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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일 Mar 30. 2023

나의 행복은 당신이에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리뷰

김정운 교수의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를 읽으며 웃은 기억이 있다.

김정운 교수가 아내에게 책 제목을 보여주며 “이 제목 어때?” 그랬더니 아내가 “정말 나랑 결혼한 거 후회해?”라고 물었다.
“어, 응, 가끔”
“난 만족하는데…….
순간 김정운 교수는 아내에게 미안했다. 그다음 아내의 반전이 멋지다.
가끔……. ㅎㅎ

살다 보면 누구나 지금의 아내나, 남편보다 더 나은 남자나 여자를 만났으면 내 인생이 달라졌을 것이란 상상을 한다. 더군다나 요즘 유행 코드인 연하의 남자와 이혼녀의 만남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왠지 자신에게도 그런 놀라운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란 기대감이 찾아올 것 같다. 나 자신도 가끔 그런 상상에 빠질 때가 있으니까…….ㅋㅋ

반대로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의 사랑을 아름답게 그린 영화를 보면 그런 날은 아내를 위해 설거지를 해주기도 하고 커피도 정성스럽게 타 바치기도 한다.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것을 보면 사람은 확실히 무엇을 읽고 보느냐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 수 있다.



‘행복했어요. 나는…….
쭉 행복했어요.
당신을 좋아하게 된 후로부터 쭉…….
나의 행복은 말예요.
당신이에요.
당신 곁에 있는 게 내게는 큰 행복이었어요.‘

- 미오의 대사 중에서 -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미오의 대사처럼 첫사랑으로 만난 타쿠미(나카무라 시도)와 미오(다케우치 유코)의 사랑을 서정적이고 감성적으로 그린 수채화와 같이 깨끗한 영화다.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고 가벼운 붓 터치를 사용해 색칠하면 그림이 완성되는 것처럼 이 영화의 장점은 스토리텔링에 있다. 이치카와 타쿠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기에 탄탄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고 너무나 순수하고 착한 두 사람의 안타까운 사랑 앞에서 부부의 사랑을 돌아보는 교훈도 있다.



영화는 신록이 아름다운 시골 풍경을 보여주며 시작이 된다. 이제 18살이 된 아들 유우지의 생일을 축하하는 케이크를 배달하기 위해 작은 오토바이가 달려오다 타꾸미의 집에서 멈춘다. 아빠를 위해 아침을 준비하던 유우지(다케이 아카시)가 케이크를 받아 든다 “오늘로 우리 빵집은 문을 닫는단다. 그동안 끝까지 약속을 지켰으니 다행이지”라고 주인아저씨가 말한다. 누구와 한 약속이란 말인가?

학교를 가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동네 숲길을 지날 때 영화는 유우지의 6살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6주 동안의 기적’
1년 전에 죽었던 엄마가 환생한 것이다. 유우이를 낳고 병약해진 몸 때문에 엄마가 죽었다. 자신이 쓴 동화책에 “1년 후 비의 계절에 돌아올게…”라고 엄마는 자신이 살아올 것처럼 이야기를 썼다. 아빠와 유우이는 엄마의 약속을 믿으며 하루하루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아이들에게 비웃음을 당하면서도 유우이는 우산 인형을 거꾸로 매달아 놓는다. 비가 올 것을 믿기 때문이다. 드디어 장마철이 시작되고 비가 내린다.

비를 바라보며 타쿠미는 회상에 잠기고 유우지는 엄마의 유품이 들어있는 타임캡슐을 찾기 위해 분주하다. 이때 유우지 앞에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엄마”라고 부르는 아들의 모습 때문에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마음이 짠하다. 그렇게 보고 싶고 기다리던 엄마가 진짜 돌아온 것이다. 그런데 타쿠미와 유우지를 바라보는 미오의 얼굴이 반은 정신이 나간 것처럼 보인다. 미오는 가족이 함께 살았던 그 아름다운 모습을 다 잊어버렸다. 타쿠미는 미오에게 둘이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고 유우지를 낳기까지의 날들을 설명한다. 유우지도 엄마를 만났기에 들떠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타쿠미의 모습이 안쓰럽다. 그렇게 사랑한 사람인데 지금은 어색한 남남일 뿐이다. 그러나 엄마의 모성은 조금씩 유우지에 대한 관심으로 나타나고 남편의 변함없는 배려와 사랑으로 미오는 예전의 아내로 돌아온다. 유우지와 함께 그림을 그리고 보살펴 주는 미오가 유우지를 보고 귀엽다고 한다. 타쿠미의 얼굴도 환한 미소가 번지고 그의 삶은 활력으로 넘친다. 타쿠미는 미오에게 그들이 처음 만났던 고등학교 학창 시절의 이야기를 한다. 육상부 선수였던 타쿠미는 미오를 처음 보는 순간부터 반했고 자신은 미오의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고 고백한다. 미오와의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고 가족이 행복에 젖을 때 미오는 놀라운 말을 한다. “이 비가 끝나면 자신은 다시 돌아가야 한다.”라고 타쿠미를 좋아하는 회사 동료에게 이 말을 하며 타쿠미와 유우지를 부탁하는 미오의 눈에 눈물이 흐른다.



드디어 먼 산으로부터 햇살이 찾아오는 것을 보고 유우지가 엄마를 부르며 달려간다. 안쓰럽다. 엄마는 유우지의 손을 붙들고 이제 이별할 시간이라고 말한다. 유우지의 얼굴에서 눈물이 흐른다. “엄마 미안해 엄마는 나 때문에 죽은 거잖아” 유우지의 말 한마디에 참았던 눈물이 터진다. 가족의 사랑을 주제로 한 영화의 감동은 아역배우에 있다. 그런 면에서 유우지는 정말 귀엽고, 생각이 깊은 아이의 모습을 예쁘게 연기한다. 이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누구나 “나도 저런 아들이 있었으면”하는 바람이 있을 것 같다. 특히 엄마의 이름을 부를 때의 여운은 지금도 귓전에 맴돌고 있다. 미오역의 다케우치 유코는 청순한 얼굴 때문에 검색해 봤더니 일본의 맥 라이언이라고 한다. (아쉬운 것은 3년 전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 작품에서 남편 역을 맡은 나카무라 시도와 결혼했다가 이혼했다고 한다. 영화의 결말처럼 애절하지 않은 것을 보면 역시 영화와 실제는 다르다…….ㅎㅎ



이 영화의 매력은 무엇보다 3 배우의 연기력에 있다. 약간 어리숙한 모습의 타쿠미를 모성적인 본능으로 잘 감싸주는 미오, 그리고 아들 삼고 싶은 유우지의 귀여움은 우리가 꿈꾸는 가족의 모습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다음이라면 누구나 아내나 남편을 보면서 미오의 고백처럼 “나의 행복은 말이에요 당신이에요”라고 말할 것 같다. 특히 마지막 장면의 아름다움인 해바라기밭에서의 키스 장면과 이 영화의 반전을 안다면 사랑은 역시 자기희생을 먹고 자라는 잔인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치 장미에 가시가 있는 것처럼, 사랑도 역시 가시에 찔리게 되었을 때 소중함은 더 깊이 가슴에 남는다.

배경음악은

지금 만나러 갑니다 ost 중에서 '시간을 넘어서 (Be with You, 2004)'입니다.

https://youtu.be/gwpXMS4WnZ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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