 보편화 되어 편리하지만 손수건을 사용했던 감성은 사라지고 말았다. 환경을 생각해서라도 예전처럼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면 어떨까.

언젠가 아들의 방에 손수건 세트가 놓여 있기에 웬 거냐고 물어 보았다. 여자 친구에게 선물 받았다고 했지만 갖고 다니지는 않았다. 요즘에 이런 것을 주는 여자 친구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했는데 얼마 안돼서 헤어졌다고 한다. 손수건을 선물하는 것은 이별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이 시대 청춘들은 알고 있을까.


영화 "인턴"에서 남자 주인공이, 손수건은 상대방에게 빌려주기 위한 것이라며 울고 있는 여자에게 건네주는 장면이 멋지게 다가왔다. 그런 남자라면 첫눈에 반할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이젠 나도 눈물을 닦을 때가 많아지는 것 같다. 영화나 드라마는 물론이고 다큐나 뉴스를 보다가도 시도 때도 없이 슬퍼 눈물이 흐르니 말이다. 내 옆의 누군가가 눈물 흘릴 때 살며시 건네주기 위해서라도 손수건을 하나쯤 더 챙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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