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미래의 스토리
7명의 작가가 인공지능과 함께 SF소설집을 만드는 다큐를 보았다. 작가들은 SF소설을 쓰는 사람들이어서 과학적인 자료조사가 많이 필요했다. 때문에 인공지능과 협업하다보니 시간 절약이 많이 되어 전보다 훨씬 빨리 작품을 완성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인공지능이 정확한 정보가 아니라 거짓된 정보도 진짜처럼 그럴싸하게 하는 능력이 있기에 교차점검을 반드시 해주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것은 소설의 복선을 넣어준다거나 고인이 된 유명한 작가의 스타일대로 써달라고 하면 그 작가의 특징을 살린 내용의 소설을 써주는 것이었다.
참여한 작가들은 챗 GPT가 고지식한 모범생 조수 같다거나 C학점 학생수준이고 진부하며 감정을 글로 배운 느낌이라고 했다. 또한 텍스트의 패턴만 학습한 것이기에 나올 수 있는 결과물이 예측 가능해 보였다. 기존의 틀 안에서 우수한 문장은 나오지만 파격적인 문장은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결말 역시 지루하고 뻔하며 긍정적인 해피엔딩으로 아쉬움을 주었다. 입력자가 무엇을 입력해야 하는지가 중요하며 활용을 잘하는 작가들에게는 날개를 달아줄 것 같다고도 했다.
나도 직접 체험해보기 위해 챗 GPT에게 질문을 해 보았다.
*산책과 나무와 내면의 내용이 들어간 시를 써줘.
CHTGPT
산책 길에 높은 나무 숲이 펼쳐져, 가지마다 하늘을 향한 열정이 넘쳐흘러 나도 마음을 비우고 그 영감을 품어보며, 나 자신의 내면을 더 깊이 탐구하네. /잎사귀가 가볍게 떨어지는 소리에 귀 기울여, 삶의 순환과 변화를 생각하며 걸어가네. /그 속에서 내면의 나무들도 느껴지는데 뿌리 깊숙이 박혀 있는 내 진짜 모습. /시간이 흐르는 대로 나무들은 자랄 테지만, 나 역시 삶의 여정에서 더 많이 배우려 해. 산책 속 나무와 함께 내면을 바라보며, 나만의 진실을 찾아 나아가고 싶어.
무리 없이 그럴듯한 한 편의 시를 몇 초 사이에 쏟아내 주는 것을 보며 깜짝 놀랐다. 그 외에도 노을 진 바닷가 풍경, 숲의 풍경 등을 묘사해 달라고 해보았다. 그는 금세 서너 개의 문장을 뚝딱 만들어주었다. 표현력은 평범하다고 볼 수 있지만 나의 경험으로 비추어 평범한 문장을 쓰기도 얼마나 많이 생각하고 공을 들여야 하는가. 과연 인공지능답다고 해야 할까, 직접 체험해 보니 충격적이었다.
그 다음에는 주제를 주고 유명 수필 작가들의 문체를 이용한 수필을 써달라고 해보았다. 박완서나 유안진 등 작가의 느낌이 드러나는 글을 생성해 냈다. 그렇다면 무명작가인 내 자신의 문체로도 써달라고 했다. 과연 가능할까 싶었는데 재빠르게 글을 써주었다. 글을 읽어보니 닮은 것 같기도 해서 기분이 묘했다. 도대체 무명작가의 문체를 어떻게 아는 것이냐고 질문해 보았다. 그는 유명하지 않은 작가의 문체도 포함하여 다양한 문학 작품과 글을 학습했고 그 작가의 문체를 정확히 아는 것은 어려우나 그저 모방하고자 하는 문체에 대한 일반적인 특징이나 표현 방법을 활용한 작성이라고 답변이 돌아왔다.
그동안 십 년 넘게 문장을 갈고 닦았는데 재빠른 인공지능 앞에 허탈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작가들은 언어라는 형식을 이용해서 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마지막 보루가 무너진다는 것에 대해서 절망하고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좀 더 창의적인 글쓰기가 필요함을 절감한다.
“인간은 스토리로 사고하고 스토리로 자기의 미래를 그리는 존재다. 그런데 인공지능은 분명히 인간이 아니면서 자기의 스토리를 무궁무진하게 생성해낼 수 있다. 이제 그러면 나의 스토리는 무엇이 되는 것이고 나는 앞으로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야하는 것인가?”라는 어느 작가의 말이 가슴 깊이 화두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