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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일 May 26. 2023

책이나 읽고 살았으면!!

유럽의 '아날로그 책공간' 리뷰

현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어린 시절의 꿈은 막연하지만 순수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책방 주인이 되는 것이다. 이유는 동네 책방에 들를 때마다 주인아저씨는 책을 읽고 있었는데 어린 눈으로 봤을 때도 그 모습이 좋았기 때문이다.  

" 평생 책이나 읽고 살았으면!"

자신이 꿈꾸던 서점의 모습은 오디오 시설을 잘 갖추어 놓았기에 손님들은 음악을 들으며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독서모임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곳이다. 교보문고와 같은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에 밀려 자취를 감추던 동네 서점은 십여년 전부터 다시 부활하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동네마다 작지만 개성이 넘치는 책방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자신이 꿈꾸던 서점과 비슷한 모습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나 난 아직도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는 아이러니 ㅎ)

책맥 할 수 도 있고, 1박 2일  동안 숙박을 하면서 책만 읽을 수 도 있다. 나아가 음악회, 강연 등 작은 공간에서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활성화되고 있기에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한 때 다방과 교회 십자가가 가장 많았던 서울은 그 자리에 사진으로만 봤던 유럽의 노천카페를 닮은 커피숍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데 우리 동네만 하더라도 10개가 넘는 작은 카페들이 생존경쟁 때문에 가쁜 숨을 내쉬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교회도 선교를 위해 커피숍을 운영하는 것이 트렌드가 되었고 북카페 쪽으로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한 잔의 커피와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 책이기에 주민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카페에서 책 읽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대학생들은 리포트 작성을 위해, 아줌마들은 수다 떠는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기에 그곳에서 책을 읽는다면 낯선 풍경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책과 음악’이 어울림이 되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커피 한잔을 앞에 두고 책 이야기를 나누며 행복해하는 카페의 모습은 아직도 자신의 꿈으로 남아있다.


                                                          숲 속 작은 도서관의 풍경


‘유럽의 아날로그 책공간’이 눈에 들어온 이유도 책을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인 백창화와 김병록 부부는 십여 년의 시간 동안 어린이 도서관을 운영하며 책 보다 책공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이 갈증 때문에 부부는 책을 사랑한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있는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런던의 도서관, 서점, 책마을, 동화마을을 35일 동안 여행하고 돌아온다. 저자가 보고 온 유럽의 책마을 중 하나인 ‘헤이온와이’는 런던 페딩튼역에서 3시간에 걸려 기차를 타고, 하루에 3번밖에 안 다니는 버스에 올라 타 울퉁불퉁하고 꼬불꼬불한 시골길을 1시간 이상 가야 도착할 수 있는 오지 마을이다. 그럼에도 수많은 관광객들이 불편을 감수하며 이 마을을 찾는 이유는 1500여 명의 주민이 40여 개의 책방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을 주민들은 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책 마니아들을 위해, 민박집, 식당, 갤러리와 공방 등을 갖춰놓고 책 축제를 연다. 이렇게 유럽에서 보고 온 책마을과 도서관을 바탕으로 저자도 충북 괴산군 미루마을에 정착해서 숲 속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부부의 꿈은 책을 통해 사라져 가는 농촌마을 공동체를 세우는 것이다.



한 달에 책 한 권 읽지 않는 우리의 현실에서 도서관 운동을 통해 마을 공동체를 세운다는 것은 부질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반대로 전국에 5천 개 이상의 독서모임이 있는 것을 보면 책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성숙시키고 정신이나 영적가치를 추구하는 독서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우리가 책을 읽지 않는 이유를 2가지로 진단하고 있는데 공감이 된다.

첫째는 책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나이 든 사람일수록 기억은 과거를 향하고 있고 사람들은 몇 가지의 아름다운 추억을 통해 자신의 삶을 예쁘게 포장한다. 그중의 하나가 독서다. 20대를 돌아보면 책방은 내 인생에서 꽤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청계천의 중고서적, 종각 옆에 있었던 종로서적을 통해 자신의 인생이 성숙되었다는 것은 근사한 자랑거리다. 그런데 젊은 층일수록 책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지 못한데 저자는 그 이유를 결핍이 없는 것에서 찾고 있다. 욕망은 결핍에서 나오는데 물질 중심적 사회는 육체중심의 결핍에 목마를 뿐이다.

둘째는 그리움이 없는 것이다. 
그리움은 애착을 낳는데 중년을 지나는 사람들은 책과 함께했던 추억을 그리움으로 간직하고 있다. 하다못해 외상술을 먹을 때도 가장 쉬운 방법은 책을 맡기는 것이고 찾지 못한 이 책의 종착지는 결국 청계천의 중고서점이었다. 그러기에 청계천에서 다시 그 책을 구입할 때면 친구의 이름이 적혀있는 책도 발견할 수 있었다. 추억이 아름다운 이유는 철저히 물질의 결핍 때문에 일어난 일들이다. 그 당시는 힘들고 어려웠지만 그 시절을 지나왔기에 지금의 자신이 존재한다.


                                                숲 속 작은 도서관의 풍경

 이 책을 읽고 저자가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 ‘http://blog.naver.com/supsokiz(숲속작은도서관)을
 방문했다. 이제는 마니아들에게는 많이 알려져 1박 2일 북스테이도 할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기에 책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가 이루어져 감을 볼 수 있다. 사진으로 보이는 예쁜 장소에서 자연을 벗 삼아 책을 읽는 것은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 자신의 모습이다. 한적한 시골에서 공동체를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은 안되지만, 친한 벗들이 카페를 중심으로 독서모임을 만들어 진지한 수다를 떠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어릴 적부터 꿈꾸던 책방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대형서점에서 다시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동네 서점으로 바뀌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작은 도서관이나 책을 통한 공동체를 꿈꾼다면 좋은 정보와 함께 자신의 꿈을 조금 더 구체화시킬 수 있는 지침을 주는 책이기에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2011년 우수저작 및 출판지원사업에 당선이 됐다.

’ 아날로그‘ 나이가 들수록 정겹게 다가오는 단어다. 아날로그 세대들이 만드는 추억은 아련함과 함께 뒤늦은 후회로 인한 자기반성이다. 그것을 사랑한다. 이제야 인생이 무엇인지 알았다는 진지함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자신의 삶을 책의 세계로 인도해 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는데 그 세계에서 허우적거리며 사는 것은 올바르게 살고 있다는 증거로 남지 않을까? 


배경 음악은 
'The Book Of Love(사랑의 책)'입니다. Peter Gabriel의 노래로 알려져 있지만
제가 좋아하는 2CELLOS 의 연주로 들으니 멋있군요. 특히 두 미남의 표정이 압권입니다.^^


https://youtu.be/anvRij8tft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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