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리뷰
누구와 함께?
삶의 품격을 제공하는 여행, 영화, 맛집, 공연 등은 “누구와 함께?”했느냐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할지라도 함께 하는 사람에게 끌림이 없다면 친구와 낄낄거리며 먹었던 자장면보다 맛이 없다. 여행이나 영화도 마찬가지다. 한 시인은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이유에 대해 추억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젊은 시절엔 기억할 수 있는 많은 추억이 있기에 시간 멈춤을 통해 아름다웠던 시절을 회상할 수 있다.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이유도 수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자신의 가슴속에는 박제된 시간으로 또렷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나이 들수록 좋은 추억은 세월을 머물게 할 수 있는 성능 좋은 브레이크라 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외로움을 호소하지만, 한편으론 자발적 외로움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었다. 혼밥, 혼술은 기본이고 2명 중 한 명은 문화생활, 여가활동, 여행 등을 혼자 즐긴다고 한다. 자신도 퇴근하면서 이른 아침 조조영화를 즐겨보는데 예전에 알지 못했던 즐거움이 있다. 보통 영화관은 많은 관객으로 붐비기에 산만하고 정신이 없지만, 조조 영화관은 관객이 불과 10명 미만이기에 자신이 극장을 대여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한가롭고 여유롭다. 이런 분위기는 영화에 더 집중할 수 있고 아침 시간을 선용했다는 의미부여를 할 수 있기에 가치 있는 시간이란 평점을 매길 수 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누구와 함께”했던 기억이 없는 영화다.
그렇다면 혼자 봤다는 것인데 꽤 일찍 나 홀로족의 삶을 산 것 같다. 이 영화가 1989년 개봉했으니까 30년 이상의 세월이 지났다. 키팅 선생님 역할을 했던 로빈 윌리엄스는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앤더슨 역의 에단 호크는 앳된 미소년의 모습에서 지금은 로맨스, 액션, 예술성 등의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중년의 연기파 배우가 되었다. 자신이 이 영화를 봤을 때의 나이가 30대 초반이었는데 지금은 배 나오고 머리숱이 사라진 초로의 노인이 되었다. 이렇게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 속의 대사 한마디는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는데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다.
“현재를 즐겨라”라는 뜻으로 이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의 블로그나 SNS에서도 이 문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문제는 ‘즐긴다’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가 육체적, 쾌락적인 삶을 부추기는 것으로 오해하기 쉬운데, 영화 속의 키팅 선생님은 분명한 뜻을 아이들에게 말해준다.
“의학, 법률, 경제, 기술 따위는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해. 하지만 시와 미, 사랑, 낭만은 삶의 목적인 거야.”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웰튼은 ‘명예, 규율, 최고’를 가치로 내건 전통의 명문 고등학교다. 아이비리그 진학률 70% 이상을 자랑하며 미국 사회의 주류가 되기 위해서는 이 학교를 졸업해야 의료계, 법조계, 금융계로 진출할 발판을 만들 수 있다. 그러기에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성적이지만 키팅은 그것은 수단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에 “시와 미, 사랑, 낭만”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 시대의 불행은 수단에 불과한 것들을 가진 사람이 자랑하는 천박한 모습의 삶이다. 돈, 명예, 권력을 얻은 사람들의 세속적 욕망을 부러워하고 자신이 그 부류에 들어가지 못한 것을 한탄한다.
“잘 사는 것이 아니라 올바르게 사는 것”
을 삶의 가치로 여기고 있는 소수의 사람은 인문학을 통해 인생의 목마름을 해결하려고 한다.
한동일 교수의 라틴어 수업이 2017년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이유도 여기에 기인한다. 이 책은 저자가 2010년 2학기부터 2016년 1학기까지 서강대학교에서 강의한 내용을 정리해 출판한 것인데 돈으로 인생의 행복을 살 수 있다고 믿었던 사람들에게 깊은 깨달음을 주었다. 돈으로 채워지지 않는 행복을 찾기 위해 그들은 인생에 대해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인가?”
을 질문한다.
한동일 신부는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이라고 답한다.
‘카르페 디엠, 쾀 미니뭄 크레둘라 포스테로’ (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 저자는 ”현재를 즐기라 “는 영화 속의 문장을 구체적으로 풀어 의미를 전달해 준다.
이 말은 로마의 서정시인인 호라티우스가 쓴 시 ‘카르페 디엠’의 일부분인데 그는 에피쿠로스학파에 속했던 사람이다. 고등학교 윤리 시간에 배웠던 에피쿠로스학파는 쾌락주의의 원조라고만 기억되고 있는데 저자는 이 학파에 대한 오해를 친절하게 답해준다.
‘호라티우스가 속했던 에피쿠로스학파는 쾌락주의를 지향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들이 추구한 쾌락은 세속적이고 일시적인 쾌락이 아니라 정신적인 쾌락, 다시 말해서 충만한 삶과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는 영혼의 평화로운 상태, 동양식으로 표현하자면 안분지족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호라티우스의 오늘을 즐겨라 라는 의미도 당장 눈앞의 것만 챙기고 감각적인 즐거움에 의존하여 살라는 뜻이 아닙니다. 매 순간 충만한 생의 의미를 느끼면서 살아가라는 경구입니다.’(165쪽)
즉 내일을 기대하지 말고 오늘에 의미를 부여하며 최선을 다하는 것이 ‘카르페 디엠’의 삶을 사는 것이다. 예수님도 마태복음 6장 34절에서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할 것이요 한 날 괴로움은 그날에 족하니라’고 말씀하셨다.
오늘 내 삶의 의미를 찾고 있다면 잘살고 있는 반증이다.
그렇다면 ”잘 사는 삶이란 어떤 것인가? “
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는데
워라벨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의미인 ‘Work-life balance’의 준말)
소확행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
루틴 (일련의 동작이 반복되어 생각할 필요 없이 몸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행위)
미니멀라이프 (넘쳐나는 물건을 거부하고 꼭 필요한 물건만 소유하며 자신에게 충실한 삶을 살기) 등
잘 사는 것은 매일의 삶에서 작은 실천이 동반될 때 일어나는 삶의 결과물이기에 의지를 통한 삶의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책 한 줄을 읽었을 때, 맥주 한 잔을 마셨을 때, 마음이 가는 친구와 만나 수다를 떨었을 때 등
내 삶에서 기억하고 싶은 하루가 되었다면 잘 살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현재를 즐기라 “고 가르쳤던 로빈 윌리엄스가 우울증으로 자살했다는 것은 삶의 아이러니지만 우리는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야 하기에 나지막이 카르페 디엠(Carpe Diem)을 자신에게 되뇐다.
배경음악은
죽은 시인의 사회
엔딩 장면입니다.
https://youtu.be/2U9M7eYDwO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